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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유리에 내비, 허공에 홀로그램…세상 모든 것이 스크린 역할

LG디스플레이 파주 연구소에서 한 직원이 ‘윈도TV’라 불리는 47인치 투명 디스플레이를 시연하고 있다(왼쪽 사진). 스크린 너머로 바깥 경치를 바라볼 수 있다. 오른쪽 사진은 남가주대(USC)와 미군이 개발하고 있는 가상현실 군사훈련 툴 ‘리플렉트’. 파주=이현택 기자, LA=신현식 기자
#1. 출근을 준비하는 회사원 A씨는 샤워실에서 하루를 구상한다. 샤워실 거울에 나타난 일과표를 확인하고 하루를 맞이할 준비를 끝낸다. 거울에 손을 대고 종이를 넘기듯 손가락을 움직이자 오늘의 날씨가 표시된다. 비가 온다는 이야기에 우산을 챙겼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오늘의 주요 뉴스가 궁금했다. 가방 안에 구겨 넣은 스크린을 꺼내 활짝 펴고는 지하철에 있는 다운로더에서 오늘의 신문을 내려받아 읽는다.

성균관대 이영희 교수팀이 개발한 투명 반도체 소자. 휘거나 접는 게 가능하다. [성균관대 제공]
#2. 변호사 B씨는 해외에 있는 의뢰인과 면담이 약속돼 있다. 오전 7시, 뉴욕 시각으로 오후 6시. 약속 시각이 되자 B씨는 ‘이사님’이라는 말로 고객사 간부를 부른다. 책상 바닥에서 홀로그램이 나타난다. B씨를 비롯해 변호인단 10명이 원탁 형태의 홀로그램 투사기에 나타난 고객사 이사와 회의를 시작한다. 한 시간가량의 회의가 끝나자 영상은 곧 사라진다.

#3. 군인 C씨는 평화유지군 파병을 앞두고 있다. 오늘은 현지 적응 훈련을 위해 가상현실 훈련장에 입소하는 날이다. 스쿼시 연습장처럼 생긴 공간에 들어선 C씨는 스마트폰을 꺼내 벽면에 비춘다. 스마트폰에 연결된 프로젝터는 각각의 사용자에게 특화된 화면을 보여준다. C씨는 다른 팀원들과 가상현실로 구성된 훈련장을 탐색하며 현지 적응에 대비한다.

각각의 상황은 2021년쯤 가능해질 디스플레이의 모습들이다. 첫 번째 사례는 투명하고 휘는 디스플레이, 두 번째는 홀로그램, 세 번째는 가상현실을 응용한 것이다.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투명 디스플레이가 3~5년, 휘는 디스플레이는 5~10년, 홀로그램은 10년 정도 뒤에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프트웨어 격인 가상현실의 경우 그동안은 안경을 쓰거나 머리에 쓰는 고글 형태로 발달해왔다. 보는 각도는 정면 한 가지였다. 하지만 2021년에는 스마트폰 하나로 각 사용자가 자신의 각도에 맞는 ‘개인화 가상현실’을 느낄 수 있다.

증강 현실 결합 땐 ‘사물 디스플레이’
지난 12일 경기도 파주시 LG디스플레이 연구실. 서울에서 한 시간가량 달려 도착한 광활한 생산단지의 정중앙에 있다. 수차례의 보안 검색을 거쳐 도착한 이곳에는 흡사 독서실을 방불케 하는 수백 개의 부스가 있다. 각 부스에서는 연구원들이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연구하고, 연구 제품을 실험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에 디스플레이 400만 대 이상을 생산한 세계 1위(점유율 27%) 업체다.

‘미래 디스플레이’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자 이 회사 강문정 대리는 47인치 크기의 ‘윈도TV’를 보여줬다. 가장 먼저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흔히 ‘창문 스크린’으로 불린다. 창틀 형태로 된 스크린을 누르면 오늘의 주요 뉴스, 이번주 날씨, 주변 지도 등의 정보가 나타난다. 인터넷과 연결해 트위터를 하거나 e-메일을 보낼 수도 있다. 화면 속 블라인드를 내려 창을 닫는 것도 가능하다.

앞으로 10년 뒤 투명 디스플레이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과 합쳐져 다양한 ‘사물 디스플레이’로 구현될 전망이다. KT 유무선네트워크연구소 최우진 부장은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이 차량 앞면 유리에서 구현되고, 온라인 쇼핑의 장바구니처럼 가격과 물건이 표시되는 화면이 장착된 쇼핑 카트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QR(Quick Response)코드를 읽어내는 수준인 증강현실은 현실 이미지를 그대로 읽어내는 수준으로 발달할 전망이다. 증강현실 스마트폰 게임 ‘데인저 콥터(Danger Copter)’를 만든 김종화 디자이너는 “앞으로는 QR코드나 마커(목표사진) 같은 매개 없이 현실을 읽어 인식하는 기술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인저 콥터’는 도시의 평면을 찍은 위성사진 위에 스마트폰을 들이대면 나타나는 입체 그림 속 건물 옥상에서 사람을 구출하는 게임이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는 이르면 2015년부터 가시화될 전망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발표한 ‘디스플레이산업 동향 및 대응 방안’에서 2015년부터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휘어지는 플라스틱 기판,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개발비로 122억원이 책정됐다.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이영희 교수는 이달 초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 소재를 바탕으로 투명하면서 잘 휘어지는 메모리 소자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로 이뤄진 속이 빈 튜브 형태를 하고 있는데, 기존의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을 대체할 소재로 꼽힌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구기거나 접어도 다시 펴서 쓸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가능해진다. 이 교수는 “10년 안에는 접어서 쓸 수 있는 태블릿PC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폰 하나로 군사훈련도 가능
지난달 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남가주대(USC) 창의기술연구소(ICT·Institute for Creative Technology)에서 만난 마크 볼라스 교수는 색다른 가상현실 도구를 보여줬다. 이곳에서 개발하고 있는 가상현실 도구는 ‘리플렉트(REFLCT·Retroreflective Environments For Learner-Centered Training·학습자 중심 훈련을 위한 역반사 영상 환경)’와 ‘와이드(WIDE)5’ 두 가지다.

리플렉트는 군사훈련 서바이벌 게임 도구다. 10명의 군인이 U-자형 대형을 이뤄 빈 라덴의 거처를 수색한다고 가정하면, 분대장과 유탄발사기 사수가 각각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각도의 영상을 느끼는 식이다. 헬멧에 붙은 작은 센서를 통해 스크린에 투사된 3D 영상을 각 사용자가 받아들인다.

와이드5는 ‘가상 파병 툴’이다. 기존의 가상현실에 ‘이동’이라는 요소를 가미했다. 고글을 쓰고 132m²(40평) 규모의 실험실을 돌아다니면, 예컨대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기지 내부를 돌아다니는 것처럼 훈련할 수 있다.

미군과 USC가 이런 가상현실 군사훈련 툴을 만드는 이유는 ‘적응’이라는 문제가 군인의 생존에 있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볼라스 교수는 “이라크전·아프간전 등 각종 전쟁에서 사망하는 군인의 상당수는 초기 100일 이내에 희생된다”면서 “파병 전 충분한 현장 감각과 팀플레이를 연마하도록 돕는 것이 이번 기술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10년쯤 뒤에는 리플렉트와 와이드5라는 두 가지 가상현실 기술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은 물론, 아이폰이나 갤럭시S 같은 스마트폰 하나로 구현할 수 있게 된다. 2021년께에는 아이폰 하나만 들고 있으면 하얀색 빈 벽 앞에서 아프가니스탄 현지 적응 훈련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홀로그램 기술이 접목된다면 하얀색 벽조차도 필요 없다.

오바마와 MB가 홀로그램으로 만난다
홀로그램 기술은 우선 기업의 원격 회의와 고밀도 기술 설계 분야에서 상용화될 전망이다. 자동차나 로봇같이 복잡한 제품의 홀로그램을 공간에 띄워놓고 다양한 각도에서 보면서 디자인 및 기술 회의를 하는 식이다. 각국 정상이 모이지 않아도 실제 만난 것처럼 회의를 할 수 있다. 의료·우주기술 등 실제로 실험 환경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분야에서도 상용화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스크린 없이 입체 영상을 만드는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았다. 현재 선보인 기술은 ‘준(準) 홀로그램(hologram-like)’ 수준이다. 소니는 LED 램프가 많이 달린 막대를 원통의 테두리에 붙여놓은 뒤 빠르게 회전시켜 입체 영상을 보여주는 원통형 디스플레이를 발표했다. USC에서는 세워놓은 거울을 360도 회전시키고 위에서 아래로 시간대별 빛을 쏘아 입체 영상을 구현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아직까지는 완전한 홀로그램 원천기술이 없는 셈이다. LG디스플레이 박준하 수석연구원은 “현재의 3D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빛의 간섭 현상을 활용한다면 10년 후쯤 홀로그램 기술의 구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홀로그램은 기존의 3D와는 차원이 다른 테라바이트(TB·1000기가바이트) 수준의 데이터 처리가 필수적이다. 8TB급 메모리와 3만2768개의 프로세서를 탑재한 블루진 수퍼컴퓨터 같은 어마어마한 서버도 필요하다. 기존의 인터넷 망으로는 홀로그램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없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가격 문제도 있다. 가정용으로 쓸 수 있는 홀로그램 기기가 나오려면 대량 생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비가 내려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홀로그램의 경우 10년 뒤 가시화될 것으로 보지만 가정용의 경우 이보다 최소 5~10년은 더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가 죽은 가족의 홀로그램을 보는 시대는 아직 멀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를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시한 2054년보다는 훨씬 이른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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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