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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명림의 커밍스 비판, 친북의 종언이다

여전히 문제는 ‘북한을 어떻게 보느냐’다. 비밀리에 추진되던 남북 정상회담 협상을 북한이 일방적으로 폭로해 남북은 물론 동북아 정세에 파문을 던지고 있다. 이런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문제는 곧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하는 시각과 직결된다. 정치권의 진보세력인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북한의 3대 세습을 두고 분열했다가 다시 어정쩡한 재결합을 추진하면서 온갖 비난을 받고 있는 것도 북한을 보는 시각의 차이 탓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북한인권법을 두고 논란을 거듭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북한을 보는 시각의 차이는 우리 사회를 갈라놓은 이념적 숙명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현격한 시각 차이를 빚어낸 결정적 원인제공자로 꼽히는 사람이 미국의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시카고대 석좌교수)다. 그가 1981년 발표한 『한국전쟁의 기원』은 6·25에 대한 탁월한 연구업적으로 학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70년대에 해제된 미국의 한국전쟁 관련 문서를 섭렵해 기존의 연구성과를 뒤집는 해석을 내놓았다. 수정주의 이론이다. 전쟁의 책임을 남한과 미국에 돌리는 주장이다. 반대로 해방 후 북한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했다.



 커밍스의 주장은 당시 한국사회의 정치적 상황과 맞아떨어져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군부독재를 비판하는 세력들에 반미와 친북의 빌미를 제공했으며 북한체제는 분홍빛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후 진보 좌파 세력들은 친북을 넘어 주체사상을 숭배하는 종북(從北) 세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우리 사회의 이념적 대립·갈등의 악순환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명림 교수(연세대)가 커밍스의 연구를 조목조목 비판한 저서 『역사와 지식과 사회-한국전쟁 이해와 한국사회』를 곧 출간한다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박 교수는 한국전쟁 연구의 최고권위자다. 더욱이 그는 80년대 이후 커밍스의 압도적인 영향을 받으며 공부해온 진보 성향의 학자다. 그래서 그의 커밍스 비판은 북한을 보는 눈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적 상황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의 저서에 따르면, 커밍스 연구가 비판받는 결정적 이유는 시대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사회주의가 붕괴했고, 남한이 민주화되었고, 북한체제가 파탄했다. 학문적으로는 그사이 구(舊)소련과 중국의 비밀문서들이 해제되면서 한국전쟁의 나머지 반쪽을 규명할 자료가 확인됐다. 6·25는 스탈린의 지원과 마오쩌둥(毛澤東·모택동)의 동의 속에 터진 국제전임이 명확해졌다. 공산주의의 한계와 북한체제의 전근대성은 이미 역사가 증명했다.



 이제 커밍스의 수정주의, 80년대식 역사인식의 틀을 뛰어넘을 때가 됐음은 분명하다. 역사는 현재적 상황에서 부단히 재해석되어야 한다. 정확한 역사해석은 새로운 미래로 가는 길을 제시해 준다. 대한민국을 갈라놓고 있는 ‘북한을 보는 눈’을 바로잡아야 한다. 편향된 시각의 출발점이었던 수정주의 이론부터 극복해야 한다. 친북·종북의 이론적 기반은 이미 종언(終焉)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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