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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만 틀어주고 “수업 끝” 우리 선생님은 ‘클릭선생님’






서울 중구 A초등학교 4년생 학부모 김모(43)씨는 최근 딸에게 준비물을 전해 주러 학교를 찾았다가 어리둥절했다. 복도를 지나는 동안 들여다본 대부분의 교실에서 학생들이 교사를 쳐다보지 않고 천장에 걸린 TV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사는 책상에 앉아 있었고, 뒷줄에 앉은 학생들은 동영상에 흥미가 없는 듯 짝과 말하고 있었다. 김씨는 “일부 교사는 TV 영상물만 틀어 놓은 채 시험 채점을 하거나 행정 업무를 보기도 했다”며 “동영상만 보려면 아이를 학교에 보낼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이 학교 3학년 박모(10)군은 “과일 자르는 모습으로 나눗셈을 설명하는 동영상을 봤는데 화면이 계속 지나가는 바람에 선생님께 직접 질문할 기회가 좀처럼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학생들은 수업 50분 중 20분 이상 동영상이 나오는 사례를 들면서 지루해진 수업 분위기를 전했다. 한 3학년 학부모는 “집중력이 약한 저학년 학생은 영상으로 나오는 기계적인 수업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동영상이 너무 빨라 받아쓰지 못해 교과서가 거의 공란”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에서 온라인 콘텐트를 이용한 수업 방식이 확산되면서 학부모와 학생의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정부에서 제공하는 교육 콘텐트 사이트인 에듀넷(edunet4u.net)과 꿀맛닷컴(kkulmat.com) 외에 사교육업체가 운영하는 사이트를 활용하고 있다. 한 사교육업체 사이트는 초등교사 14만 명이 가입해 전체 교과 교사의 90%가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이트는 컴퓨터 클릭만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교과서 자료를 애니메이션·플래시 등 인터넷 화면으로 제공한다. 한 학기당 이용료는 3만원이다.

 사교육업체가 개발한 온라인 콘텐트 사이트가 개설 3년 만에 전국 초등교실을 휩쓸자 교육 당국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보수적인 교사집단이 단기간에 사교육 서비스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온라인 콘텐트 활용 기준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장학사는 “2~3년 전부터 ‘클릭 교사’라는 말이 떠돌 정도로 교사들이 온라인 콘텐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사 대신 학급회장이 화면을 클릭하면서 수업이 진행될 정도여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물론 적절한 사용은 수업 효율을 높일 수도 있다. A초등교 6학년 유모(13)군은 “얼마 전 레몬을 이용한 전기실험을 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봤다”며 “선생님이 서툴게 실험을 보여 주는 것보다 쉽게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초등 3학년 교사 김모씨는 “음악시간에 피아노를 사용하면 아이들을 지도하고 악기를 연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온라인 콘텐트는 악보를 보여 주면서 리듬 변화까지 줄 수 있어 수업 효과가 2~3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편리함 때문에 과도한 온라인 콘텐트 의존을 경계한다. 서울교대 조주연(초등교육과) 교수는 “학생들의 창의성과 인성을 키우려면 인터넷이라는 도구 외에 더 필요한 게 있다” 고 지적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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