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서소문 포럼] EU와 진검승부 곧 벌어지는데 …







차진용
산업선임기자




저축은행 비리로 온 나라가 벌집 쑤셔 놓은 듯하다. 비리의 연결고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끝을 알 수 없는 지경이다. 내년 총선·대선을 앞둔 여당과 야당이 책임 공방에 사활을 건 양상이어서 파장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 정국이 이렇다 보니 7월 발효되는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은 관심의 뒷전으로 밀려났다.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FTA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데 정부나 정치권은 요즘 신경 쓸 여지가 없어 보인다. FTA의 핵심은 양국 간 교역에 매기던 관세를 서로 없애는 것이다. 격투기에 비유하자면 체급을 무시하고 보호장구도 갖추지 않은 채 맞대결을 펼치는 무제한 게임이다. 체력과 실력을 갖추지 않고 나섰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인 것이다.



 EU가 어떤 곳인가. 유럽 27개국이 결성한 세계 최대 단일 경제권으로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글로벌 기업들이 몰려 있다. 우리가 먼저 FTA를 발효시킨 칠레·싱가포르·인도나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등과는 비교가 안 되는 강자다. 이 때문에 한·EU FTA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컸었다. 하지만 세계화·개방화 시대에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로선 FTA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다만 손익 계산서는 우리가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벌써 EU 자동차업체의 FTA를 활용한 한국 시장 공략은 시작됐다. 볼보와 푸조가 관세 인하를 미리 반영해 지난달 차 값을 내린 것을 필두로 벤츠·BMW 등도 가격 인하 대열에 동참할 태세다. EU 업계의 공세는 점차 전방위적으로 펼쳐질 것이다. 듣도 보도 못한 EU 강소기업의 진출도 늘어날 것이다.



 이에 맞서 우리 기업들은 EU 시장 공략 준비를 잘하고 있을까. 대기업은 문제 없어 보인다. 한·EU FTA를 일본은 따라잡고 중국과는 격차를 벌리는 호기로 삼고자 물밑 준비가 한창이다. 현대자동차는 2015년 점유율 5%를 달성하는 데 이어 일본의 도요타를 추월해 아시아 최고 브랜드에 등극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한국 가전제품의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각각 폴란드 현지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은 어떨까.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EU 수출액 중 10대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63%로 세계 평균(49%)을 훨씬 웃돈다. EU에선 특정 대기업의 수출 편중이 심하다는 얘기다. 달리 보면 중소기업의 시장 개척 여지가 큰 것이다. 이를 반영해 KOTRA는 최근 산업용장갑·금고·피부미용기기 등 수출 유망상품을 선정하고 해당 중소기업의 수출을 독려하고 나섰다. 가격 때문에 중국에 빼앗겼던 EU 시장을 탈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설명과 함께다.



 하지만 중소기업계의 반응은 아직 미온적이다. EU에 건당 6000유로(930만원) 이상 수출하는 기업이 관세 감면을 받으려면 한국산임을 입증하는 인증수출자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지난달 말 현재 대상 기업 4333개 중 1026개(23.7%)만 받았다. 대다수 수출 중소기업이 정보 부족이나 일손 부족으로 인증을 받지 않거나 미루고 있는 것이다. 자칫하면 한·EU FTA가 대기업만의 잔치가 될 판이다. 반면 EU는 1975년 인증수출자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에 중소기업도 대비가 완료돼 있는 상태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가 손해 본다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하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중소기업의 FTA 준비를 도와야 하는 이유다.



 일본은 한국에 선수를 뺏긴 것을 만회하려고 뒤늦게 EU와의 FTA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가 내세우는 선점 효과가 얼마 안 가 사라질 수도 있다. 정부도, 기업도 FTA 재점검에 나서야 할 때다.



차진용 산업선임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