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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같은 가상현실 세계서 삶의 만족 찾는 사람 늘어 날 것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는 현실 재현을 목적으로 한다.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는 인간이 자신이 테크놀로지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의 현실감과 몰입감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인지과학에서는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라고 한다. 현실감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요소가 전제돼야 하지만 그중 핵심 변인은 생동감과 상호작용이다. 이들은 물리적 차원에서 디스플레이의 해상도, 3D와 같은 차원의 증가, 색상 깊이, 화면 크기 등과 연관된다. 이런 기능의 발전으로 인해 사람은 텔레프레즌스라는 심리적 상태를 경험하게 되고, 이러한 경험은 디스플레이로 보는 세상과 실제 세상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다.

디스플레이의 발전은 매우 빠르게 진보하고 있다. 10년 후에는 인간의 눈으로는 디스플레이 화면과 현실을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진보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미래의 디스플레이들은 인간이 사용하고 있다는 존재감을 잊을 정도로 인간생활에 녹아있게 되고, 디스플레이가 제공하는 세계와 현실 세계의 물리적 간극이 좁아짐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체험하게 한다.

이런 미래 디스플레이의 예들은 영화에서 그 모습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다. 해리포터에 나왔던 움직이는 신문,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조정실, 스타워즈의 홀로그래피 기술 등은 약 10년 이내에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움직이는 신문은 이미 아이패드와 갤럭시탭과 같은 태블릿PC의 신문 앱을 보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얼마든지 구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하쓰네 미쿠라라는 사이버가수의 홀로그램 공연이 있었다. 하쓰네 미쿠라는 최근의 디스플레이 기술을 총동원해 3D와 홀로그램 공연을 했다. 도요타의 코롤라 자동차 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런 가상물의 현실화, 가상현실과 현실의 혼재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볼터와 같은 현대 미디어 이론가들은 우리 삶의 공간이 순전히 가상도 아니고 순전히 실재도 아니며, 애초부터 실재와 가상이 공존하는 혼합현실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혼합현실의 상황은 아직까지 기술적 한계로 상용화되기 요원하나, 약 15년 뒤에는 가상현실과의 융합으로 인한 혼합현실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혼합현실을 경험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 지금의 패러다임으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긍정적 그리고 부정적 결과물을 양산할 것이다.

영화 인셉션에는 ‘루시드 드리머(lucid dreamer)’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에서 모든 꿈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루시드 드리머는 꿈속에 침투하기 위해 특수한 약물과 ‘드림 머신’이라는 기계를 통해 꿈을 공유한다. 영화에는 약물 제조사인 유서프의 지하실에서 강력한 진정제를 투여해 현실로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현실보다 더 화려하고, 바라던 모든 것들이 꿈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들은 꿈에서 깨어나길 거부한다. 10년 후 디스플레이 기술은 현재에 비해 현실감이 현실 이상이 될 것이며, 그로 인해 몰입감이 높아질 것이고, 디스플레이로 경험하는 세계 안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즉 현실의 관계를 포기하고, 가상현실로 삶의 만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게 된다. 지금도 자신만의 가상의 세계에 빠져 나오지 않는 히키코모리 같은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10년 뒤에는 이런 디지털 히키코모리의 출현이 더 큰 스케일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과학기술의 발달은 사람 사이의 소통을 시공간적으로 확장시켰다는 장점과, 대면(face-to-face) 소통을 약화시킨다는 단점을 동시에 지닌다. 이런 기술이 시공간의 한계를 극복한 것처럼, 인간의 감성적 거리를 좁혀줄지 여전히 그 의문은 진행형이다. 또 텔레프레즌스가 늘면서 현실도피, 가상성 과몰입, 대리경험의 일상화 등이 진행될 것이다. 친척의 죽음보다 디지털 다마고치의 죽음이 더 큰 슬픔을 가져오고, 아내와의 잠자리보다 사이버 아바타와의 경험이 극도의 만족감을 제공할 수도 있다. 미래의 홀로그래피 디스플레이 기술은 단지 영상을 볼 수 있는 환경뿐만 아니라 인간 의식·인지·태도·감정 등 상상 이상의 개인적·사회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2020년대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이 가져올 변화, 현실보다 더 극적인 현실감을 보여줄 것만은 확실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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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