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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전문기자의 경제 산책] IMF 총재가 돼선 안 될 사람들







김정수
전문기자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감을 두고 말이 많다. 성폭행 혐의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가 그만두자마자 늘 IMF 총재 자리를 자기네 몫으로 생각하는 유럽이 먼저 치고 나왔다. 이들은 프랑스 재무장관을 밀고 있다. 신흥국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IMF 집행이사회가 ‘능력 기준으로, 개방적이고 투명한’ 선임 절차를 거치겠다고 밝혔지만 이 반발은 잠재워지지 않을 것이다. 유럽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새 총재를 뽑을 걸 서로가 뻔히 알기 때문이다.



 신흥국은 국제경제기구를 선진국들이 좌지우지하는 것에 늘 불만을 품어 왔다. 그 불만이 이번 경우에 ‘스러져 가는 유럽이 아닌, 날로 뜨는 신흥국 사람을 쓰라’는 집단 주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IMF는 크게 두 가지 일을 한다. 그 하나는, 외환 부족으로 국가부도 위험에 빠진 나라에 급전을 대주는 ‘최후의 대부자’ 역할이다. 그냥 꿔주는 건 물론 아니다. 재정긴축이나 시장개방 등 나라가 다시 안정을 찾는 데 필요한 정책으로 전환하라는 대출조건(그 악명 높은 ‘IMF 지원조건’)이 따른다. 국가부도 사태가 재발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또 다른 IMF의 일은, 각국의 경제정책에 대해 늘 평가하는 ‘감시자’ 역할이다. 회원국의 정책적 보완점을 충고해 준다. 그 나라가 안정성장하도록 해 글로벌 경제에 대한 잠재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IMF가 개별 국가의 정책을 판단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자본거래 자유화와 시장을 통한 환율 결정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IMF의 이런 일을 해낼 사람을 뽑아야 한다. 그 직을 맡기가 껄끄러운 사람은 처음부터 빠져야 한다. 우선 걸핏하면 국가부도 사태를 맞는 나라(신용을 제공하는 IMF 입장에서는 부실채무자), 외환지원만으로 모자라 부채탕감까지 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자주 빠지는 나라나 경제권역 출신은 총재에 적합하지 않다. 도덕적 해이 이상의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이다. 언제 출신국 정부가 손을 내밀지 모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출 승인 도장을 맡길 수 있겠는가? 중남미나 유럽 일부 국가는 총재 후보군에서 일단 제외된다.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또 다른 후보군이 있다. 자본거래에 규제가 많고 외환시장에 개입이 심한 나라 출신이다. 자본거래 통제나 외환시장 개입을 국가의 주권 내지 정책적 고유권한으로 인식하는 나라 출신 또한 IMF 총재 자리에 걸맞지 않다는 말이다. 여러 거래 상대국에 대해 오랫동안 막대한 무역흑자를 기록하면서도, 환율을 시장에 맡기지 않고 상식으로 이해 안 되는 저평가된 수준에서 묶어놓는 나라 출신은 더더구나 총재가 될 수 없다. 중국 등 일부 신흥국 출신도 총재에 입후보할 입장이 아니다. 한마디로, 늘 IMF 지원에 기대거나 IMF가 권고하고 지향하는 바와 어긋나는 정책을 펴는 나라 사람은 총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신흥국의 지위 제고를 마치 우리 일처럼 반기는 경향이 있다. 주요 20개국(G20) 결성 이후 그런 경향이 더 강해졌다. 손이 안으로 굽는다고, 우리와 유사한 길(개도국이 수출을 통해 고속성장하고 경제력을 키워가는 것)을 걷고 있는 신흥국을 좋게 보는 게 인지상정이긴 하다. 또 우리와는 달리 선진국에 대해 당당한 그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국제기구 등에서 이들의 지위가 올라가는 것이 향후 글로벌 거버넌스(글로벌 경제질서를 좌지우지하는 국가 간의 관계)의 개선으로 이어질지, 한번쯤은 차갑게 따져봐야 한다.



 그동안 도하라운드 같은 다자간무역협상이나 G20 등을 통한 글로벌 불균형 해소 논의 등에서 신흥국들은 집단이기주의와 비타협적 태도를 보여왔다. 지금 신흥국 대표주자 중에는, 개방과 호혜의 추진 원칙 아래 국제경제질서와 체제를 개선하려는 그동안의 글로벌 노력에 발목을 잡아온 전력을 가진 나라가 많다. 그런 나라 출신이 국제적 발언권이 강화되었을 때, 과연 그들이 글로벌 경제에 이롭도록 국제경제체제를 운용하고 개선해 나가는 데 앞장설지 의문이다. 신흥국들은 덩치에 합당한 글로벌 지위를 요구하기 전에, 그 덩치에 합당하도록 정책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김정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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