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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정치가 우둔하면 기막힌 건물도 먼지가 되지요









남겨진 역사, 잃어버린 건축물

조너선 글랜시 지음

백지은 옮김, 멘토르

412쪽, 2만5000원




“(한때는) 신처럼 들어왔던 도시에 이제는 쥐새끼처럼 종종거리며 들어온다.”



 미국 건축사가 빈센트 스컬리가 뉴욕 펜실베이니아 스테이션의 신·구 두 역사(驛舍)를 비교하며 한 말이다. 흔히 건물을 파괴하는 게 시간, 혹은 불가항력의 자연재해나 전쟁 때문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이 책에 따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우둔한 정치와 천박한 상업주의 역시 멀쩡하게 있던 건물을 ‘먼지’로 사라지게 한다.



 지은이는 예컨대 기차역이 수난을 겪던 때 행해진 펜실베이니아 역 철거(64년)가 건축사의 비극이었다며 “(1911년에 촬영된 사진) 한번 잘 살펴보라. 눈물이 절로 난다”고 적었다. 좀 특이한 책이다. 건축문화 답사를 표방하면서도 독자가 읽고 찾아가 볼 수도 없는,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건축물에 대해 썼으니 말이다.



 원제가 말 그대로 『Lost Building』, 즉 잃어버린 건축물인 이 책은 여러 가지 사연으로 이 땅에서 사라져간 건축물을 돌아본다. 런던의 장엄한 유스턴 역 아치와 컬럼비아 마켓은 광기 어린 ‘현대화’ 물결에 밀려 ‘정치 속에’ ‘평화 시에’ 사라진 경우다. 반면 미국의 유명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도쿄의 임페리얼 호텔(1923년 완공, 68년 철거)은 45 년만에 ‘너무 일찍’ 잃어버린 경우로 소개됐다.



 한국의 삼풍백화점도 등장한다. 부실공사로 ‘스스로 잃어버리다’의 장에 포함됐다. 간혹 서걱거리는 문장에, 영국 위주의 건축물 사례가 많이 등장하는 게 소소한 아쉬움이 지만 기획력이 탁월하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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