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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갈등 공화국’에서 벗어나려면







장대석
사회부문 차장




대한민국은 갈등 공화국이다. 과학벨트, 동남권 신공항, LH공사 이전 등은 현재 큰 홍역을 치르는 대형 이슈다. 이들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 말 많고, 탈 많은 현안 사업에 대한 정부의 요리법을 읽을 수 있다.



 ‘동북아 제2의 허브 공항’을 내세우며 추진했던 동남권 신공항의 경우 2006년 말부터 공론화됐다. 당시 영남권 지자체들은 김해공항이 포화상태라 몇 시간 걸려 인천까지 가야 한다며 신공항 건설을 요구했다. 정부는 한 해 1000만 명을 실어나르는 매머드 국제공항 건설을 약속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를 대선 공약에 집어넣었다. 국토해양부는 2007, 2009년 후보지를 실사해 두세 곳으로 압축하는 절차까지 거쳤다. 하지만 밀양과 가덕도 유치전이 가열되자 정부는 “경제성이 없다”며 신공항 백지화 카드를 내밀었다.



 과학비즈니스벨트 문제도 비슷한 코스를 밟았다. MB는 대선 공약으로 충청권에 국제적인 과학벨트를 만들어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조성하겠다고 제시했다. 지난해까지도 충청권 입지를 검토했다. 하지만 올 들어 정부는 말을 바꿨다. “과학벨트는 과학자들이 결정할 몫”이라며 후보지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각 지역이 올인했다. 결국 첨예한 갈등으로 번졌다. 탈락한 곳에서는 삭발을 하고, 혈서를 쓰고, 단식농성까지 하고 있다.



 LH 이전 문제도 비슷하다. 정부는 2005년 국토의 균형개발을 위해 정부·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면서 토지공사는 전북, 주택공사는 경남으로 이전키로 발표했다. 4년 뒤 두 기관을 통합해 LH를 출범시키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한 곳으로 통째 이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국토해양부는 “모른다” “결정된 바 없다”고 꽁무니를 뺐다. 손사래를 치던 정부는 지난 13일 경남으로의 일괄 이전을 발표했다.



 이런 정부의 결정을 두고 ‘잘했다, 잘못했다’를 논하는 게 아니다. 결정을 내리기까지 과정의 문제를 지적하는 거다. 이들 문제를 복기하다 보면 공통으로 드러나는 정부의 행보가 읽힌다. 처음에는 그럴듯한 명분과 원칙으로 시작한다. 확실한 약속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정 기간은 이를 확인해 준다. 하지만 밀고 당기는 샅바싸움이 벌어지면 자세가 달라진다. 우유부단해진다. 그러니 갈등이 싹튼다. 결국 불꽃 튈 정도로 갈등이 첨예화한다. 그러면 정부는 언제 그런 약속을 했느냐는 듯 뒤집는다. 지역 주민들은 “정부가 양치기 소년처럼 거짓말을 늘어놓는다”며 배신감을 드러낸다.



 공정사회는 신뢰가 기본이다. 신뢰의 바탕은 약속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첫 약속이 잘못된 것이라면 공개적인 토론회를 열어 문제점을 도출하고 해법을 찾았어야 한다. 그래야 이해당사자가 승복한다. 그런데 정부의 일처리 방식을 보면 교통정리를 해야 할 당사자가 갈팡질팡하면서 오히려 갈등을 꼬이게 하고, 분란을 부채질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한민국이 갈등 공화국에서 벗어나려면 정부가 먼저 원칙을 바로세워야 한다.



장대석 사회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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