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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도 못 피한다 … 100m 8초 ‘살인 바람’

하늘에서 떨어지는 미사일처럼 갑자기 나타나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살인 바람’. 미국 언론이 최근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내는 토네이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토네이도 테러(Tornado Terror)’라는 말도 사용한다. 실제로 올 4~5월 두 달간 미국에서는 토네이도로 520명이 목숨을 잃었다. 토네이도 발생과 피해 상황이 제대로 집계되기 시작한 1950년 이후 가장 큰 인명 피해다.






지난달 22일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남쪽으로 260㎞ 정도 떨어진 조플린(Joplin)시. 일요일 오후 사람들이 나른한 휴일을 즐기고 있던 이 작은 도시에 초강력 토네이도가 들이닥쳤다. 토네이도가 습격하기 20분 전부터 비상 사이렌이 울렸지만 잦은 경고에 둔감해진 시민들은 대피를 외면했다. 잠시 후 초속 70m가 넘는 엄청난 강풍이 몰아치면서 이 도시를 휩쓸고 지나갔다. 토네이도는 6.4㎞ 길이에 폭 1.2㎞나 되는 거대한 발톱자국을 남겼다. 139명이 숨지고 2000여 채의 건물이 부서지면서 인구 5만 명이 사는 이 작은 도시는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까지 매년 수십 명이 토네이도로 인해 사망했다. 그러다 올 들어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첨단 기상관측시설과 예보시스템을 갖춘 미국에서 이처럼 피해가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순식간에 사라져 손을 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도 발생 20~30분 전에야 겨우 발생 장소를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시속 40㎞가 넘는 이동 속도는 100m 거리를 7~8초에 휩쓸고 지나간다. 다가오는 토네이도를 뒤늦게 발견한다면 육상 100m 세계신기록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가 달아나도 따돌리기 어렵다.

 토네이도는 한마디로 격렬하게 회전하는 공기 기둥이다. 깔때기 또는 파이프 모양으로 지표면과 공중의 두꺼운 구름층 사이에서 나타나는 게 보통이다. 토네이도는 보통 초속 50m 정도의 강풍을 동반하는데, 초속 130m가 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9월 인천 강화도에 상륙해 수도권에 큰 피해를 준 태풍 ‘곤파스’의 상륙 당시 최대 풍속은 초속 52.4m였다. 풍속만으로 따지면 태풍 곤파스도 보통 수준의 토네이도에 불과하다.

 미 해양대기국(NOAA) 산하 국립폭풍연구소 등에 따르면 토네이도의 지름은 보통 80m, 큰 것은 3㎞나 된다. 1925년처럼 350㎞를 이동한 예도 있지만 대개 몇 ㎞ 이동한 뒤 사라진다. 공주대 권혁조(대기과학과) 교수는 “태풍에 비해 토네이도는 수명이 워낙 짧아 이동 경로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토네이도가 생성되는 동학(動學·

메커니즘)은 아직도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험적으로 볼 때 뇌우(thunderstorm), 즉 천둥·번개·폭우를 동반한 거대한 폭풍우 속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거대한 뇌우 구름 속에 회전하는 공기 덩어리인 메조사이클론(mesocyclone)이 존재할 경우 20% 정도가 토네이도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화여대 박선기(국지재해기상예측연구센터 소장) 교수는 “상층의 강한 바람과 하층의 약한 바람이 만나면 두 바람 사이에서 공기 덩어리가 회전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두 손바닥 사이에 연필을 끼우고 손바닥을 비빌 때 연필이 돌아가는 것처럼 수평으로 드러누운 메조사이클론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메조사이클론은 어느 순간 수직으로 벌떡 일어서게 된다. 지표면이 차등 가열돼 더 많이 뜨거워진 쪽에서 상승기류가 생긴 탓이다. 그런 상태에서 메조사이클론의 아랫부분이 고속 하강기류의 영향으로 지표면까지 늘어지면 토네이도가 된다. 전체 높이 10㎞ 이상 되는 메조사이클론 중에서 통상 지표면에서 1㎞ 정도까지가 토네이도다.

 국내에서도 1964년 9월 토네이도가 관측됐다. 서울 강남 신사동 근처에서 뚝섬을 지나 지금의 팔당댐 부근까지 스쳐 지나간 것이 한국기상학회에 정식 보고됐다. 또 80년 7월 경남 사천 지방을 스쳐간 토네이도는 외양간에 있던 황소를 20m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떨어뜨렸는데, 황소가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후 나흘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88년 10월에는 ‘용오름’이라 불리는 해상 토네이도가 울릉도 부근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토네이도는 유독 미국에서만 자주 발생한다. 연 1200회 정도로 하루 평균 세 차례가 넘는다. 미국에서 토네이도가 빈발하는 것은 기후와 지형 탓이다. 로키산맥을 넘어 북서쪽에서 들어오는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동쪽 멕시코만에서 불어온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대평원에서 충돌하면서 토네이도가 만들어지기에 좋은 조건이 형성된다는 게 NOAA의 설명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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