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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X 대신 공식 라인 가동은 진전 … 문제는 아마추어리즘





MB 정부 ‘북한 대하는 방법’ 원칙과 현실 사이



군인 인형 때리는 북 어린이 ‘6·1 국제아동절’ 행사가 1일 북한 각지의 유치원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한 어린이가 1일 평양 대성산유원지에서 열린 행사에서 미군으로 보이는 군인 인형을 때리는 놀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8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4층 401호 통일부 장관 집무실. 간부회의를 주재한 현인택 장관이 “국회를 어떻게 피해가겠나. 있는 그대로 다 밝히기 어렵겠지만 제기되는 문제에 당당히 임하겠다”고 운을 뗐다. 2시간 뒤 열릴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의를 염두에 둔 얘기였다. 북한이 비밀접촉에 나선 당사자로 지목한 김천식 통일정책실장은 회의 내내 아무 말이 없었다. 한 관계자는 “김 실장은 접촉 결과를 장관에게 소상하게 보고한 걸로 안다”며 “하지만 대북 비공개 접촉의 특성상 간부회의에서 거론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철저히 비밀이 유지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 실장은 지난달 9일부터 진행된 베이징 남북 비밀 접촉에 나섰던 정부 고위 실무진의 한 명이다. 통일부 몫으로 나갔다. 나머지는 청와대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과 홍창화 국정원 국장(대북전략기획)이다. 대북 비밀 접촉에 청와대·통일부·국정원 실무진이 함께 간 것은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2000년의 1차 남북 정상회담의 물밑 창구는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었다. 2007년 10월 2차 남북 정상회담 때는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었다. 두 사람은 각각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실세로서 Mr.X의 역할을 했다. 밀실 합의의 논란이 불거졌다. 1차 정상회담 때는 대북 거액 송금도 확인됐다.



 그에 비하면 이번엔 공조직이 제대로 가동됐다는 평가다. 강경파(김 비서관)와 회담전문가(김 실장, 홍 국장)가 적절히 배합된 점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특정 인사의 독단적 판단이 줄어들 수 있다. 남북대화 주무부서인 통일부의 위상이 올라간 점도 눈에 띈다. 북한 국방위원회의 2일 발표에는 ‘이명박(MB)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에 따라 비밀접촉을 주관하는 통일부 장관 현인택’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한 관계자는 “MB 정부 들어 주무부처가 대북협상을 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 실장은 현 정부 들어 이번을 포함해 여러 차례 북측과 접촉해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북 접촉 형식에서의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비공개 접촉에서 정부가 줄곧 강조해온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사과 등을 북한에 요구한 대목도 평가할 만하다. 내용에서의 일관성이다. 이 부분이야말로 비밀 접촉이 깨진 가장 큰 이유라는 분석이 적잖다. 북한이 두 도발에 대해 남측이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을 제시했다는 것은 정치적 술책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의 미숙한 일 처리도 드러나고 있다. 과거 대북 비밀접촉을 주도했던 한 인사는 “지난달 9일 MB의 베를린 제안 같은 주요 대북 제안은 사전에 북측에 70~80% 귀띔해주고 설득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사전 교감 없이 덜컥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을 초청하고 사후 설명을 하려 하는 아마추어리즘 때문에 반발을 산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에 주요 제안을 할 것이란 얘기가 나돌고 제의 직후에는 청와대가 나서 “북측에 진의를 전달했다”고 공개한 것도 문제라는 얘기다. 북한은 비밀접촉 공개의 직접적 이유로 이 문제를 들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1980년대 ‘악의 제국’이라 불렀던 옛 소련과 협상할 때 막후 채널의 비밀을 지키면서 ‘믿어라, 그러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의 원칙을 내세운 점은 주목할 만하다. 북한이란 상대가 맘에 내키지 않아도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가지 않게 관리해야 하는 건 대북 전담부서의 숙명이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원칙적 대북 입장에 막혀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상황에서 비밀접촉을 활용할 가능성에 대비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언급한 ‘돈봉투’ 문제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어야 한다는 얘기다. 당분간 정부의 대북 원칙은 ‘불신하라, 그리고 검증하라’가 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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