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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전쟁 시작했는지 묻지 말라니…브루스 커밍스의 6·25, 북한에 면죄부”





박명림 연세대 교수, 386 좌파 필독서 『한국전쟁의 기원』 정면 비판



박명림 교수(左), 브루스 커밍스 교수(右)





6·25전쟁 전문가 박명림(48) 연세대 교수가 브루스 커밍스(68) 미 시카고대 석좌교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커밍스 교수의 대표작 『한국전쟁의 기원』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박 교수가 오는 8일 내놓을 예정인 『역사와 지식과 사회-한국전쟁 이해와 한국사회』(나남·작은 사진)에서다. 박 교수는 신간에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지금까지 30년간 6·25 연구의 흐름을 두루 살펴봤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인물은 브루스 커밍스. 책의 한 장(章)을 ‘커밍스의 성과와 한계’를 지적하는 데 할애했다. 한국 현대사 연구에 미친 커밍스의 영향이 막대함을 반영한다.











커밍스의 영향이 학계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한국 현대사를 둘러싼 이념 분쟁의 뿌리가 그와 연관된다. 박 교수에 따르면 “커밍스는 ‘누가 한국전쟁을 시작했는가’하는 물음을 제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는데, 이 한마디가 한국전쟁과 북한 이해에 끼친 영향은 엄청났다. 특히 80년대 사회운동과 급진 학문, 이념주의자들에게 끼친 영향은 정말 컸다. 친북주의와 반미 주사파는 이 한마디를 금과옥조처럼 삼았다”고 지적했다. 80년대 한때 커밍스의 영향을 받았던 박 교수는 “이제 커밍스 연구의 시대적 한계를 분명하게 할 때”라고 말했다. 책 출간에 앞서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커밍스의 무엇이 문제인가.



 “민족·민중이라는 두 개의 기준에 초점을 두고 북한에 대해선 온정적이고 남한에 대해선 가혹한 비판을 가했다. 역사 서술의 객관성·균형성이 흐트러졌다. 전쟁 당시 남한과 미군의 민간인 학살은 비판하면서 북한의 학살은 간략하게 다루는 불공정성도 보였다.”



 -박 교수도 진보성향의 학자로 알고 있는데.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의 문제다. 예컨대 6·25전쟁이 남침이라는 사실은 이제 명백히 밝혀졌다. 남침을 지적한다 해서 진보가 보수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커밍스의 책을 보면 6·25전쟁과 관련, 남침과 북침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일제시기에서부터 시작된 계급갈등이 해방 이후 더욱 증폭된 일종의 ‘내전(內戰)’으로 봤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한국전쟁을 미국의 남북전쟁과 같은 내전으로 볼 수 없다. 한국전쟁의 핵심 기원인 한반도 분단은 내부 사회모순이나 계급갈등과 상관없는 국제요인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라며 “선제공격을 감행한 북한에 면죄부를 주고, 북한의 독재와 폭력, 반인권 문제를 제대로 거론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또 “더욱 큰 문제는 소련의 깊숙한 개입이 증명된 이후에도 자신의 기본 가설을 회의하거나 수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자신의 주장을 새로 발굴된 역사적 자료와 비교해 수정하는 지적 용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했다.



 -80년대 커밍스의 영향을 받았고, 『해방전후사 인식』 필자로도 참여하지 않았나.



 “80년대 커밍스의 연구는 놀라운 것이었다. 한국학의 수준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역사는 시대의 산물이다. 커밍스 책이 나온 후 국내외 큰 변화가 있었다. 한국의 민주화, 북한의 파탄, 사회주의의 붕괴 등이다. 커밍스 책에는 이런 변화가 반영되지 않았다. 게다가 90년대 들어 옛 소련, 중국, 동구권의 새로운 문서자료가 발굴, 공개됐다. 한국전쟁이 남침이었음이 밝혀졌다. 북한의 주장을 종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커밍스의 책은 새로운 자료들이 발견되기 전의 연구다.”



 -6·25전쟁과 북한을 분석할 때 중시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자유·인권·민주주의·평등·정의·개방 등 인간 사회가 공통으로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중심으로 조명해야 한다. 자주·민족·통일 같은 특수과제도 중요하지만 보편적 가치보다 위에 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박 교수는 커밍스의 성과를 일정 부분 인정했다. “일제시대 사회변동, 농민의 존재조건과 인식의 문제, 지방인민위원회, 게릴라 투쟁, 토지문제, 미국의 한국정책에서의 관료 갈등 문제 등은 커밍스 이전엔 거의 다루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6·25에 대한 최근 연구 경향은.



 “남침이냐 북침이냐의 기원 논쟁은 이제 무의미해졌다. 한국전쟁 발발 관련 학위 논문도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전쟁에 대한 기억·생활·여성의 변화 등 사회 전반에 미친 영향으로 연구가 확대된다. 과거엔 정치학 중심이었는데 최근엔 사회학·인류학·역사학·신문방송학 등 거의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배영대 기자



◆박명림 교수=6·25전쟁과 한국 현대사 연구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진보성향의 정치학자다. 현재 연세대 교수.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전 2권, 1994년 고려대 정외과 박사학위 논문을 책으로 출간), 『한국 1950 : 전쟁과 평화』 등을 펴냈다.



◆브루스 커밍스=미 시카고대 사학과 석좌교수. 한반도 분단과 전쟁을 미국과 남한의 책임으로 돌리는 이른바 ‘수정주의 이론’을 주도한 학자다. 1981년 출간된 그의 대표작 『한국전쟁의 기원』은 당시 대학가 ‘386 좌파 운동권’의 필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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