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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은 콘텐트 혁명의 시작 새로운 성장동력 생긴다

정병국(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한나라당에선 문화·미디어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무려 10년 넘게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를 지켰기 때문이다. 1988년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해 2000년 16대 총선부터 지역구(경기 양평-가평)에서 3선을 하고 있다. 문방위를 택한 이유는 “자원이라곤 사람밖에 없는 대한민국이 문화에서 승부를 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23일 “4년 내에 1조6000억원을 투자해 대한민국을 세계 5대 콘텐트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밝혔다. 총리 주재하에 열린 첫번재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 회의에서다. 듣기만 해도 기분은 좋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다는 걸까. 24일 정 장관을 인터뷰했다. 그는 ‘셧다운제’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말문을 열었다. ‘신데렐라법’이라고도 불리는 셧다운제는 자정에서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제도다. 여성가족부가 주도해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했다.

-셧다운제를 찬성하는 부모가 많은데.
“게임에 빠진 청소년들에 대한 걱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대책은 다른 방식으로 마련해야 한다. 어느 나라에도 없는 규제법을 만들어 우리만 족쇄를 채우면 사업하는 사람은 외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효과는 없고 단속도 안 된다. 구글이나 애플은 우리나라의 사전 심의를 못 받겠다고 한다. 우리 기업에만 시행해야 할 텐데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마당에 국가 간 경계가 어디 있나. 문화 콘텐트 산업에선 그나마 경쟁력 있는 게 온라인 게임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법을 만들어 우리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콘텐트 산업 규제를 풀고 육성 체계를 만들지 않으면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

-규제가 그렇게 심각한가.
“미디어 환경은 이미 빅뱅이 시작됐다. 혁명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종합편성채널 방송이 시작되면 콘텐트 차별화가 승부처다. 시청자는 콘텐트를 찾아간다. 과거처럼 채널을 찾아가지 않는다. 콘텐트 산업이 커져 이 분야에서 고용 창출이 일어난다. 현재 40만 명에 달하는 청년 실업자가 큰 걱정거리다. 한데 불법 체류자가 80만 명 아닌가.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라 원하는 일자리가 없다는 거다. 내가 아는 15년차의 영화 촬영팀장이 있다. 서울대 나와 연봉 700만~800만원을 받는데 영화가 좋아 다른 일을 하고 싶지 않다더라. 콘텐트 산업이 신성장동력이다.”

-콘텐트 산업을 어떻게 키우나.
“문화 콘텐트 산업 관련 예산은 현재 0.16%다. 4800억원 규모인데 그걸론 아바타 영화(제작비 5300억원) 한 편도 못 만든다. 정부는 그동안 산업화의 성공을 위해 조선과 자동차, 정보기술(IT) 산업 등에 2~7%의 재정을 투입했다. 문화 콘텐트 산업에도 정부 예산의 1% 정도를 투입해야 한다. 2015년까지 예산을 확 늘릴 계획이다. 그러면 현재 2.7%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콘텐트 산업 비중을 5%까지 늘릴 수 있다. 우리가 사회 복지에 85조원의 예산을 쓴다. 재정의 25%다. 1조원만 빼서 문화예술에 투자하면 관련 산업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시너지 효과는 100배 이상이다. 그게 생산적 복지 아닌가.”

-문화도 돈이 중요한가.
“콘텐트 산업은 초기에 막대한 자본 투자가 불가피하다. 자본 규모를 키우려면 대기업이 들어와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콘텐트 산업 투자의 98%는 중소기업이다. 문화 사업이란 게 눈에 확 띄는 게 없다 보니 한류 펀드든 뭐든 펀드 구성이 쉽지 않다. 펀드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정부가 먼저 돈을 대야 투자 기업이 신뢰를 갖는다. 앞으론 정부가 담보하거나 시드 머니를 같이 내고 들어가는 방식으로 바꿔 1조6000억원을 만든다.”

-고용 창출한다면서 국립현대미술관에 외국인 큐레이터를 뽑으라고 한 이유는 뭔가.
“그건 고용 문제가 아니다. 발상의 전환이다. 음악·미술· 체육계가 학연과 지연으로 얽혀 있다. 개혁의 걸림돌이다.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4강의 기적을 만들지 않았나. 히딩크가 소통 구조를 확 바꾸고 학연과 지연을 일거에 없앴다. 문화·예술계의 학연과 지연, 파벌을 깨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파벌주의가 그리 심한가.
“문화부는 산하기관이 많고 감독 관리가 매끄럽지 못한 점이 있다. 현재 몇 개 기관에 감사를 진행 중이다. 자기 사람을 무리하게 심으려다가 잡음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기관장을 해임한 적도 있고 스스로 물러난 경우도 있다. 국악원이 그랬다. 예술 감독을 뽑으며 편법을 동원했다. 엄격하게 할 생각이다.”

-문화계를 포함해 인사 때마다 회전문 인사란 비판이 나오는 데 이유는 뭔가.
“단임제 정권은 정해진 기간 내에 성과를 내야 한다. 대통령이 편안하게 부릴 수 있는 사람을 쓰게 마련이다. 구조적 문제다. 과거 정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현 정권 출범 후 그런 얘기가 더 많이 나오는 것은 인사 청문회 때문이다. 새 사람 발굴해 검증하면 문제점이 드러나니 검증된 사람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 정부에서 특히 종교와 소통이 안 되는 이유는 뭔가.
“오해가 축적돼서 그렇다. 종교와 관련해 정부가 할 일이란 게 사실 별게 없다. 종교 활동이 원활하도록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인데 그 과정에 개인적으로 공을 세우겠다거나,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던 사람들이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런 게 한두 개가 아니라 여러 가지가 축적돼 오해가 커졌다.”

-정 장관은 한나라당의 원조 소장파다. 현재 당내 소장파의 감세 철회, 반액 대학 등록금 주장을 어떻게 보나.
“내가 소장파로 활동할 땐 야당이었다. 야당 시절엔 야당이 갖춰야 할 자세와 당의 변화 방향이 따로 있다. 지금은 여당이고 여당의 변화 방향은 당시와 달라야 한다. 한나라당의 가치와 이념 논쟁은 늦은 감이 있다. 보수가 지향할 가치가 뭐고 어떻게 지킬지를 정권 출범 초에 논의했어야 한다. 그리고 정리된 입장을 대통령이 집행하도록 뒷받침했어야 한다. 그런데 편가르기를 하면서 끌려오다 보니 당의 혼선과 혼란으로 이어졌다. 아쉬운 대목이다.”

-겨울 올림픽 평창 유치를 위해 스위스 로잔의 테크니컬 브리핑에 다녀왔다. 분위기가 어땠나.
“세 번째 시험을 쳤다. 지금까진 틀리지 않고 시험을 잘 봤다. 하지만 프레젠테이션은 잘하면 본전, 못하면 표를 잃는 거다. 프레젠테이션만으로 표를 얻긴 어렵다. 국내 언론은 낙관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아니다. 우리가 뮌헨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전망은 반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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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