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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팔의 살점 떼내 역분화 세포 만들었죠”




박인현 교수가 역분화 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팔뚝에서 피부세포를 떼어낸 자국(붉은 동그라미 안)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세계피부과학회]

“제 팔뚝에서 피부세포를 채취한 뒤 이걸 초기 상태의 세포로 만들어냈습니다.”

 미국 예일대 유전학과 박인현(39) 교수의 왼쪽 팔뚝엔 작은 콩알 만한 흉터가 있다. 연구에 사용하기 위해 자신의 피부세포를 동그란 모양으로 떼어냈는데 그 자리다.

떼낸 그의 피부세포는 배아줄기세포로 만들어졌다. 배아줄기세포에서 피부세포·혈액세포·뇌세포 등을 만드는 것이 상식이지만 그는 이런 방식을 거꾸로 돌려 피부세포→배아줄기세포로 바꿨다. 의학에서는 이를 ‘역(逆)분화 세포’ 또는 ‘유도만능줄기세포’라고 한다. 이를테면 어른세포가 다시 아기세포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박 교수는 “상처가 아문 뒤에도 가려워서 1년간 고생했지만 두창(천연두) 백신을 만든 뒤 자신에게 직접 접종한 영국의 제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대 농생물학과 91학번인 박 교수는 석사·군복무를 마치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11년 전이다.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2005년 하버드대 의대 연구원으로 옮겼다. 이때부터 2년 반 동안 하루 10시간씩 주말 없이 자신의 ‘야망’에 도전했다.

 “일본 교토(京都)대 야마나카 신야(山中伸也) 교수의 연구에 자극을 받았다. (황우석 박사의 예에서 보듯) 난자를 이용해 역분화시키는 것이 힘든 작업이라고 판단한 야마나카 교수는 ‘인공난자 물질’을 이용해 생쥐의 성숙한 세포를 역분화하는 데 성공했다. (나는) 생쥐 대신 사람의 피부세포를 사용한 것이 다른 점이다.”

 역분화 줄기세포가 배아줄기세포보다 나은 점은 다음 세 가지라고 설명했다.

 “배아줄기세포와는 달리 윤리성 논란에서 자유롭다. 이미 성숙된 세포에서 거꾸로 되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난자 대신 ‘인공 난자 물질’을 사용하므로 더 효율적이다. 또 핵치환 등 정교한 ‘젖가락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어 대중화가 가능하다.”

 그는 요즘 자신이 만든 역분화 줄기세포로 자폐증(언어·사회적 행동에서 심한 지체), 자폐 스펙트럼 장애(사회성에 문제가 있어 치료가 필요한 아스퍼거 증후군 등)를 치료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피부과 영역에선 아토피·대머리·건선·백반증 등의 치료에 역분화 줄기세포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했다.

 역분화 줄기세포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을 만한 성과인지에 대해서는 “야마나카 교수는 늦어도 10년 안에 받을 것 같다. (나는) 역분화 줄기세포를 이용해 실제 인간 질병을 치료하는 결과를 앞으로 얻어야 노벨상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내) 생애 중 가장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미국에선 테뉴어(정년 보장)를 받기 전인 조교수가 가장 일을 많이 한다. 조교수의 이혼율이 최고라고 들었다(웃음).”

 박 교수는 2007년 11월 학술지 ‘네이처’에 그의 역분화 줄기세포가 소개되면서 세계가 주목하는 과학자 반열에 올랐다. 29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세계피부과학술대회의 공식 초청연사 중 최연소자다. ‘네이처’ 발표 후 국내 대학들의 영입 제의가 잇달았지만 더 많은 공동 연구를 하기 위해 이를 뿌리쳤다. 훤칠한 키에 미남형인 그는 30개월 된 아들 하나를 뒀다. 경제학을 전공한 아내가 가사를 돌보느라 내조에만 힘을 쏟고 있어 미안하다고 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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