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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21세기 농지개혁’은 무엇일까




배영대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제기한 ‘반값 등록금’ 이슈가 화제다. 여당의 차기 대권 유력 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는 진작부터 ‘생애 맞춤형 복지’라는 정책과제를 내놓은 바 있다. 또 한반도선진화재단 박세일 이사장이 주도해 오는 6일 발족하는 ‘선진통일연합’은 남북한 통일의 당위성을 보수적 입장에서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측이 진보적 의제를 선점하는 일종의 ‘이념 해체’ 현상이 새롭게 일어나는 것일까. 역사적으로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하다. 대한민국 복지정책의 원조라할 만한 농지개혁이 보수 우파의 손에 의해 실행됐다는 점을 참고할 만하다. 진보적 의제인 농지개혁을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전격 수용했다. 이승만이 농지개혁에 소극적이었다는 주장이 한때 유행했다. 그 같은 주장이 오류였음이 이제 학계의 정설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대한민국이 60여 년이란 짧은 시간에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과를 이뤄낸 기초로 농지개혁을 꼽는 이가 적지 않다.

 대한민국이 건국되던 20세기 중반 남한 인구의 70% 이상이 농민이었다. 그 가운데 절대 다수인 83%가 소작농이었다. 정치·사회적 갈등의 중심에 농지 문제가 놓였다. 농지개혁은 당대의 핵심적 과제를 피하지 않고 풀어내는 일이었다. 농지개혁은 한국 사회의 지형을 바꿔놓았다. 지주와 양반 계층이 해체됐다. 농지를 갖게 된 대다수 농민들은 신생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의식을 갖게 됐다. 그들의 땀과 노력은 대한민국을 일구는 밑거름이 됐다. 6·25 남침 이후 김일성과 박헌영의 기대와 달리 남한에서 대중 봉기가 일어나지 않은 것도 농지개혁 덕이었다.

 초대 농림부 장관 조봉암을 기억해야 하지만, 공산주의자였다가 전향한 그를 장관에 임명한 이승만의 리더십을 간과할 수 없다. 제헌헌법에 “농지는 농민에게 분배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 또한 제헌국회 의장으로 헌법 제정을 총괄한 이승만의 역할을 다시 보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대목이다.

 조봉암을 발탁한 이유에 대해 이승만은 그의 친구이자 정치고문이었던 로버트 올리버 박사에게 “농민을 장악하기 위해서”(1948년 8월 4일자 편지)라고 말한 바 있다. 좌파들이 내건 ‘무상몰수 무상분배’의 농지개혁 방식에 기운 농민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승만은 “공산혁명을 막기 위해서라도 시급히 농지개혁을 해야 한다”(서울신문 48년 12월 7일자)고도 했다.

 20세기 농지개혁이 그랬듯이 향후 대한민국을 탄탄대로에 올려놓을 ‘21세기 농지개혁’은 무엇일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이는 2012년 선거를 앞두고 있다. 보수 측이 진보 의제를 수용하는 듯한 모습은 그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농지개혁에 비하면 ‘반값 등록금’은 작은 일이지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이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다투는 일과 비교하면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누가 보수고 누가 진보인지 모르겠다. 적어도 국민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상식과 소통하려는 자세가 돋보인다.

배영대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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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