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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한·미 간 대북정책 균열조짐 보인다




마이클 그린
미국 CSIS 고문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미 정부의 공조와 상호 신뢰가 지난 2년간 어느 때보다도 긴밀하다고 말한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이라는 비극을 겪으면서, 또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친분에 힘입어 한·미동맹 관계는 새로운 번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달 사이 양국의 언론인·학자·관료들을 만나보니 대북문제에 대한 실질적 입장 차이가 생겨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미 양국 정부는 거대한 전함과 같은 존재며 두 전함은 활발한 민주주의 덕분에 함교와 사령탑이 각각 여럿이다. 따라서 전반적으로는 한 방향으로 움직이더라도 종종 서로 마찰하며 방향을 잃는 일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 결국 지난 2년간의 긴밀한 협력관계는 오히려 예외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 양국 사이의 차이는 명확해지고 있다. 직접적 이슈는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문제다. 로버트 킹 미 대북 인권특사가 북한의 식량사정과 분배투명성 문제를 평가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하면서 청와대는 국내 진보진영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대북 식량지원을 적극 검토하라는 압박을 느끼고 있다. 물론 이는 식량지원의 문제만이 아니다. 한·미·일·중·러 5개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3단계 해법, 즉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의 재개에 이은 6자회담 개최에 동의하고 있다. 여기서 첫 관문이 식량지원 문제이며 일부 국가, 특히 중국은 하루빨리 이 문제를 넘어 6자회담 재개 노력이 진행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북 식량지원 문제를 두고 양국 입장 차이가 생기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한국민 다수는 북한의 사과와 추가도발 방지 약속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 주권국가의 정부는 국민보호가 제1의 원칙이며 민주국가의 지도자라면 국민들의 기대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다. 한·미의 일부 진보 인사들은 청와대의 접근법에 불만을 표시하지만 나는 오히려 정당하고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오바마 정부는 청와대의 입장을 존중하며 한·미동맹을 해칠 수 있는 어떤 일도 하길 원치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고위관리들 사이에는 북한과의 접촉 중단이 그 자체로 위험하다는 생각이 퍼져 있다. 특히 미 국무부 관리들 사이에선 대북 압박을 하더라도 북한을 지나치게 고립상태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로 인해 대북대화의 필요성에 대한 양국 간 전술적 평가에서 차이가 생긴다.

 셋째, 대북 식량지원 문제에 대한 한·미 간의 인식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미국은 식량지원을 정치적 문제와 연결시키지 않아 왔다. 미국의 관심은 정말 식량지원이 필요한지, 또 지원된 식량이 필요한 북한 주민들에게 제대로 분배되는지를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에 있다. 반면 한국은 식량지원 문제를 종종 정치적 이슈와 연결시켜 왔다. 나는 한국의 입장이 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미국의 접근법에는 순수한 인도주의적 동기가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넷째, 대선을 1년 앞둔 미국의 정치상황도 한·미 양국 사이의 차이를 빚어내고 있다. 대선이 있는 해에 외교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극력 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본능적으로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북한문제가 시끄러워지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지지한다. 북한과 일정하게 접촉을 유지함으로써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있다면 대통령이 나서서 북한에 대한 중요 정책 결정을 해야 하는 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것이다. 대통령의 재선 이슈가 흐트러지거나 더 나쁘게는 대통령이 유약하다는 인상을 주는 상황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런 분위기가 민주·공화 양당의 선거 캠프 관계자들 사이에 퍼져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선거 국면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돌연 김정일과의 정상회담을 위한 평양방문에 합의할 수 있다는 일말의 우려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는 데 비해 이명박 대통령의 참모들은 대통령의 ‘업적’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의구심은 일방적이고 잘못된 것일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에서는 청와대가 깜짝 발표를 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문제들은 양자동맹에 있어 늘 잠재하는 것이며 이로 인해 동맹의 위기로까지 치닫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양국 정부가 이런 문제들을 예의 주시하면서 솔직한 의견교환을 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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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