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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땐 37회 방중, 북·중 특수성 알아야 대북 정책 진전”

김일성(오른쪽)이 1991년 10월 생애 마지막 중국 방문에서 당시 중국 공산당 총서기였던 장쩌민의 환영을 받고 있다. 김일성은 난징에서 장쩌민과 정상회담을 한 후 장쩌민의 안내로 양저우를 방문했다. 김정일은 아버지의 20년 전 방문지인 양저우와 난징을 이번 방중 동선에 포함시켰다. [중앙포토]
▶김명호=언론 보도는 처음에는 북한이 다급하게 구걸하러 간 것처럼 쓰더니 점점 바뀌더라. 김정일이 저렇게 중국에 다니는 걸 의아하게 생각하는데, 꼭 무슨 긴급한 의제가 있어서 간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북한은 예전부터 늘 그래왔다. 김일성은 중국을 몇 차례 방문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자주 드나들었던 것 같다. 마오쩌둥(毛澤東·모택동)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구술이나 회고록을 보면 김일성이 마오쩌둥을 비롯해 그의 측근들과 얼마나 친했는지 알 수 있다. 갑자기 불쑥 찾아가서 마오쩌둥과 같이 밥 먹고 뱃놀이 하고, 어디 가자고 해서 같이 다니고 했던 것 같다.

▶유상철=중국 당국자들로부터 들은 바에 따르면 김일성은 공식, 비공식을 합쳐 모두 37차례 방문했다고 한다. 그만큼 김일성 시절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특수’했다는 얘기다.

▶김=중국 우한(武漢)에서 공산당 중앙위원회 회의를 열 때 김일성이 현지에 갔었는데, 마오쩌둥과 김일성이 나란히 서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을 맞이했다. 이건 대단한 얘기다. 남이 아니란 얘기 아니냐. 그러니까 북·중 관계라는 게 한 번 삐그덕댔다고 깨지는 사이가 아니다. 이걸 어디에 비유할까 고민했는데, ‘중국에 북한은 본부인이고, 한국은 잠깐 사귄 여자친구’라고 보면 꼭 맞는 것 같다. 중국이 한·중 수교 맺고 한국과 가까이 지낼 때 북한이 서운했겠지만 대놓고 표현한 적이 없고, 중국 역시 북에 미안해하고 그런 거지. 그래도 중국이 조강지처를 버리지는 않을 거다.

대담 중인 김명호 교수(오른쪽)와 유상철 소장.
▶유=지금은 김일성 시절과는 다르지 않나. 김정일도 부친 때처럼 편히 중국을 다니고 싶어 했는데, 장쩌민(江澤民·강택민) 주석 시절부터 “앞으로 방중할 때는 당 대 당으로 공식 절차를 밟아오라”고 얘기했다. 특수 관계였던 시대는 지나가고 정상적인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바뀌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그래도 두 나라가 서로 각별한 신경을 쓰는 건 사실이다. 지난해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가 평양에 갔을 때 영상을 보니 후진타오도 불편해 할 정도로 환영하더라. 평양을 지나가다가 중간중간 후진타오 일행이 섰는데 그때마다 내리면 서커스가 벌어지고, 춤판이 서고 했다.

▶유=이번 방중에서 가장 큰 건 경제 문제라고 보는데.

▶김=중국은 몇 천 년 동안 변방국가가 어려울 때는 도와줘야 한다는 게 하나의 의무처럼 돼 있다.

▶유=그건 중국의 선의도 있겠지만, 북한의 안정이 중국에도 큰 도움이 되니까 도와준다는 실리적 차원도 있을 것이다. 후계 구도를 인정받으러 갔다는 해석은 어떻게 보는지.

▶김=김정일이 베이징에 가는 것을 후계자 문제로 해석하는 것은 우리 경험에 바탕한 것 아닌가. 우리나라 대통령 후보가 되면 미국 가서 한 번씩 인사하고 오니까….

▶유=나도 비슷한 생각이다. 북한 자존심이 후계자 문제를 중국에 승인 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도 북한의 후계 문제에 관여할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북이 중국에 승인 받으러 가는 것이라는 분석은 우리 측의 희망사항인 것 같다. 방중 때마다 전용 열차를 이용하는데 이런 식으로 일주일 정도 가면 100억원이 든다고 한다. 이런 행보에 대해 중국 내 네티즌들은 환영하지 않는 것 같다. 중국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것 중 새로운 변수가 일반 네티즌인데, 북한에서도 중국 네티즌의 마음을 사는 외교 전략이 필요하지 않나.

▶김=기차 타고 다니는 게 그냥 다니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중국 지도자들과 회담들이 계속 벌어지는 것이라 봐야 한다. 과거 김일성 방중 때에도 단둥에서부터 중국 관계자들이 기차에 함께 탔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연예인이 지나가면 불편하고 시끄러우니까 불평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근데 한국에서 그런 걸 너무 전체적인 것처럼 떠드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유=한국 국내에선 북·중 관계의 긴밀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김=중국은 북한을 작은 변방국가 중 하나로 보는 게 아니다. 단순한 우방의 차원을 넘어선다. 천안함 사건이 났을 때 우리가 중국에 북한을 압박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중국이 쉽게 나설 수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과 수교 이후에 긴밀한 관계를 가졌던 이들조차도 결정적인 순간엔 북한을 두둔한다. 또 한국 사람들은 북한을 자신들 생각대로 규정해놓고 자신들이 듣고 싶은 얘기를 중국인에게 요구한다는 얘기가 있다. 이런 것들이 북한을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유=요컨대 북한 문제를 볼 때 중국 문제와 연계해서 보고 기본적으로 중국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북한 문제에 대한 오판을 막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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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