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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딸과 모녀 연기, 심각한데 웃음 나 혼났죠”




영화 ‘코파카바나’와 사진전 ‘이자벨 위페르: 위대한 그녀’ 홍보를 위해 내한한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 그는 “실생활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게 좋은 연기”라고 말했다. [뉴시스]

“특별히 연기를 위해 준비하는 건 없어요. 순간순간 떠오르는 영감과 상황에 충실히 하는 거죠.”

 대답은 짧았다. 칸영화제 2회 수상을 포함해 베를린·베니스 등 세계 3대 영화제 연기상을 휩쓴 배우의 얘기치고는 겸손했다. 프랑스 ‘국민배우’로 불리는 이자벨 위페르(Isabelle Huppert·58)다. 청바지에 뱀가죽과 스팽글이 달린 재킷, 빨갛게 칠한 발톱을 드러낸 킬힐 등 차림새가 나이를 잊게 했다.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피아니스트’(칸),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8명의 여인들’(베를린)이 그의 대표작이다. 특히 2001년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피아니스트’에서 격한 감정을 입술과 눈썹의 미세한 떨림으로 표현해낸 ‘차가운 열연’은 늘 그의 이름과 함께 다닌다.

 27일 서울 남산의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소파에 몸을 반쯤 뉘거나 신발을 벗기도 했다. 자유분방한 모습에서 영화 ‘코파카바나’ 속 주인공 바부가 보였다. ‘코파카바나’는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엄마 바부와 안정적인 생활을 꿈꾸는 딸 에스메랄다의 이야기다. 어린 제자와 뒤틀린 사랑을 나누는 노처녀(‘피아니스트’)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감독 마크 피투시는 각본을 쓸 때부터 오직 한 사람만을 생각했다. 이지적·열정적 연기 덕분에 ‘위대한 여인(Grand Damme)’이라 불리는 위페르였다.

 그의 두 번째 내한에 맞춰 사진전 ‘이자벨 위페르: 위대한 그녀’도 29일부터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로버트 프랭크 등 세계적 작가 60여 명이 ‘천의 얼굴’이라 불리는 이 여배우의 자태를 사진과 영상에 담았다. 베를린·마드리드·도쿄 등을 순회하며 60만 명 넘는 관객을 끌어모은 전시다.

 -친딸(롤리타 샤마)과 함께 출연했다.

 “아무래도 진짜 엄마와 딸이다 보니 ‘모녀’라는 극중 설정을 일부러 지어낼 필요가 없었다. 프랑스에선 영화 찍을 때 각자의 배역에 충실할 뿐 서로 충고하지 않는다. 그런데 딸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꾸 한마디씩 해주고 싶더라.(웃음) 딸이 연기를 잘 해줘서 촬영장 분위기도 좋았고 만족스러웠다. 영화 첫 장면이 서로 싸우며 심각한 대화를 나눠야 하는데 자꾸 웃음이 나서 곤란했다.”

 -연기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진짜’ 감정이다. 영화와 연극을 하다 보면 극적인 요소가 가미되지 않나. 실생활은 꼭 그렇지는 않은데,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는 표현이 있다. 나는 그런 것 없이 최대한 실생활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한다. 진실을 담고 싶다. ‘코파카바나’의 바부는 워낙 역할이 즐겁고 자유로웠다. 복잡하거나 꼬여있지 않고 긍정적인 인물이라 연기하는 데 매력을 느꼈다.”

 -미세하고 절제된 감정 표현이 인상적이다. ‘좋은 연기’란 뭔가.

 “좋은 감독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촬영하는 것이다. 나를 가장 잘 이끌어줄 감독을 만나려 노력한다. 배우에게 순간순간 떠오르는 영감을 잘 이해해 주고, 배우에게 관심 있는 감독과 연기하는 게 중요하다. 좋은 감독과 신뢰를 쌓으면서 끈끈한 관계를 맺고 그의 지도에 따라 움직이다 보면 좋은 작품이 나온다. 클로드 샤브롤·미하엘 하네케 감독이 그렇다.”

 -한국 감독과 일할 생각이 있나.

 “아직 제안을 받아본 적이 없다. 하지만 한국 감독이나 한국 영화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시’의 이창동 감독과 2009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을 같이 했다. ‘밀양’을 인상 깊게 봤다. 홍상수 감독의 ‘남자는 여자의 미래다’를 보면서 프랑스와 한국의 정서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심사했던 박찬욱 감독의 ‘박쥐’도 흥미로웠고, 봉준호·임상수 감독의 영화도 좋았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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