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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외교통상부 스캔들 터지지 않으려면




박찬진
전 주 레바논 대사


외교통상부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지난해 장관 딸 특채 비리 사건 이후 환골탈태 소리가 들리기도 했지만, 이후로도 상하이 총영사관 섹스 스캔들, 공관장 공금 유용 사건, 아프리카 주재 대사의 상아 밀반입 사건 등으로 여전히 시끄럽다.

 대외 방면에서 나라의 안보·경제·통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심 역할을 하고, 늘어나는 재외국민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할 외교통상부가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비리 사건으로 국민의 걱정과 조소의 대상이 된다면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외교통상부 출신만으로는 안 된다는 소위 ‘순혈주의 타파’ 주장이 끊임 없이 제기되는 가운데, 외부에서 수혈되는 인사들 중 일부가 기대에 부응치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이들은 사고까지 치고 있는 것도 문제다.

 20여 년 전의 일이다. 북미 모 지역 주재 중견 외교관이 포커 게임에 빠져 사무실에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다. 여러 직원들로부터 게임 자금을 빌리고 갚지 않기도 했다. 물의를 빚자 당시 외무부는 이 직원을 제3지역 괜찮은 대사관에 전임 발령 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 직원이 외무부 주류에 속하는 마당발이었기 때문이다.

 유럽 모 국가에 근무하던 어느 주재관 부인은 현금을 받고 오찬행사를 대행해 주면서 교포 식당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외교관 면세 담배로 지불하려 했다. 불법인 만큼 대사·공사에게 보고됐다. 그러나 이들은 왜 자꾸 문제를 만들면서 인화를 깨려고 하느냐며 못마땅해 했다. 이들은 해당 주재관과는 골프 등으로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사건 당사자들은 국가공무원법과 재외공무원 복무규정 등에 비추어 볼 때 당연히 국내 소환 등 처벌 대상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처벌되지 않았다. 이에 반해 실정 법령상의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일부 직원들이 소위 괘씸죄에 걸려 임기를 단축, 사실상 소환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외교부가 비장(秘藏)하고 있는 비공식 인사참고자료에 부정적으로 기재되어 두고두고 인사에 있어 나쁜 방향으로 관리된다.

 이런 게 20여 년 전의 일로만 끝났으면 오죽 좋을까. 유감스럽게도 현재도 어느 정도 진행형이라는 감을 지우기 어렵다. 이런 사건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예외 없이 추상 같은 일벌백계와 신상필벌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앞의 사건들에서 나타난 공통점은 두 가지다. 해당 비리 인사들이 인사권자와 가깝다는 이유로 실존 법령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 첫째고, 재외공관이든 본부든 조직 상층부는 조직의 위상 하락, 연대 책임 등이 두려워 사건 자체를 쉬쉬하며 무마하려는 성향이 있었다는 점이 둘째다.

 원인이 이렇다면 대책은 자명하다. 외교관·주재관 복무에 관한 현행 법령을 예외 없이 적용, 일벌백계함으로써 미연 방지 효과를 지속적으로 도모하는 것이다. 주재관의 경우 “소환 경우 관계 기관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재외공무원 복무규정상의 ‘독소조항’도 과감히 바꾸고, 인터넷·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 맞게 제3자에 의한 신고 시스템도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 다른 분야에서처럼 외교통상부 역시 법치주의를 강화해야 옳다.

박찬진 전 주 레바논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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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