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저 골키퍼, 1대 1 상황서 왜 그냥 서 있나 … 뭔가 엉성”

중앙일보는 K-리그 승부조작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골키퍼 B선수가 출전한 경기 가운데 승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경기 동영상을 26일 입수해 분석했다. B선수의 소속팀은 경기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상대팀에 예상외로 대량 실점했다. K-리그 골키퍼 코치 출신 지도자 C와, B선수를 잘 아는 K-리그 수석코치 출신 지도자 D가 함께 분석했다.



프로축구 승부조작 의심 경기 분석해 보니











 실점 장면을 본 C는 “충분히 (승부조작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상대 공격수와 1대1로 맞선 상황에서 골키퍼는 슈팅 각도를 좁히기 위해 골문을 비우고 앞으로 전진하는 게 일반적인데 B는 제자리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D는 “B는 순발력이 뛰어난 골키퍼다. 하지만 실점 장면에서 전혀 장점이 발휘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골을 주지 말아야겠다는 골키퍼의 기본 마음가짐이 보이지 않는다. 뭔가 엉성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실점 장면에서는 아예 실점을 막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두 지도자는 B뿐만 아니라 수비수들의 움직임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C는 “실점 장면을 보면 수비수들의 위치 선정이나 판단이 잘못됐다. 대학교 팀보다 조직력이 떨어진다”고 했고, D는 “수비수들에게 슈팅을 주지 말아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프로팀의 수비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K-리그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감독들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전직 프로축구 A감독은 26일 익명을 전제로 한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 심증은 확실하지만 물증이 없어 잡아내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겪은 선수들의 승부 조작과 불법 베팅에 대해 털어놓으며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을 믿을 수 없는 상황까지 가더라”고 고백했다.



 A감독이 K-리그에 승부조작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시기는 지난해 9월. 경기가 끝난 뒤 한 팬으로부터 “선수 4명이 승부 조작에 가담한 확실한 증거가 있다. 빨리 조치하지 않으면 언론에 제보하겠다”는 편지를 받았다. 제보자는 자신의 실명과 휴대전화 번호까지 적어 보냈다.



 그는 일주일 동안 고민했다. “절대 그럴 아이들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승부가 조작됐다는 경기를 복기하자 편지에 거론된 선수들의 실수 장면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A감독은 “분위기와 팀 전력상 우리가 질 경기가 아니었다. 그런데 전반 25분 만에 3골을 내주더니 결국 5골을 허용하며 졌다”고 회상했다.



 고심 끝에 A감독은 선수들을 불러 편지의 내용을 확인했다. 몇몇 선수가 브로커로부터 승부조작의 유혹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브로커들은 수천만원을 던져 주며 ‘지정한 경기에서 잘못하기만 하면 된다’고 선수들을 꼬드겼다.



 이 일이 있은 뒤 선수 2명이 불법 사이트에서 베팅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경기가 있는 날 상대팀의 친한 선수와 자주 통화했다. 누가 출전하는지 알아낸 다음 전력을 가늠해 베팅을 한 것이다. A감독은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모두 불러 각서를 받고 “승부조작이나 불법 베팅에 대한 심증만으로도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놨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내가 자식 같은 선수들을 못 믿고 무슨 말을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씁쓸해했다.



 A감독은 “승부조작이나 사설 베팅 모두 계좌 추적을 해 봐야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K-리그가 받는 상처가 크겠지만 차라리 잘됐다. 이번 기회에 선수들의 승부조작이나 불법 베팅을 확실히 털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력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