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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없이 지원해야 창의적 연구 … 노벨상도 나오죠”





조금 보태 말하면, 네이처·사이언스 같은 최고 권위 학술지의 고정 필진이라고나 할까. 1일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리는 ‘2011년 호암상’ 시상식에서 과학상을 받는 하택집(43·사진) 미국 일리노이대 물리학과 교수 얘기다.

과학자들이 평생 한두 번만이라도 논문 싣기를 꿈꾸는 네이처·사이언스·셀에 그는 최근 5년간 10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하 교수는 그 비결이 “과학자들이 마음껏 창의적인 연구를 하게 하는 지원제도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다.

그는 하워드 휴즈 연구소로부터 매년 100만 달러(약 11억원)의 연구비를 받고 있다. 이 돈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하고 싶은 연구를 하는 데 쓰면 된다.

하 교수뿐 아니라 300여 명의 미국 과학자들이 이 연구소로부터 이런 연구비를 받고 있다. ‘연구 과제’를 공모해 연구비를 주는 게 아니라, 뛰어난 과학자를 선별해 조건 없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도록 돈을 대주는 것이다.

하 교수는 “조건 없는 연구비 덕에 실용화 가능성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다”며 “하워드 휴즈 연구소의 지원을 받는 과학자 중에 거의 매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하 교수는 ‘형광 공명에너지전달’이라는 물리학 기술을 이용해 단백질 분자들의 기능을 밝히는 연구를 주로 했다. 호암상을 받게 된 것도 이 연구 때문이다. 그는 “호암상은 그간 저명한 과학자들만 받아왔는데 나도 같은 반열에 오른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상 소식 말고도 그를 기분 좋게 만든 것이 또 있다. 일리노이대 교수들에게 호암상을 받는다고 했더니 처음엔 다들 멀뚱한 반응이었다. 호암상이 뭔지 몰라서였다. 그래서 “삼성이 창업주를 기리기 위해 만든 상”이라고 설명을 하자 “삼성이 주는 거면 대단한 상이겠네”라는 축하가 쏟아졌다고 한다.

 하 교수는 “외국인들이 한국 기업인 삼성을 높이 평가하는 것에 우쭐해졌다”고 말했다. 그 때 옆에서 부인 명수아(40) 일리노이대 생명공학과 교수가 거들었다.

 “진짜 그런 소리 들으면 우쭐할 사람이예요. 가끔 학생들을 집으로 초대하는데, 독일·터키 학생들이 자기 나라 자랑을 하면 질세라 나서서는 한국 예찬론을 늘어놓는답니다. ‘한국이 얼마나 정보기술(IT)이 발달했는지 아느냐, 인터넷은 또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요.”

 하 교수에게 “왜 제자들에게 그런 말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IT 발달한 게 사실 아닙니까.”

 자신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앞서 말했듯 하워드 휴즈 연구소의 지원을 받는 과학자들 300여 명 중에 거의 매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옵니다. 그러니 내가 300살까지 살 수 있다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글=권혁주,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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