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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예측 못할 농산물 가격 파동 … 계란·수박값의 비밀과 과학

농축수산물 값이 불안정하다. 지난해 한 통에 1만원이 넘는 배추를 경험한 소비자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불어닥친 조류인플루엔자(AI)의 여파로 계란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반면, 닭값은 약보합세다. 당장 봄뿐 아니라 보름가량 앞당겨진 추석 탓에 벌써부터 가을 과일값 폭등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답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일부 대형 유통업체는 과학적인 생산량 예측 자료를 무기로 예년보다 저렴한 값에 수박을 내놓았다. 고물가에 가슴 졸여야 하는 소비자를 위한 청신호다.


계란값의 비밀 지난해 11월 1834원 하던 계란 10개 값은 5월 현재 2118원이다. 6개월여 사이 15% 올랐다. 지난해 5월에 비하면 26%가량 오른 가격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가격 오름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6~8월 계란 가격은 지난해 대비 19~49%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사육 개체수 감소로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AI(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매몰 처분된 닭이 늘면서 산란용 닭의 개체수가 지난해보다 1.7% 감소했다. 이에 따라 계란 생산량도 지난해 동기 대비 2.5% 감소할 것으로 농촌경제연구원은 내다봤다.






 공급은 줄었는데 수요는 오히려 늘었다. 구제역 여파로 돼지고기 대신 계란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 탓이다. 일본의 방사능 유출 사고로 수산물 대신 계란을 사는 사람도 늘었다.

 하지만 정작 닭고기 값은 안정세다. 5월 닭고기 값은 한 달 전에 비해 900원가량 하락했다.

 심지어 “공급 과잉이 가시화된 만큼 자율적 수급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닭고기용 닭을 키우는 농가 역시 AI로 인한 매몰 처분 피해를 보았다. 그런데도 가격이 엇갈리는 이유는 ‘사육기간’에 있다. 닭고기용 닭은 30일 정도 키우면 바로 상품화가 가능하다. AI로 인해 줄어든 개체수를 짧은 시간 안에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6월 닭고기용 닭 개체수는 전년에 비해 8.3%나 증가한 상태다. AI로 인해 줄어든 개체수를 회복하는 단계를 넘어섰다.

 반면에 산란용 닭은 사육기간이 1년6개월 정도로 닭고기용 닭의 18배가량 길다. 개체수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다.

 수입 여부도 이 둘의 운명을 가른 원인이다. 6월 닭고기 수입량은 전년보다 12.1% 증가한 1만2662t. 구제역 등의 여파로 닭고기 값이 오르자 정부가 지난달부터 두 달간 닭고기 5만t에 대해 무관세 수입을 허용한 까닭이다.

 하지만 계란은 수입이 거의 되지 않는다. 깨지기 쉬워 가공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유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 신선란 상태에서 소비되는 만큼 수입할 여지가 없다. 실제로 대한양계협회 조사에 따르면 2009년 현재 계란의 자급률은 99.7%에 달한다.

국내 생산량이 줄어들 때 가격이 오르지 않게 지지해줄 대체품이 없는 게 바로 계란이다. 그 때문에 식품업체와 식당 등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계란을 쓰고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구제역으로 돼지고기 값이 오르더니 그 여파가 연쇄적으로 다른 곳으로 번지고 있다. 원가 상승으로 인한 가격 상승 압력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수박값의 과학 충남 논산에서 1만1281㎡ 규모의 수박 농사를 짓고 있는 홍천표(63)씨는 요즘 일할 맛이 난다. 수박값이 한 통에 1만5000원을 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3개월 전만 해도 이웃들은 홍씨를 말렸다. 1~2월 월동배추 가격이 포기당 4800원까지 올랐던 것이다. 이웃들은 “또 배추 파동이 오는 것 아니냐”며 다들 배추를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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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씨가 배추 대신 수박을 심은 건 이마트 측이 계약재배를 제안해 왔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당시 논산과 대구 일대 165만㎡ 규모의 밭을 대상으로 수박 100만 통가량의 계약재배를 성사시켰다. 대규모 계약재배를 가능케 했던 것은 올여름 수박 수확량이 20~30% 줄 것이란 과학적 예측의 힘이었다. 예측은 수박 종자 판매량에서 나왔다. 이마트 수박 담당 이호정(37) 과장은 지난 2월 전국의 대형 종묘장 7군데를 조사했다. 농가에서 수박 종자를 예년보다 30%가량 덜 매입하고 있었다. 바로 각 지역 협력업체를 통해 파종 상황을 확인했다. 수박에서 배추로 갈아탄 농가가 적지 않았다. 이 과장은 올여름 수박 수확량이 줄어들 것임을 직감하고 계약 재배를 서둘렀다.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7만여 종의 상품 중 6월 최다 판매 품목은 수박이다. 수박을 확보하지 못하면 전체 매출에도 큰 타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과장은 전국 협력사 20여 곳에 전화를 돌렸다. 홍천표씨 역시 협력사인 논산시유통공사를 통해 계약했다. 이마트가 평소 공을 들여온 거미줄 같은 농가 관리 시스템이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사실 지난해에도 계약재배를 진행했다. 하지만 품질 관리엔 실패했다. “수박이 맹탕이니 환불해 달라”는 고객 항의가 빗발쳤다. 그래서 올해부터 당도 검사를 2단계로 세분화했다. 수확 전 밭에서 수박 한두 개를 골라내 당도 검사를 한다. 이 검사에서 11브릭스(당도 단위) 이상 수치가 나와야 해당 밭에 대한 수확을 실시한다. 그리고 포장 단계에서 기계를 통해 ‘비파괴 당도 검사’를 한 차례 더 한다. 이마트 과일팀에는 이 과장 같은 바이어가 11명이다. 11명은 계절을 고려해 과일을 나눠 맡아 수확량 예측에서 재배까지 모든 과정을 전담한다. 참외·사과·자두를 한 명이, 토마토와 잡과(매실·살구 등)를 한 명이, 딸기·복숭아·포도를 한 명이 전담하는 식이다.

 정확한 예측과 계약재배·사후관리·책임전담제 같은 시스템이 갖춰진 것은 지난해 ‘실패’의 학습 효과다. 이상기후로 모든 과일이 물량이 부족했고 값은 비싸면서도 맛은 없어 곤욕을 치렀다. 이 과장은 “올 6월 수박 시세는 지난해보다 비싸지겠지만 이마트에선 시세보다 30%가량 싸게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관리할 수 있으면 위기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대응 시스템 구축에 매달린 덕분”이라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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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