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비즈 칼럼] 복수 노조 해보지도 않고 재개정 요구하나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새로운 노동조합법의 재개정을 요구하고 이에 야당이 가세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는 여야 합의로 근로시간면제제도 도입과 사업장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노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새 법에 따라 노조간부의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정하는 타임오프제가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현재 거의 대부분의 노조가 이를 준수하고 있다. 새 법의 또 다른 중요한 조항인 사업장 복수노조 허용은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회사 직원이면서 노조의 일을 해도 급여를 받는 것은 어찌 보면 특별한 권리다. 양대 노총은 이러한 특별한 권리를 유지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복수노조 설립의 자유를 인정하면서 사업장 내 여러 개의 단체협약이 난립하고, 이로 인한 노사관계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단체교섭 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을 교섭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에도 노조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 노조운영의 일부 관행은 상식으로 이해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어떤 모임이라도 회원들이 낸 돈으로 모임이 운영되는 것이 상식인데,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노조간부가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받으면서 노조활동을 한다. 그 때문에 외국의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을 이상한 관행으로 지목해왔다. 또 우리나라는 헌법에서는 노조설립 자유를 인정하면서 하위법인 노조법은 한 사업장에 노조가 만들어져 있으면 다른 노조를 설립할 수 없도록 금지했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한국 정부가 노동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번번이 문제를 제기했다.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노조간부가 조합운영을 독단적으로 하기 어려워지고 근로자들이 노조를 선택할 수 있게 되므로 노조간부들이 일반 조합원을 크게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돼 노동기본권 보장의 실효성이 커진다.



 노조간부가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받아 조합활동을 하고 근로자들이 노조를 선택할 수 없는 관행은 노동운동에 대한 일반 국민의 지지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노조 일을 하면 회사 일을 하지 않고 급여를 받을 수 있으니까 노조에는 이런저런 명칭을 가진 간부가 자연히 늘어나게 된다. 또 복수노조를 만들 수 없으니까 하나의 노조에 계파가 난립하게 되고 계파끼리의 싸움은 노조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고 노사관계도 불안하게 만들어 왔다.



 노조간부에 대한 사용자의 급여지급과 복수노조 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노조법은 사회적 공감대에 의해 만들어졌다. 수많은 노사관계 전문가가 연구했고 법제도 운영의 주체인 노·사·정 대표들은 13년 동안 머리를 맞대어왔다. 그뿐만 아니라 노조법 개정 당사자인 국회는 노사의 정치적 압력 때문에 법 시행을 번번이 유보했지만 새로운 노조법은 여야가 어렵게 통과시킨 것이다. 따라서 법을 시행해 보지도 않고 재개정하면 이를 주도하는 정치권은 국민의 반발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노조운영과 노사관계 관행을 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 사용자는 물론 노조도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적어도 일반 국민의 눈높이라도 맞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 더군다나 타임오프제가 뿌리를 내리고 있고 복수노조 시행이 눈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노조법을 재개정하자는 것은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노동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