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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백태클 퇴장 당하면 의심부터 받을 것”




김병지

“백태클을 했다가 퇴장당하면 동료들이 ‘열심히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며 격려했습니다. 이제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고의로 퇴장당했을지 어떻게 압니까.”

 지방 소재 프로축구단의 베테랑 선수 A는 2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후배들을 단속했지만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동료를 믿지 못하면서 어떻게 팀 스포츠인 축구를 할 수 있겠나”라며 한탄했다. A는 익명을 요구했다. 승부조작에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유혹을 받은 선수들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의혹이 더 큰 화를 불러올까 걱정했다. A는 “지난 시즌 낯선 번호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아보면 간혹 사설토토에 베팅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있었다. 쌈짓돈을 투자하면 몇 배로 불려준다는 설명이었다. 동료들도 많이 하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얘기도 하더라”고 전했다.





 실제로 불법 베팅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린 선수들은 팀 내에서 화제가 됐다. A는 “다른 팀 선수가 불법 베팅으로 돈을 따 외제차를 장만했다며 자랑하는 얘기가 우리 팀까지 파다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례가 알려지면서 불법 베팅에 대한 경계심이나 거부감은 줄었다. 대신 ‘쏠쏠한 수입원’이란 인식이 퍼졌다.

 승부조작 브로커는 주도면밀했다. 이들이 마각을 드러낸 건 이때부터였다. ‘더 확실한 투자방식이 있다’며 선수들에게 접근했다. 승부조작에 참여하라는 얘기였다. A는 “지난 시즌이 끝날 즈음 승부조작 브로커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다음 경기에서 우리 팀이 지는 데 협력하면 3000만원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브로커들은 ‘동료들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며 군중심리를 이용했다. A는 “내가 거절하자 며칠 뒤 그들은 ‘6000만원을 줄 수도 있다’며 수정 제의를 해왔다. 끝내 거부하자 ‘그럼 입이라도 다물어 달라’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한편 프로축구 최고령 현역선수인 경남FC 골키퍼 김병지(41)는 2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신의 주변에도 “승부조작 유혹을 받았다”는 후배가 있었으며 “김주영·이용기 선수도 전화를 받았다가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K-리그에서도 저액 연봉 선수들에게 고액의 유혹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1200만~2000만원의 저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상당히 많다”며 “한 경기당 6000만~1억원까지 베팅한다는데 경험 많은 선수들 같으면 인지능력이 있을 텐데”라고 말했다. “저한테 (그런 제안이) 왔었으면 정말 패버렸을 것 같다”고도 했다.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창원지검 특수부는 27일 대전시티즌 소속 선수 4명을 체포해 조사를 했다. 검찰은 이들 4명이 브로커로부터 1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같은 구단 박모(25) 선수와 함께 돈을 나눠 갖고 승부 조작에 가담했는지를 추궁했다. 또 선수들이 자신이 뛰는 경기에 배팅을 한 정황을 파악해 부당 이득을 얻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브로커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성모(31) 선수가 소속했던 광주FC 구단 선수들도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브로커와 선수들을 연결시키고 돈을 받은 혐의가 있는 국가대표 출신 김동현(27·상주 상무) 선수는 군인 신분을 감안해 군 수사기관에 수사 기록을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송지훈 기자, 창원=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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