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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대마의 생사, 하늘에 맡긴다

<준결승 2국>
○·김지석 7단 ●·구리 9단





제8보(73∼88)=바둑이 좋아지면 느슨해지는 구리 9단. 그 습성이 또 도지는 바람에 형세가 야릇해졌다. 공격은 쉽지 않고 그렇다면 흑도 큰소리칠 게 하나도 없게 된다. 과연 바둑은 그렇게 흘러간다. 76까지 대마는 중앙에서 한 집이 났다. 이 한 집이 보석과 같아 대마는 사정권에서 벗어난 느낌이다. 하나 이때 묘한 일이 벌어진다. 77로 밀었을 때 김지석 7단은 78, 80을 선수했는데 그 직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백이 선수로 신나게 한 것 같은데 왜 얼굴이 빨개졌을까.

 81까지 받아 준 뒤 ‘참고도 1’ 백1로 두어도 이곳은 흑2의 끼움 수가 있어 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참고도 2’처럼 두었으면 이곳에 한 집을 만들 수 있다. 당장 이곳에 집을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 한 집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그 점에서 78은 대실수다. 78은 대마의 퇴로를 자진해 없애 버렸고 그 바람에 이후의 모든 행마가 살얼음 밟듯 위태롭고 괴로워졌다.

 82로 달아날 때 83~87 같은 강수를 둘 수 있는 것도 대마가 멱살을 잡혀 있는 탓이다. 88은 눈감고 둔 강수. 흑A로 뻗게 하면 어차피 집으로 진다. 88로 잡아 두고 대마의 생사는 하늘에 맡기는 것-승부에선 흔히 나오는 스토리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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