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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청춘은 맨발이다 (24) 나의 모델, 앤서니 퍼킨스





“당대 최고 퍼킨스 벤치마킹하자”
출연작 7번 보며 손 동작까지 공부



신성일이 영화 ‘아낌없이 주련다’의 모델로 삼은 할리우드 영화 ‘굿바이 어게인’. 1962년 국내 상영됐다. 사진 오른쪽부터 잉그리트 버그만·앤서니 퍼킨스·이브 몽땅. [중앙포토]





최고가 되려면 최고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젊은 시절 내가 실천한 성공 전략이었다. 눈물을 닦고 극동흥업에 들어갔더니 호현찬 기자와 차태진 극동흥업 사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영화 ‘아낌없이 주련다’를 기획한 호 기자가 신필름에서 벌어진 일을 물었다.



 “다 끝냈습니다. 법적으로 문제 없습니다.”



 차 사장은 그 자리에서 계약서 없이 책(대본)과 5만원을 주었다. 5만원은 신필름에서 내가 받던 열 달치 월급. 이 돈이 계약금인지 아닌지는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촬영 중간에 5만원을 더 받았으니 출연료가 10만원인 셈이었다. 어찌됐든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촬영은 일주일 후에 들어가기로 했다.



 5만원을 뒷주머니에 넣었다. 하숙집에 들어앉아 대본을 분석하기엔 성이 차지 않았다. 그 길로 대구 최고의 부자인 선학알미늄의 사장 자제들이 서울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남산 KBS 1TV(현 남산애니메이션센터) 부근의 단독주택으로 향했다. 그 집엔 딸 둘과 아들 셋이 있었는데, 나는 그 집 형제들과 특별히 친했다. 다짜고짜 “2층 방 하나만 빌려달라”고 했다. 그 집 형제들은 왜냐고 물었다. ‘아낌없이 주련다’ 시나리오 완성도에 대한 나의 확신은 변함 없었다.



 “이번에 책을 받았는데 출연하면 정말 성공할 것 같아. 딱 일주일이면 된다.”



 그 집에 틀어박혀 대본을 읽고, 또 읽었다. 누군가를 연기 모델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펴 보니 광화문 쪽에서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원작의 영화 ‘굿바이 어게인’이 상영되고 있었다. 당시 일본어 제목 ‘이수(離愁)’로 간판이 걸렸다. 앤서니 퍼킨스·잉그리트 버그만·이브 몽땅이 주연한, 연상 여인과 연하남 사이의 맺어질 수 없는 절실한 사랑 이야기였다. ‘아낌없이 주련다’와 느낌이 비슷했다.



 대본을 읽는 일주일 동안 ‘굿바이 어게인’을 7번 보았다. 남자 주인공인 퍼킨스는 여성적 느낌이 넘치는 섬세한 멜로 연기에 뛰어난 당대 최고의 배우였다. ‘아낌없이 주련다’에서 퍼킨스만한 모델을 찾을 수 없었다. 다른 할리우드 남자 배우들의 장점도 분석해보았다. ‘에덴의 동쪽’(1955) 제임스 딘은 반항적 연기가 일품이었고, 말론 브란도는 중량감 있는 하드보일드 영화에 어울렸다. ‘상처뿐인 영광’(1956)의 폴 뉴먼은 캐릭터를 풍부하게 표현하는 데 대단한 재능을 가졌다.



 나는 퍼킨스와 일심동체가 됐다. 퍼킨스의 손 동작과 눈 움직임을 보며 나를 대입해 보았다. 또 퍼킨스의 연기를 생각하며 대본에 동작을 다 적어놓았다. 대본을 100번도 더 읽었다. 전체 108신(러닝타임 105분)을 외어버렸다.



 ‘아낌없이 주련다’ 촬영은 서울 서라벌예대 바로 위의 미아리 세트장에서 시작됐다. 여주인공 이 여사(이민자)가 경영하고, 피난 온 대학생 하지송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레스토랑 내부에서 주로 찍었다. 유현목 감독은 가장 중요한 장면부터 카메라를 들이댔다. 9살 꼬마 안성기는 이 여사의 아들 역으로 출연했다. 레스토랑 신은 작품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는데, 사흘 동안 밤을 새워가며 촬영했다. 퍼킨스를 모델로 삼은 나의 힘과 열정은 폼페이를 집어삼킨 베수비오 화산처럼 폭발했다.



신성일

정리=장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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