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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더 나은 컴퓨터를 기다리나요? 참 딱하십니다




[일러스트=강일구]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철학적 이유
피터 케이브 지음
배인섭 옮김, 어크로스
280쪽, 1만3000원


『로봇이 인간이 될 수 있을까?』(사계절),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마젤란)로 국내에 알려진 영국 철학교수의 교양서다. 원제는 ‘라마(남미에 사는 낙타과 동물)도 사랑에 빠질까’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넘기는 질문·번뇌·후회를 33개의 질문에 담아내고 이를 성찰하는데, 제목에서 풍기듯 그 과정이 진지하면서도 명랑하다.

 자, 한국어 판 제목의 배경이 된 질문을 보자. 지은이는 묻는다. ‘남의 불행에 행복해지고, 행복에 불행해지는 게 나쁜 마음일까’ 라고. “제일 친한 친구가 지붕에서 떨어진 사람은 행복하다”란 속담을 소개하는 걸 보면 은근히 남 잘되는 것을 배 아파하는 것은 동서양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독일어에는 아예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 해서 남의 불행을 보고 고소하다고 느끼는 심술궂은 마음을 뜻하는 단어가 있단다.

 지은이가 드는 예화는 두 가지다. 엄친딸 출신의 장관이 사석에서 총리를 비방한 말이 공개되는 바람에 곤경에 처한 경우, 그리고 한껏 모양을 낸 신사가 비둘기똥에 맞은 경우다. 대체로 “고소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지 않을까. 지은이는 이 같은 대중의 반응이 악의적인 것이라고만 해석하지 않는다.

 두 사례 모두 잘 나가는 사람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 운명에 휘둘리는 나약한 존재라는 인식을 일깨워주는 것이라 한다. 따라서 이럴 때 사람들이 느끼는 ‘샤덴프로이드’는 ‘평등’의 부활을 기뻐하는 것이라 풀이한다.

 보통사람을 위한 철학적 위로는 ‘참고 기다리면 더 나은 내일이 오지 않을까’란 질문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컴퓨터는 해가 갈수록 성능이 더 좋아지는 반면 가격은 더 내려간다. 포도주는 묵을수록 맛이 좋아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컴퓨터 구입이나 포도주 시음을 언제까지 미뤄야 할까. 한없이 기다리기보다 당장 즐겨야 하는 것 아닐까.

 지은이는 이런 선택의 균형점은 ‘지금 좋은 것’과 ‘나중에 더 나은 것’ 사이에 있다며 이상적인 것을 찾는 노력은 실패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썩 괜찮은 것을 즐길 기회마저 잃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에 최고의 순간을 기다리는 것은 종종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허하고 추상적 이론 대신 일상을 소재로 생각 훈련을 시켜주는 철학교양서가 여럿 나왔다. 이런 유의 책들에선 적절한 질문과 새로운 시각이 그 가치를 좌우한다. ‘투표는 절대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폭로된 진실보다 더 중요한 것’ 등 진지한 주제와 함께 ‘왜 다이어트 중에 참지 못하고 야식을 먹는 걸까’ ‘누군가를 용서할 때 생각해봐야 할 것’ 등 흥미로운 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이 책은 우선 눈길 끌기에 성공했다. 여기에 무게를 잡지 않은 설명이 책을 들면 쉽게 놓지 못하도록 한다.

김성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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