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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쇼를 시작하기 전에 …







유재하
UCO마케팅그룹 대표이사




트루먼이라는 사람의 기막힌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트루먼 버뱅크는 나이 서른이 된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그는 결혼했고 보험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생활이 뭔가 평범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느 날 하늘에서 느닷없이 촬영용 조명등이 떨어지고, 아내나 그의 친구는 자신과의 대화에 집중하기보다는 상품을 광고하는 듯한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급기야 어릴 때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를 길에서 다시 만나는 등 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사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하루 24시간 생방송되는 TV프로그램인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전 세계의 시청자들이 그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일거수일투족을 TV를 통해 보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짐작도 못 하고 있다. 그의 주변 인물은 모두 전문배우고, 사는 곳 또한 거대한 인공도시인 스튜디오이지만 나이 서른이 되도록 그의 삶이 온전히 시청당하고 있었던 것을 몰랐다. 그러던 중 대학 시절 마음에 두었던 실비아를 만나서 자기 주변의 모든 것이 가짜라는 말을 듣는다. 자신의 삶이 조작되고 연출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트루먼은 실비아를 찾아 떠나기로 결심하고, 연출된 인공의 공간에서 과감하게 탈출한다.



 십 수 년 전 개봉된 영화 ‘트루먼 쇼’의 줄거리다. 개봉 당시만 해도, 미디어에 희생당하는 사람들을 예리하게 풍자한 SF적인 영화라는 것 외에 현실적인 긴장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SNS(Social Network Service) 세상의 중심에 있는 오늘날의 관점으로 보면 섬뜩한 이야기다. 우리는 이미 우리의 일상을 서로 관음하는 ‘시청당하는 세상’에 와 있다. 보기만 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참견하고 공격하는 행태를 더하면서 말이다.



 물론 SNS의 순기능을 잊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독재국가들의 시민혁명의 촉매가 된 것도, 적극적인 선거운동 도구로 사용된 것 등은 분명 혁신적이다. 또한 사이버상의 관계자일 뿐인데도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고 위급한 환자를 살려내는 것은 훈훈한 기능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일 열린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에서 ‘소셜플랫폼 기반의 소통·창의·신뢰 네트워크 사회 구현전략’을 발표한 것도 영향력을 더 생산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을 실행하기에 앞서 더 견고하게 구축해야 할 기반이 있다. 개인정보 침해 같은 각종 역기능과 아직 우리가 체험하지 못한 위험성에 대한 대비책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서비스를 모두 합치면 이미 전 국민의 85%가 SNS를 이용한다는 분석이다. 또한 전 세계 리트윗의 50%는 트윗이 생성된 지 60분 이내에 유통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30분 이내여서 해외에 비해 2배 더 빠르게 나타났다. 우리의 이용 증가 속도가 빠른 만큼 폐해량도 비례할 수 있다. 정부가 이런 점을 간과하고 SNS를 행정적 편의사항으로만 사용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국가나 기업이 국민의 생활을 시청하거나, 국민들 스스로도 서로를 악의적으로 시청하지 않아야 한다.



 사용자인 우리도 신중해야 하겠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외쳤던 그 시절의 숲 속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이젠 다르다. 형식적으론 같은 숲 속이라도 그 속엔 보이지 않는 많은 팔로어가 잠재해 있는 사이버 숲인 것이다. SNS는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역할을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개인적인 독백을 절제해야 할 이유도 있지만, 공사(公私)를 구분해 지저귐(대응)도 구분할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만일 투명한 유리로 된 세상을 자청한다면 우리는 피차 공격자와 공격당하는 자를 넘나드는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공격을 못 이겨 스스로 생을 포기하는 사태는 없어야 한다. 그리고 강조하건대 SNS가 제아무리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21세기적 관계서비스라 할지라도 사이버는 현실만큼 감동을 줄 수 없다는 생각이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어도 빠르게 접촉을 원하는 SNS에 답하느라 서로 눈을 맞추지 못한다면 현실의 만남은 난센스이고도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이제 사이버 터치보다는 트루 터치를 더 해보자. 그러고 보니 트루먼(truman)이란 이름은 진실한 관계를 꿈꾸는 트루 맨(true+man)에서 나온 것이었다.



유재하 UCO마케팅그룹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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