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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스페셜 - 월요인터뷰] 검찰과 신경전 조현오 경찰청장





‘경찰 수사개시권 명문화’ 갈등 계기로 만나보니
“검찰, 출신의원 통해 국회 논의 뒤집어”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 간 신경전이 날카롭다. 지난달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사개특위)는 형사소송법에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기로 했다. 조현오(56) 경찰청장은 29일 사개특위 안에 대해 “경찰이 이미 강도·절도 등 대부분 사건을 스스로 수사하는 현실을 법제화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 청장은 “현실과 법이 다르게 돼 있던 것을 맞게 고치자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이라는 용어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검찰 지휘를 받지 않겠다는 건가.



 “우선 국가기관들이 조직의 이익을 위해 아귀 다툼을 벌이는 것처럼 비쳐져 국민께 송구스럽다. 검찰 수사지휘 안 받겠다고 한 적 없다. 검찰은 인권보호기관으로서 경찰을 통제하는 것이 존재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경찰은 독자적으로 수사 개시도 하고 진행도 하며, 진행 단계에서 판사의 결정을 받을 필요가 있으면 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한다. 우리는 이런 현실을 그대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



 -그러면 검찰은 왜 반발한다고 보나.



 “현행법대로 하면 법 집행기관인 경찰이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활동을 하는 거다. 검찰의 지휘를 받아 수사하도록 돼 있는데 검찰 지휘 안 받고 먼저 수사하는 경우가 더 많다. 검찰은 국회에서 1년3개월간 논의한 내용을 일부 검사 출신 국회의원들을 통해 뒤집으려 하고 있다. 이건 잘못됐다. 검사들도 양식이 있는 분들이고 개인적으로 만나 설명하면 다 이해한다. 검사 개인과 검찰 집단의 입장이 상당히 다르다. 조직 이기주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보다 어떤 제도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가 생각하면 문제가 쉽게 풀릴 거다.”



 -조 청장도 경찰 간부들에게 조직적으로 움직이라고 하지 않았나.



 “현재 사개특위에 경찰 출신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다. 검찰은 검사 출신 국회의원들을 통해서 은밀하게, 일반 국민들 눈에 띄지 않게 자신들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경찰은 그런 수단이 없지 않나. 그래서 적극적으로 각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알리라고 했다.”



 -검찰은 조 청장의 ‘직(職)을 걸라. 몸을 던지라’는 발언에 대해 ‘조폭 아니냐’고 했다.



 “자꾸 싸움을 붙이는데…. 그건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다. 현실을 반영한 수사개시권만이라도 법제화해 달라는 게 경찰 조직만을 위한 것이고 국민 이해관계와 배치된다면 국민들이 알 것 아닌가. 검·경관계를 주종관계, 심지어 노예관계로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경찰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유능한 경찰관 중 이런 검·경관계에 환멸을 느껴 수사업무를 포기한 사람도 있다. 유능한 수사 경찰이 이렇게 이탈하면 그 손해는 누구에게 돌아가겠나.”



 -수사권 조정을 하면 일반 국민은 뭐가 좋은가.



 “이를테면 청소년들이 오토바이에 대한 호기심에 또래끼리 어울려 물건 훔치고 하는 사건이 있다고 하자.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권을 가지면 과감하게 훈방해 전과자 양산을 줄일 수 있다. 수사 역량을 향상시켜 경찰이 국민들에게 인정받는 모습으로 다가간다면 국민들이 많은 혜택을 볼 것이다.”



 -수사권 조정은 어느 정도까지 돼야 하나.



 “지금은 현실을 그대로 법제화하자는 것이지 수사권을 추가로 갖자는 게 아니다. 이번 논의를 수사권 조정의 전기, 시발점으로 삼겠다. 현실을 법제화하는 것 갖고도 이리 난리인데 지금 단계에서 더 얘기는 않겠다.”



 -국민 여론은 검·경 중 어느 쪽을 더 지지한다고 보나.



 “둘 다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고 본다. 그래서 내가 경찰의 국민 신뢰 제고를 위해 수사 담당관 교체 제도를 도입했고, 부패 유착 고리 끊기 위해 일선 수사팀에 젊은 간부들과 여성을 전면 배치했다.”



 -논란이 되던 ‘화살표 3색 신호등’ 정책을 접었다.



 “화살표 3색 신호등 시범운영은 지난 60년 동안 해 오던 교통법령 개정작업 절차에 따랐다. 하지만 많은 국민이 ‘현 신호등이 불편하지 않고 문제가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왜 바꾸자는 거냐’고 했다. 이게 문제의 핵심이다. 경찰이 홍보도 소홀했고, 소통도 제대로 하지 않은 점 인정한다. 내가 입버릇처럼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경찰 활동을 하자고 했는데 그냥 밀어붙이는 건 국민을 위한 경찰 활동으로 볼 수 없다.”



 -언론에서 추적 보도를 하자 정책을 접은 사례는 근래 들어 없는 것 같다.



 “국민을 위한 국가기관인 경찰이 많은 국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옳으니까 나를 믿고 따라오기만 하라’고 하는 건 옳지 않다.”



 -유성기업 파업에 신속하게 대처했는데.



 “경찰은 법 집행기관이다. 불법행위가 있으면 당연히 법 집행을 해야 한다. 사측이 공장에 들어가려는 걸 물리력으로 통제한 건 명백한 업무 방해다. 유성기업이라는 일개 기업의 파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컸나. 경찰이 정보활동을 해보니 유성기업 노조원 다수가 순순히 농성을 풀고 걸어나가겠다고 했다. 시일이 더 지나면 의식화 작업을 하고 화염병 만들고 휘발유, 시너 뿌려놓고 불지른다. 현장의 경찰 지휘관이 시간을 더 달라고 했지만 나는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해 신속하게 공권력을 투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강연 동영상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다.



 “더 이상 얘기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



 -내년 총선에 출마할 거라는 소문이 있다.



 “현재 경찰 출신 의원은 딱 한 명이다. 수사권 조정 논의를 보다 보니 검사 출신에 비해 너무 적다. ‘13만 경찰’을 감안하면 경찰 출신이 더 많이 국회 들어가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나는 현재 경찰청장 하기에도 역부족이다. 지금은 그런 생각할 겨를이 없다.”



 조 청장은 어려서부터 꿈이 경찰관이었다고 한다. “소방서 담벼락에 올라가서 동래경찰서 경찰관들이 훈련받고 조회하는 것을 구경했죠. 제복 입고 다니는 게 그렇게 부럽더군요.” 고교 때 경찰대학(당시는 간부후보생 1년 과정)에 가려고 했지만 입학 요건이 ‘군필’이라 일반 대학에 진학했다.



 조 청장이 외무부에 들어간 지 3년째 되던 1984년 같은 외교관 선배이던 허준영 전 경찰청장(현 코레일 사장)이 경찰로 옮겼다. 가능성이 보였다. 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경찰에도 사시·행시뿐 아니라 외시 출신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경찰 관계자가 의사를 타진하자 조 청장은 바로 승낙했다.



 외교관 시절 조 청장은 외무부 동구과에서 근무했다. 88~89년 우리 정부가 당시 공산권이던 동유럽 국가와 수교를 추진할 때다. ‘북방정책’이라는 당시 노태우 정부의 핵심 과제를 맡아 밤새도록, 명절도 없이 일했다. 유고슬라비아 수교 교섭단의 일원으로 현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조 청장은 “북한 공작원들이 있어서 참 살벌했었다”고 회고했다.



글=이가영·박성우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수사권 조정=현행 형사소송법 196조 1항은 ‘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해야 한다’고 돼 있다. 국회 사개특위는 원래 이를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식할 때엔 범인과 범죄사실, 증거를 수사해야 한다’로 바꿔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도록 했다. 하지만 최근 사개특위 내부에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왔고, 조현오 경찰청장은 “총경 이상 경찰 간부는 직을 걸고 경찰 입장을 관철하라”고 지시했다. 여기에 김준규 검찰총장이 “조직만을 위해 직위를 거는 것은 바른 자세가 아니다”고 해 검찰과 경찰 간 논쟁이 벌어졌다.



부산고·고려대 출신 … 외교관 9년차에 경찰 특채



조현오 청장은




부산고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1981년 외무고시 15회에 합격해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89년까지 외무부에 근무하다 90년 경정으로 경찰에 특채됐다. 이후 부산·경기·서울경찰청장을 거쳐 지난해 8월 30일 제16대 경찰청장에 취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천안함 유족이 ‘동물처럼 울부짖는다’고 한 발언이 국회 인사청문회 때 논란이 됐다. 취임 이후에는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각종 정책에 대해 대국민 간담회를 수시로 열고 있다. 집회·시위 문화를 바꿨고, 인사·부패 등과 관련해 경찰 내부개혁을 이끌었다는 것이 그가 내세우는 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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