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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방중 행적 따라 이동, 전통적 특수 관계 과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7박 8일 동안 전용열차로 6000㎞를 달리는 중국 방문 일정을 끝내고 27일 평양으로 돌아갔다. 그사이 5개 도시에 멈춰 농업·정보기술(IT) 등 주요 산업 현장과 민가를 방문했다. 중국의 외교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방문지는 사전에 북·중 양측이 치밀하게 조율하지만 북한의 의중이 더 많이 반영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일정과 동선을 통해 여기에 담긴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예전의 여섯 차례 방중과 비교해 이번 방중의 가장 큰 특징은 김일성 주석의 방중 행적을 그대로 따라갔다는 점에 있다. 김 위원장이 이틀 밤을 기차 안에서 보내며 달려간 곳은 장쑤성 양저우(揚州)다. 1991년 김일성의 마지막 중국 방문 때 장쩌민(江澤民·강택민) 당시 국가주석의 안내를 받으며 돌아본 곳이기도 하다. 다음 방문지인 난징(南京) 역시 마찬가지였다. 방중 첫날 들렀던 무단장(牡丹江)에서는 유명 관광지이기도 한 징포후(鏡泊湖)를 둘러보았다. 이는 1934년 김일성이 항일유격대를 지휘해 승리를 거둔 장소였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원자바오(溫家寶·온가보) 총리는 25일 김정일과의 회담에서 당시를 회고하며 “이번 김 위원장의 방문길은 20년 전 김 주석이 다녀간 노정과 같다”며 “장쑤성 방문 때 김 주석을 동행하던 일들이 눈앞에 삼삼하다”고까지 말했다.

이 같은 김일성 행적 답습은 전통적인 북·중 관계의 특수성을 재확인하면서 끈끈한 관계가 변치 않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천안함·연평도 사건 때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북한의 입장을 두둔해 준 사실에 고무된 결과일 수도 있다. 중국이 김정일 일행에게 적어도 의전상으로는 최고의 예우를 베푼 사실도 맥락을 같이 하는 대목이다. 다이빙궈(戴秉國·대병국) 국무위원과 왕자루이(王家瑞·왕가서)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국경에서부터 영접해 전 일정을 동행했다. 다른 나라 지도자들에게는 베풀지 않는 파격 의전이다. 또 26일 중관춘 정보통신업체 방문 때는 원자바오 총리의 후임이 확실시되는 리커창(李克强·이극강) 국무원 상무부총리가 직접 수행해 안내하는 형식을 취했다. 창춘의 창둥베이 개발구 전시관을 찾았을 때는 차차기 리더의 대표주자 가운데 한 명인 쑨정차이(孫政才·손정재) 지린(吉林)성 당서기가 안내했다. 베이징 역 도착과 출발 때는 권력 서열 4위인 자칭린(賈慶林·가경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나왔다. 또한 김 위원장은 권력 핵심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 가운데 8명과 회담하거나 접견했다. 후 주석과는 별도로 원자바오 총리와는 경제문제에 집중된 회담을 했다. 원 총리가 직접 숙소로 찾아가는 형식이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방문을 중국과 북한의 고위급 간 긴밀한 교류와 소통이란 측면에서 본다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 사정과 연결 지어 본다면 내년이 2012년이란 점과도 연관이 있다. 2012년은 김일성 주석 출생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북한이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로 설정해 놓고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 스스로 김일성의 ‘혁명과업’을 잇는 행보를 보여줌으로써 내부 결속을 다지고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후계체제를 보다 안정적으로 구축해 나가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번 방중 행적의 또 다른 특징은 농가와 수퍼마켓 등 민생 경제의 현장을 직접 둘러보았다는 점이다. 과거의 방중 행적은 주요 산업시설이나 첨단 연구단지에만 집중돼 있었으나 이번에 직접 서민생활을 살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3일 오후 양저우 영빈관과 가까운 대형 수퍼마켓 화룬쑤궈(華潤蘇果)를 찾았다. 직원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식품 매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김 위원장이 떠난 뒤 만난 한 여성 직원은 “쌀 코너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손으로 쌀을 쓸어보기도 하고 물끄러미 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식용유 매장에서도 발길을 멈췄다. 볶는 음식이 많은 중국 요리에서 식용유는 없어서는 안 되는 생필품이다. 다른 직원은 “소비자들이 얼마나 자주 사가는지 물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무단장에서는 농장과 젖소 목장을 방문한 뒤 인근 농민 가정을 방문해 서민들의 실생활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깔끔한 내부 장식이 된 이 집 주방에는 가스레인지와 오븐 등이 갖춰져 있어 도시 주민들의 생활 공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처럼 서민 생활 현장, 특히 먹을거리와 관련한 현장을 살핀 것 또한 ‘2012’년과 연관 지어 볼 수 있다. 북한은 수년 전부터 농업과 경공업 분야에서의 생산력 향상을 통한 ‘인민 생활 향상’을 내걸고 있다. 김일성 주석이 “모든 인민이 쌀밥에 고깃국 먹는 세상”을 역설했다는 점에서 먹는 문제의 해결은 2012년을 앞둔 북한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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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