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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킹스턴루디스카 … 발랄해서 쓸쓸한, 역설의 음악

그들을 처음 들은 건 지난해 어느 봄날이었다. 목련이 후드득 떨어지는 서울 마포의 어느 골목길이었다. 목련 잎이 낙하하는 모습은 퍽 쓸쓸했는데, 라디오에선 발랄한 어떤 음악이 아우성치고 있었다. 킹스턴루디스카. 국내 유일의 스카(ska) 밴드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훗날 알아보니 그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음악은 ‘마이 코튼 캔디(My cotton candy)’라고 했다. ‘으짜으짜’ 흥을 부르는 리듬에, 어쩐지 애잔한 정서가 맞물려 있는 독특한 음악이었다. 발랄하게 쓸쓸한 음악이랄까.



아닌 게 아니라 그게 바로 스카의 맨얼굴이었다. 스카는 1960년대 자메이카에서 태동한 음악 장르. 브라스 밴드를 기본으로 ‘약강약강’으로 이어지는 리듬이 특징적인 음악이다. 발랄한 리듬과 쓸쓸한 노랫말이 살을 섞으며 빚어내는 ‘즐거운 슬픔’이 이 음악의 밑바탕이다. 서울 홍익대 둘레에서 펑크ㆍ록 등 제각기 음악을 하던 9명의 젊은 뮤지션을 한 팀으로 불러들인 것도 스카 특유의 역설적인 정서 덕분이었다.



킹스턴루디스카는 올해로 데뷔 8년차에 들어섰다. “라이브 공연의 절대강자”로 불리면서 각종 페스티벌에 단골로 불려다닐 정도로 성장했다. 이들은 “한국에서도 스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감대가 마련된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글= 정강현 기자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의상협찬= 알보(ALVO)













킹스턴루디스카는 아홉 명이다. 그래서 이들의 무대엔 빈틈이 없다. 단순히 멤버 수가 많아서가 아니다. 이들보다 많은 멤버를 갖추고도 헐렁한 무대를 선보이는 이런저런 아이돌 그룹을, 우리는 알고 있다. 킹스턴루디스카의 무대는 음악으로 가득 들어찬다. 아홉 명이 제각기 악기를 들고 꽉 찬 음악을 연주한다. 마치 아홉 명이 질펀한 대화를 나누듯 무대가 흘러간다.



트롬본(최철욱)이 입을 떼면 트럼펫(오정석ㆍ김정근)과 색소폰(성낙원)이 이야기를 잇는다. 속삭이듯 이어지는 연주에 보컬(이석율)과 키보드(김억대)가 끼어들면 대화는 왁자해진다. 기타(서재하)ㆍ베이스(손형식)ㆍ드럼(황요나)은 재잘재잘 이야기를 거든다. 그간 드문드문 멤버 교체도 있었지만 스카 음악의 밑기둥만큼은 꼭 붙들고 있다. 이들의 음악은 얼핏 유쾌하게 들린다. 그러나 가슴속에서 턱 하고 무언가 걸리는 게 있다. 갓 이별을 겪은 이가 부러 큰 소리로 이별을 떠들 듯 유쾌해서 더 서글픈 그런 음악이다.



그런 묘한 정서에 이끌린 이가 적지 않다. 킹스턴루디스카는 ‘인디 스타’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부터 각종 대형 록 페스티벌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린다. 서울 홍익대 둘레에선 드물게 계절마다 단독 콘서트를 여는 팀이기도 하다. 다음 달 4일 오후 7시엔 부산시 경성대 근처 바이널 언더그라운드에서, 11일 오후 7시엔 서울 홍익대 앞 상상마당에서 2011 여름 콘서트를 펼친다. 010-8650-3488. (※소제목은 킹스턴루디스카의 대표 곡 제목)



시작입니다



킹스턴루디스카는 2004년 결성됐다. 맨 처음엔 7명이었다. 홍익대 주변에서 펑크 음악을 하던 최철욱이 멤버들을 불러모았다. 한국 음악판에선 ‘스카’라는 말조차 낯설었던 시절이었다. 밴드에서 기타 치며 노래하던 철욱은 24만원을 주고 트롬본을 사서 무작정 불어대기 시작했다. 한국 최초의 정통 스카 밴드. 일곱 명의 젊은 인디 뮤지션은 무모해 보이는 어떤 목표를 향해 음악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선 참고할 만한 뮤지션이 없었으니 팀을 꾸리는 게 쉽진 않았겠군요.



“참고할 수 있는 게 해외 뮤지션뿐이었는데 온라인으로도 음원을 구하기 쉽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죠. 우선 해외 스카 음악을 똑같이 연주해 보려고 했는데, 도무지 소리가 안 나는 거예요. 높은 음을 못 내서 키를 낮춰서 연습하고…. 지금 생각하면 정말 낯뜨거운 기억이에요.”(철욱)



-첫 무대가 기억나세요.



“2004년 5월이었을 거예요. 다른 밴드 콘서트에 게스트로 올랐는데, 한 곡 끝나고 나니 (트롬본을 불어서) 어지러운 거예요. 하하. 그런 초보 시절이 있었으니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철욱)



-언제쯤 팀의 색깔이 잡혔나요.



“2008년 5월에 1집을 내고 나서일 거예요. 한 4년쯤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나름대로 우리 스타일의 스카 음악이 나오게 됐죠.”(석율)



-요즘은 한국에도 스카 팬이 많이 늘어난 것 같던데요.



“네, 정말 고무적인 일이죠. 2004년만 해도 스카는 소수 매니어 장르였거든요. 예전에는 ‘스카’라는 장르 자체에 많은 의미를 뒀는데, 요즘 팬들을 보면 꼭 스카라서가 아니라 킹스턴루디스카의 음악을 좋아해 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죠.”(정석)



Where is my dream?













킹스턴루디스카는 제법 알려진 팀이 됐다. 홍익대 바닥에선 ‘스타’로도 불리고, 종종 지상파 출연도 한다. “2년 전만 해도 아르바이트를 겸해야 겨우 살 만했는데 요즘은 팀 스케줄 소화하기도 바쁠 정도(석율)”라고 하니 이들의 성장세를 가늠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들은 인디 뮤지션이다. 음악으로 돈을 버는 일엔 영 서툴다. 이들의 말마따나 “겨우 혼자 생활이 가능할 정도”이지, 도무지 주류 뮤지션에 닿을 순 없다.



-음악 하는 일이 (경제적으로) 버겁진 않은가요.



“돈을 벌 생각이면 음악을 시작하지도 않았겠죠. 지금처럼 좋은 음악 만드는 일에 열심을 낸다면 언젠가는 더 많이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억대)



Ska bless you



킹스턴루디스카는 무대에서 반짝이는 밴드다. 이들의 라이브 무대를 보면서 몸을 흔들지 않을 도리가 없다. ‘스캥킹(팔을 아래 위로 흔드는 스카 특유의 댄스)’에 빠져 허우적대다 보면 100분 공연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지난 8년간 매주 두세 차례씩 모여 합주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라이브가 좋다는 팬들의 격려 덕분에 공연 준비를 더 열심히 하게 됐고, 공연을 통해 우리 음악도 성장해 온 것 같다”(철욱)고 했다.



‘Ska bless you’는 이들의 2집 타이틀이다. 스카가 당신을 축복합니다. 그래, 세상만사 험난해도 어떤 음악은 우리 마음을 무턱대고 어루만진다. 축복이 뭐 별건가. 멜로디와 리듬에 근심이 씻긴다면 그게 축복인 게다. 스카가 당신을 축복하리라!



글=정강현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킹스턴루디스카



데뷔
 2004년 5월



멤버 최철욱(트럼본)·오정석(트럼펫)·김정근(트럼펫)·성낙원(색소폰)·서재하(기타)·손형식(베이스)·황요나(드럼)·김억대(키보드)·이석율(보컬·타악기)



주요 음반 



2006년  10월 싱글 ‘킹스턴루디스카(Kingston Rudieska)’



2008년  5월 정규 1집 ‘스카픽션(Skafiction)’



2009년  3월 싱글 ‘스카 피델리티(Ska Fidelity)’



2010년  6월 정규 2집 ‘스카 블레스 유(Ska Bless You)’



[시시콜콜] 인기에 비해 상복이 없는 까닭

유일한 스카 밴드, 어느 장르에도 못 끼니 불리하지요




킹스턴루디스카는 상복(賞福)이 영 없다. 8년차 경력에, 계절마다 단독 공연의 객석을 가득 채울 정도의 명성이라면 한번쯤 상을 받을 만도 한데, 이런저런 굵직한 시상식에서 이들의 이름이 불린 적이 없다. 왜 그랬을까.



우선 생각해볼 것은 ‘스카’라는 장르의 어정쩡함이다. 현재 국내 음악 시상식 가운데 장르별 시상이 가장 다채로운 곳은 한국대중음악상이다. 이 음악상엔 장르별 시상이 있는데, 최우수 록ㆍ모던록ㆍ힙합ㆍ팝ㆍ댄스&일렉트로닉ㆍ알앤비&솔ㆍ재즈&크로스오버ㆍOST 등 8개 장르가 있다. 이 8개 부문 가운데 스카를 배치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스카만 따로 시상하는 것도 무리다. 현재 스카 밴드라곤 킹스턴루디스카가 거의 유일하니까. 그러니까 한국의 음악 시상식 현황을 고려할 때, 킹스턴루디스카가 영 불리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멤버들의 생각은 어떨까. 킹스턴루디스카의 자체 레이블 루디시스템의 한국진 대표는 “스카를 월드 뮤직에 넣을 수도 없고…. 크로스오버를 좀 넓게 해석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리더 최철욱(트롬본)도 “크로스오버 장르에 스카도 자연스럽게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김억대(키보드)의 생각은 달랐다. “상이라는 게 줄 만하면 어떤 방법을 찾아서라도 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장르 구분이 애매해서가 아니라 아직 킹스턴루디스카의 음악이 충분치 못해서 상을 받지 못한 것 아니겠냐는 겸양이었다. 그가 “우리가 훌륭한 음악을 만들면 상이야 어떻게든 돌아오게 돼 있다. 좋은 음악을 만드는 데만 집중하면 된다”고 말하자 나머지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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