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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기획임신









국가 정상의 가족, ‘퍼스트 패밀리(First Family)’는 늘 관심의 초점이다. 그래서 대통령·총리가 믿음직한 남편과 아빠의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하면 전폭적인 신뢰를 얻기 마련이다. 36세의 바람둥이 존 F 케네디가 황금 같은 독신생활을 버리고 재클린과 결혼한 것도 정치적 야심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믿음직한 가장의 이미지를 쌓기 위해 기품 있는 아내가 절실했다는 거다. 빼어난 패션감각을 자랑했던 재클린은 프랑스어까지 능숙하게 구사하며 남편의 큰 정치적 자산이 됐다. 천진난만한 아들·딸도 백악관에서 뛰놀며 영화처럼 예쁜 장면을 연출, 아빠의 인기를 치솟게 했다.



 가정사에서 자식 얻는 것만큼 큰 기쁨도 없다. 여염집도 그럴진대 과거 왕조의 승계를 뜻했던 왕비의 잉태는 경사 중 경사였다. 하여 조선시대 때 비빈(妃嬪)이 임신하면 본인은 물론 처소 담당 내관·상궁·나인까지 상을 내렸다.



 절대왕정이 사라진 요즘도 왕실의 임신과 출산은 주요한 뉴스거리다. 비운의 영국 전 왕세자비 다이애나와 외교관 출신의 일본 왕세자비 마사코가 아이를 갖고 낳을 때마다 그랬다.



 반면 대개 원숙한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는 탓에 퍼스트 레이디가 임신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222년간 대통령 44명을 배출한 미국에서도 기껏 두 번이다. 22대 글로버 클리블랜드와 35대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이 그 주인공들이다. 클리블랜드가 재임 중 딸을 갖게 된 사연은 특이하다. 48세 독신남으로 취임했던 그는 옛 여자친구의 딸에게 마음을 빼앗겨 1년 후 25년 차이가 나는 21세의 프랜시스 폴섬과 결혼한다. 여자친구는 자신에게 청혼하지 않은 데 분개했지만 결국 마음을 풀고 딸의 결혼을 허락했다 한다.



 어쨌든 두 젊은 영부인의 임신은 큰 경사로 여겨졌고 남편들의 인기도 덩달아 올랐다. 불행히도 재클린이 낳은 둘째 아들 패트릭은 이틀 만에 숨진다. 반면 클리블랜드의 딸 에스더는 전국적인 관심 속에서 무사히 태어났다. 이에 미국인들이 얼마나 기뻐했는지 그 이후 에스더란 이름은 딸을 낳은 부모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아내 카를라 브루니가 임신했다는 소식이다.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기획 임신이란 얘기가 돌 정도로 사르코지에겐 큰 호재가 분명하다. 그럼에도 경제난 등으로 그의 재선을 낙관 못할 처지라 브루니의 잉태가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남정호 국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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