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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코드 맞추고 여론과 불통한 추병직, 결과는 ‘부동산 대란’




최경환 전 장관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말이 한때 유행했다. 그러나 어느 전직 장관은 결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장관은 공무원의 영혼을 불러내는 사람”이라고 했다. 장관이 제대로 소통하지 않기 때문에 공무원이 자신의 영혼을 꼭꼭 감춘다는 지적이었다. ‘나는 장관이다’ 시리즈를 마치면서 본지가 ‘소통하는 장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청와대 중심의 국정 운영으로 요즘 장관의 입지는 예전만 못하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성공하는 장관이 될 수 있을까. 행정학자들의 조언도 들어봤다.


노무현 정부의 추병직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건설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자체 승진한 장관이다. 또 정종환 전 장관 이전까지 최장수 건교부 장관이었다. 한 국토부 국장은 “내부에는 그를 따르는 후배도 많다”고 전했다. 청와대도 언론과 정치권의 비판에 굴하지(?) 않는 추 장관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부처와 청와대 울타리를 넘어가면 평가가 확 달라진다. 집이 부족해 값이 뛰는데 내내 수요 억제책만 고집했기 때문이다. 그를 잘 아는 국토부 후배 공무원은 “지나치게 청와대 코드를 의식하다 보니 불통(不通) 장관이라는 소리를 듣고 국회와 언론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추 전 장관은 2006년 10월 관계부처 협의나 투기 방지 대책 마련 없이 검단신도시 건설계획을 불쑥 발표했다. 안 그래도 불안한 부동산 시장은 활활 타올랐고, 결국 그는 그해 11월 집값 폭등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한 교수는 추 전 장관에 대해 “매우 민감한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섣부른 판단과 미숙한 정책 대응으로 부동산 대란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추 전 장관의 사례는 실패하는 장관의 공통점을 두루 담고 있다. 숭실대 행정학과 오철호 교수는 “일만 잘한다고 성공하는 장관이 될 수 없다”며 “정책 수요자와의 소통, 대통령이 아닌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소명의식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내부 직원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김영삼 정부의 박재윤 전 통상산업부(현 지식경제부) 장관은 본지 설문에 응한 행정학 교수들로부터 소통 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부처 후배들도 대부분 이에 동의한다. 익명을 원한 지경부 국장은 “부하 직원들을 전혀 믿지 않고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이라며 “기술직 자리에 행정직을 앉히는 등 경력과 주변의 추천을 철저히 무시하고 인사를 하는 바람에 조직이 쑥대밭이 됐고, 2~3년 고생했다”고 전했다.

 요즘 들어선 국회와의 소통이 아주 중요해졌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추진해도 입법이 안 되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정치인 출신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꽤 성공적이었다. 같은 정치인 출신인 최 장관에 대한 의원들의 추궁은 다른 장관에 비해 덜 매서웠다. 그래도 그는 상임위 위원들이 바뀔 때마다 식사 자리를 만들고 신경써서 관리했다. 한 지경부 관계자는 “최 장관은 지경부를 정책 부서로 바꾸겠다고 공언했고 실제로 상당히 이뤄냈다”며 “매끄러운 대국회 관계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장관은 부처의 수장이지만 국무위원이기도 하다. 자기 부처 논리에만 갇히면 좀처럼 성공하기 어렵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를 두고 “장관은 정권의 횃불을 들어야 한다”고 표현했다. 대통령과 함께 국정 전체를 보면서 이념과 이상을 공유하고 이를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청와대와의 소통에만 신경써서는 곤란하다. 최병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장관은 대통령의 꼭두각시가 아니다”며 “자기 철학을 갖고 대통령의 생각을 잘 읽으면서 자기 의견을 개진하고 설득하는 정치적 감각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함성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도 “대통령 어젠다를 따르면서도 때로는 이겨낼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큰 그림을 실행에 옮기려면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김병섭 서울대 행정대학원장은 “장관은 역사 발전의 과정에서 각 부처가 처한 시대적 과제를 정하고,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여당과 야당, 시민단체와 언론, 그리고 내부 관료 등 서로 충돌하는 다양한 요구를 조율해내는 지휘자”라고 했다.

 장관은 물러난 뒤에도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윤동윤 전 체신부 장관의 예를 들며 “떠난 뒷모습이 아름다운 장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부처 출신 장관들이 퇴임 후 로펌이나 회계법인에 취직하는 경우가 많은데, 윤 전 장관은 이를 모두 마다했다는 것이다.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장관직을 향후 정치적 행보나 미래 입지를 다지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들도 있다”며 “이는 대통령 몰래 저지르는 일종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고 비판했다.

최현철·임미진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추병직
(秋秉直)
[前] 건설교통부 장관(제13대)
1949년
박재윤
(朴在潤)
[前] 아주대학교 총장(제11대)
[前] 재무부 장관(제37대)
[前] 통상산업부 장관(제1대)
1941년
최경환
(崔炅煥)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8대)
195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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