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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재정복지위원회 만들자




이재술
딜로이트 안진 대표이사


정치권에서 촉발된 복지 논쟁이 한창이다. 야당이 무상급식 등 복지 패키지로 지방선거에서 재미를 보자, 여당도 뒤질세라 감세 철회와 반값 등록금을 들고나왔다. 아직 흑자 예산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국가부채 규모도 위험수준은 아니지만, 여야가 준비하고 있는 각종 복지정책이 가져올 후폭풍에 대한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여기에 국민의 높은 기대감이 곁들여진다면 몇 년 후 일부 유럽국가와 비슷한 재정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처럼 복지의 무대가 정치권에 국한될 경우 부작용은 심각하다. 자칫 욕만 먹을 뿐 표를 얻는 데 보탬이 되지 않는 정책 과제에 대해 통상 여당은 고통을 수반하는 결정을 피하려 한다. 야당 또한 근본적 해결책을 찾기보다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게 우선이다. 여야 모두 현재의 유권자들에게 공을 들일 뿐 미래의 납세자들은 뒷전이다.

 정치권의 브레이크 없는 복지 질주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합리성과 객관성을 갖춘 의사결정 기구가 필수적이다. 재정 복지 등 국가의 명운이 걸린 사안에 대해 정치권과 관료는 물론 관련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 노사정위원회와 유사한 형태의 이른바 ‘국가 재정복지위원회’의 설립을 제안한다.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 등 원칙적 사안에서부터 무상의료보험과 차등의료보험 등 개별 정책방안에 이르기까지 이 기구를 통해 그 기대효과와 재정수지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 실행안을 마련해야 한다. 심각한 재정난에 대한 공감대 위에 영국 보수당과 자유당이 국가재정 지출에 대한 검토와 책임을 함께 하기로 합의한 것은 참고할 만한 선례다.

 위원회가 수행해야 할 일은 대략 다음과 같다.

 먼저 우리가 안고 있는 재정복지 과제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유럽의 재정위기 국가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의 패턴은 수년간 재정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갈 정책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수차례 위험의 징후가 드러났음에도 정치 지도자들이 무리한 정책에 매달리는 모습도 나타났다. 시스템상의 문제도 있다. 경제 발전과 부의 증대, 인구 구성 변화는 선거민주주의와 결합해 복지의 확대를 촉진했으며, 정치권의 포퓰리즘은 재정 수입과 지출의 불일치에 기름을 부었다.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 같은 현실을 인식하고 문제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실현 가능한 합리적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 현실 정치 구도에서 정치인들에게 정책적 판단과 실행을 일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재정적 지출을 수반하는 정책은 재정복지위원회에서 채택 여부를 독립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정 기간 내에 합의되지 않는 정책안을 자동 폐기하는 일몰제도 생각해볼 만하다.

 정부예산 집행을 사전 또는 사후에 점검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복지예산은 지방정부 예산을 합치면 100조원이 넘는다. 집행의 효율성을 높인다면 그중 10%는 절감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맞닥뜨리게 될 관료제 내부의 저항과 기존방식을 고수하려는 정치 문화적 장애물이다. 이 같은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 초기 성과가 중요하다. 비교적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절감 방안을 실행해 변화에 대한 저항을 줄이면서 혁신의 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매년 예산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예산 절감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벌써부터 내년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공약들이 양산될 조짐이 짙다. 지금이야말로 갈수록 곳간은 비어가는 데도 퍼주기를 멈추지 않다가 나락으로 추락한 일부 국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이재술 딜로이트 안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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