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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선열 혼 깃든 흑성산

등산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요즘처럼 신록이 푸를 땐 더더욱 그렇다. 최근 등산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다지만 아직 꿈만 꾸고 있는 이들도 있을 터. 중앙일보 천안아산은 굳이 새벽같이 일어나 관광버스에 몸을 싣지 않아도 오를 수 있는 지역의 가까운 산을 소개한다. 지난 13일 흑성산에 올랐다.

글·사진=조영회 기자

구성동 대화운수~솔봉




흑성산 정상 부근의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좌측으로 천안 신방동부터 우측의 백석동, 멀리는 아산지역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오전 10시15분 천안 구성동 대화운수 앞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산행도우미는 지난 1월 광덕산 산행을 함께 했던 배수철 천안토요뫼산악회 고문과 오세구(천안 불당동)씨, 황돈순·이병희(천안 봉명동)씨 부부. 오늘의 산행코스는 이곳을 출발해 솔봉을 거쳐 아홉사리고개를 지나 흑성산을 올랐다가 교천리로 내려오는 코스. 차 한대를 미리 하산지점인 교천리 웅진식품물류센터에 대놓고 다른 차로 구성동으로 함께 향했다.

 대화운수 뒷길로 들어서니 모내기 준비로 물을 대 놓은 논과 고추모종을 심어놓은 밭들이 나온다. 들꽃이 예쁘게 피어 낯선 산행객을 반긴다. 약수터로 향하는 표지판을 따라 30m쯤 가면 왼편에 얕은 언덕이 나온다. 소나무와 상수리나무가 울창한 숲이다. 고속도로 옆이라 차가 지나고 시내서 가까워 금방 숲길로 들어선 게 신기할 따름이다.

 그늘진 숲길을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벤치가 나온다. 약수터, 구룰마을, 태조산 방향의 길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태조산 방면으로 향했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면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나뭇잎에 부대끼며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지저귀는 산새소리에 오히려 기분은 상쾌하다.

세 개의 벤치를 지나고 20분 가량 걸으면 너른 바위가 하나 있고 땅에 긴 나무가 의자처럼 놓여있다. 여기가 솔봉(321m)이다. 이곳에서 가깝게는 구성동부터 멀리 아산방면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아홉사리고개~패러글라이딩 활공장

잠깐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 30m 정도 걷다가 갈래길서 왼쪽으로 향했다. 내리막을 따라 15분 가량 걸으면 표지판이 나온다. 지산리와 취암산, 유량동, 태조산으로 향하는 길이다. 오른편에 남양유업공장이 있고 건너편에 흑성산이 보인다. 발 밑으로 유량지하차도가 지난다.

 태조산 방면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아홉사리고개에 닿는다. 이곳에서 오른쪽 흑성산 방향으로 들어섰다. 다시 10분을 걸어 성황당에 도착했다. 여기서 짐을 풀고 행동식으로 간단하게 요기했다. 다시 서둘러 출발. 조금 가다 가로막힌 길에서 왼쪽으로 나있는 좁은 길로 향했다. 이곳부터는 내리막길. 5분 정도 내려가니 길이 끊기고 도로가 나온다. 왼편에 생수공장이 있다.

 이제부터 가파른 오르막이다. 입구에는 부드럽게 밟히는 솔잎위로 알록달록한 철쭉꽃잎이 떨어져 있다. 여유를 즐길 새도 없이 이어지는 오르막에 다리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고 호흡은 가빠온다.

 길은 제법 잘 나 있는데 등산로 이탈을 막기 위해 폴리스라인처럼 쳐 놓은 흰색 비닐테이프는 곳곳이 엉켜 있고 끊어져 있어 보기 좋지 않다. 40분 정도 오르면 MBC와 TJB의 중계탑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 오른편에 넓은 헬기장이 있고 정면으로 철문이 굳게 닫힌 미군기지가 있다.

 철조망 경계를 따라 모퉁이를 지나면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는데 주말이면 파란 하늘에 떠 있는 알록달록한 낙하산들을 볼 수 있다.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몸이 날아갈 듯 하다. 조망 또한 일품이다. 

흑성산 정상~독립기념관 전망대~교천리







활공장 옆 좁은 길을 돌아서면 정상(519m)을 알리는 표지석이 있고 흑성산성에 둘러싸인 KBS흑성산중계소가 있다. 중계소는 지난해 11월 44년만에 개방됐다. 차로 이곳까지 오를 수 있어 하루 100여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성벽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조망이 확 트인 독립기념관 전망대에 도착한다. 경부고속도로와 북면, 목천지역과 천안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웅장한 규모의 독립기념관도 이곳에선 바둑판처럼 내려다 보인다. 박문수 어사의 묘소가 있는 은석산과 석오 이동녕 선생의 생가, 멀리는 류관순 열사 생가가 있는 병천까지 보이는데 애국지사들의 선열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림처럼 펼쳐지는 조망이 쌓인 피로를 한 순간에 씻어 내는 듯하다.

 신선처럼 절경을 즐기고 있노라니 배고픔이 밀려온다. 일행과 함께 준비해온 도시락을 꺼냈다. 산해진미가 따로 없다. 어디서 먹는 음식이 이처럼 맛 있을까. 분명 이 맛에 힘들어도 산에 오르리라.

 이제 하산할 시간. 채비를 마치고 길을 나섰다. 내려오다 보면 왼쪽으로 독립기념관으로 향하는 길과 만난다. 여기서 직진. 마지막 만나는 갈래길서 오른쪽으로 향해 교천리 웅진식품물류센터에 도착했다. 알록달록 피어있는 철쭉이 하산을 반긴다. 식사시간을 포함해 소요된 시간은 총 4시간 30분. 산행을 마감했다. 

[흑성산 돋보기] 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천혜의 명당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흑성산(519m)은 동쪽으로 산방천을 넘어서 은율산이 솟아있고 북쪽으로 태조봉을 거쳐 성거산이 바라다 보인다. 서쪽에는 마점산 너머로 천안시가 내려다 보인다. 남쪽으로 승천천을 건너 경암산과 고려산으로 연결된다.

 정상에는 둘레 2290척, 높이 6척의 성터가 있었으나 지금은 일부만 남아있고 성내에 지지(池址)가 남아 있다. 흑성산의 본래 이름은 검은성(儉銀城)인데 일제 때 ‘검다’는 뜻을 그대로 옮겨 ‘흑성산’으로 바꾼 것이다.

 풍수지리상 서울의 외청룡(外靑龍)에 해당된다. 또 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인 금계포란형(金鷄抱卵)의 명당 길지(吉地)로서 ‘좌우동천승적지’라 했다. 좌우동천승적지는 석천리와 지산리의 승적(勝敵)골을 말한다. 옛날부터 승적골은 5목(덜목, 제목, 칙목, 사리목, 돌목)의 사이에 사람이 살기 좋은 땅이며, 피난처라는 얘기가 전해져 온다.




독립기념관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독립기념관 일대. 시원한 조망이 일품이다.



 이곳에 독립기념관이 들어선 것과 관련해 암행어사 박문수의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영조 때 박문수가 죽자 그의 묘소를 지금의 독립기념관 자리에 정했다고 한다. 이때 어느 유명한 지관이 이곳은 200~300년 후 나라에서 요긴하게 쓸 땅이며, 그때 가면 이장해야 되니 이곳에서 10여 리 동쪽에 묘를 쓰라고 권해 지금의 북면에 위치한 은석산(銀石山)에 묘소를 정했다고 한다. 과연 흑성산 자락에 지관의 말 그대로 국가적 사업에 의한 독립기념관이 들어서니 풍수지리상 길지인 이곳이 제구실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이 산을 중심으로 김시민, 박문수, 이동녕, 유관순, 이범석, 조병옥 등 많은 구국열사들이 배출됐다.

 흑성산 정상에 자리잡은 KBS흑성산중계소는 대지면적 2만㎡에 연면적 1200㎡로 현무암으로 쌓은 검은 성곽 외벽이 특징이다. 지난해 11월 개방돼 하루 100 여명의 방문객이 찾고 있다. 성 안에는 흑성 대문과 조선시대 성곽에 설치해 망을 보던 망루를 재현한 공심돈과 노대가 있다. 정자에 올라 시원한 조망을 즐길 수 있다.

 6월이면 중계소 내에 관람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춘 천안시 관광홍보관이 들어선다. 중계소 내 휴게실에 천안12경, 특산품, 천안의 상징을 담은 관광홍보관과 함께 망원경과 전망대 등을 갖춘 관광전망시설이 설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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