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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240명 한날 내보낸 이 회사, 무슨 일이 …





스마트폰 대응 못한 노키아 불똥 한국까지 … ‘대만의 삼성전자’ 폭스콘 한국법인 비극의 5월 4일



월요일이던 23일 오전,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내 폭스콘 한국법인(FIHTK) 사무실은 황량했다. 이 회사 직원 280명 중 24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명퇴를 피한 몇몇 직원만 나와 업무를 보고 있다. [변선구 기자]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제이플라츠빌딩 6층 대회의실엔 바위가 찍어 누르는 듯 무거운 공기가 흘렀다.



 “결국 대다수가 회사를 떠나게 됐습니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깊이 숙인 고개를 차마 못 드는 이는 ‘폭스콘인터내셔널홀딩스 테크놀러지 코리아’(FIHTK)의 오병구(54) 사장. 이 회사 280여 직원 중 240여 명(86%)이 한날 한시에 천금 같은 일자리를 잃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이들은 세계 어디 내놔도 부족함 없는 휴대전화 전문 엔지니어들. 도대체 이 회사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



 ◆CEO는 쓰러지고=퇴직 통고를 받은 몇몇 엔지니어를 어렵게 인터뷰했다. A씨는 “숫자 변화에 불과한 듯 보이는 산업 트렌드 변화가 개개인의 삶에 어떤 치명적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는 소름 끼치는 사례 아니겠느냐”며 쓰게 웃었다. 경영진이 결정적 잘못을 했거나 모회사의 막무가내식 대량 해고는 아니라는 뜻이다. 몇몇 직원은 외려 쓰러진 오 사장을 걱정하고 있었다. 오 사장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건강이 악화돼 수술과 고강도 투약을 반복하는 중이라고 한다.



 FIHTK는 대만의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기 제조기업 폭스콘의 한국법인. 애플·노키아·소니· 모토로라·닌텐도·델 같은 세계 유수의 IT기업들이 바로 이 회사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지난해 매출 1020억 달러(약 112조원), 중국 공장에만 50만 명이 근무한다. 창업자 궈타이밍(61) 회장은 대만 최고 부호다. 우리나라에선 애플의 아이폰·아이패드 제조사로, 또 지난해 잇따른 중국 내 직공들의 자살 사태로 유명세를 치렀다.



 폭스콘이 한국에 연구개발(R&D) 중심 현지법인을 설립한 건 2006년. 처음부터 목적이 뚜렷했다.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사 노키아의 북미시장용 CDMA폰 개발을 대행하는 것이었다. 18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일이 밀려들면서 쑥쑥 커갔다. 2009년엔 직원이 400여 명으로 늘었다. 90%가 엔지니어였다.



 ◆최고 엔지니어들 “먹고살 걱정”=승승장구하던 회사에 암운이 드리운 건 지난해 초였다. 노키아 주문 물량이 확 줄었다. 아이폰 광풍이 북미를 휩쓸고 있었다. 애플에 밀린 노키아의 내부 고민은 심각했다. 일반 휴대전화인 CDMA폰에 투자할 여력도, 이유도 없었다. 지난해 10월 급기야 노키아는 CDMA폰 사업 중단을 발표했다. 엔지니어 B씨는 “우리는 심리적으로 노키아 직원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모든 게 한순간에 끝나버린 것”이라고 전했다. 폭스콘의 모토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 디자인부터 기술개발, 애프터서비스까지 유통을 제외한 모든 일을 하되 어디까지나 고객사를 앞세운다. FIHTK가 국내 IT업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경영실적은 참담했다. 국내 업체에서 의뢰받은 스마트폰 모델 두 개를 개발한 게 고작이었다. 엔지니어들이 하나 둘 회사를 떠났다. 남은 사람은 250명 남짓. 그중 이번 사태에서 살아남은 이는 다섯 명 남짓이다. 직원들의 반발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건 그나마 보상에 진정성이 있다고 본 때문이다. A씨는 “근속 연수+1개월에 해당하는 월급을 위로금으로 준다더라. 월급도 6월 말까지 나온다. 전에 다녔던 국내 업체는 2개월치 월급만 주고 내쫓았었다”고 말했다.



 노키아로부터 “본사 R&D센터보다 스케줄을 더 잘 맞춘다”는 찬사를 듣던 엔지니어들은 그러나 이제 갈 곳이 없다. 경력이 상대적으로 짧은 C씨는 “휴대전화 인력시장도 요즘 상황이 안 좋다. 너무 힘들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오승철 전무는 “법인이 철수하는 것은 아닌 만큼 새 활로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글=이나리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궈타이밍=폭스콘 창업자 겸 회장. 1974년 중소 부품업체를 창업했다. 88년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 본토에 대규모 공단을 짓는 모험을 감행, 고속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2008년 자신의 탱고 강사였던 쩡신잉(39)과 재혼했다. 3년 전 “재산의 90%를 기부하겠다”고 공표해 큰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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