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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뒷간 정원’이 세계 최고 꽃박람회서 1등한 이유




비움의 철학이 담긴 해우소. 황지해 작가는 “한국에서 지은 건물, 돌멩이를 나르는 것도 힘들었지만 식물을 통관시키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국 토종 식물은 8종밖에 들여오지 못했다. [조성희씨 제공]





황지해

똥 귀한 줄 알던 시절이 있었다. 퇴비가 된 똥은 다시 먹을 것을 키워냈다. 인간이 자연의 순환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잊혀진 그 시절의 뒷간이 세계적인 꽃 박람회에서 빛을 발했다. 24~28일 런던에서 열린 ‘2011 첼시 플라워쇼’의 아티즌(artisan) 정원 부문에서 우리나라 작가 황지해(36·환경미술가그룹 뮴 대표)씨가 최고상(금메달)을 받았다. 작품명은 ‘해우소(Hae woo so)’. 부제는 ‘마음을 비우다-한국의 전통 화장실’이다.

 허리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소박한 뒷간, 그리로 이어지는 좁은 길, 이끼가 낀 전통 담벼락, 그 담벼락 사이에 뚫린 바람길. 작은 공간이지만 한국적인 것을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버려진 듯 놓인 똥장군, 사기 등잔으로 만든 소박한 조명은 물론이요 토종 흰 민들레, 더덕 등 한국의 풀과 나무도 하나같이 외국인 눈엔 이국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생명의 환원과 비움의 철학이 담긴 이 작은 정원은 BBC에서 하루 네 번이나 방송이 됐다. 카밀라 콘웰 공작부인 등 로열 패밀리도 극찬했다. 작품은 영국 그린피스에 기증돼 그 앞마당을 지키게 된다.

 -화장실을 정원으로 꾸미게 된 건.

 “옛날에는 집집마다 저런 화장실이 하나씩 있었잖아요. 옛날 엄마들은 정말로 할 일이 많았어요. 화장실 가는 길이 엄마들의 유일한 티타임이었죠. 해우소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몸과 마음을 비우는 공간이었어요. 그런 전통 화장실에 담긴 철학을 정원으로 구현하고 싶었어요.”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진 않았는지.

 “처음 기획안을 제출했을 때 심사위원들이 ‘농담 아냐?’라며 박장대소했대요. 그런데 웃을 일이 아니다, 정원의 발전적인 요소가 담겨 있다는 결론이 나서 초청을 받았죠. 아티즌 부문에 전세계에서 응모한 수많은 작가 중 45명이 선택됐고, 그 중 7명이 전시 허락을 받았어요. 거기서 금메달을 땄는데, 처음 출품한 작가에게 상을 준 건 정말 이례적인 일이래요. 심사위원들이 ‘한국의 정원을, 너의 생각을 보여줘서 정말 고맙다’고 했어요.”

 -지극히 한국적인데.

 “심사위원들은 ‘conservative(보수적인·보전하는)’라 말하더군요. 일본의 정원이 빗물 떨어지는 자리까지 계산해 만드는 인위적인 것이라면, 한국의 정원은 나무도 큰 바위도 치우지 않고 자연에 순응하죠. 그런 특징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한국은 아파트가 지배적이다. 개인이 정원을 가꾸는 문화는 찾기 어렵다.

 “곧 문화가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옛날 엄마들의 마음 속에는 정원이 하나씩 있었어요.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주려고 텃밭을 가꿨잖아요. 세련되게 표현하지 못한 것뿐이죠.”

 -내년에도 출품하는지.

 “스폰서만 해결되면 쇼가든(Show garden·대형 정원) 부문에 출품하고 싶어요. 첼시 플라워 쇼의 후원 효과가 15억 원에 이른다는데, 우리나라만 잘 모르고 있어요.”

 -어떤 컨셉으로 꾸미고 싶은지.

 “DMZ를 주제로 하고 싶어요. DMZ에서만 자라는 식물이 있거든요. 앞으로 정원에서 할 이야기가 정말 많아요. 저 가든에 분청을 던져 놓으면 우리나라 분청 작가를 소개할 수 있는 거고, 은수저를 던져놓아도 좋고요. 일본의 젠(禪) 스타일이 그렇게 알려진 거잖아요.” 

런던=이경희 기자

◆첼시 플라워 쇼(Chelsea Flower Show)=영국왕립원예학회(The Royal Horticultural Society)가 주관하는 180년 전통의 꽃 축제. 새로 개발한 꽃, 여러 스타일의 정원, 가드닝 제품 등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매년 17만 명이 찾아온다. 평일 종일 관람권이 약 9만원으로 고가임에도 일찌감치 매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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