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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선 소장의 한국 자동차 비사 秘史] ③ 임금님의 두 번째 자동차





혼자 타기 미안했던 데라우치, 왕실 부추겨 함께 구입



고종의 두 번째 자동차인 영국 다임러사의 4기통 리무진.







“저게 뭐지. 김씨 저것 좀 보라고.”



 “뭐 말인가.”



 “저기 서양 화륜선(증기선)에서 내려 기차에 실리는 괴물 같은 쇠수레 말일세.”



 “가만, 저게 말로만 듣던 자동거(자동차)라는 것 아닌가. 하나도 아니고 두 개일세 그려.”



 “혼자 굴러다닌다는 쇠망아지 말인가.”



 “어디 세관 나리에게 한번 물어보세.”



 인천 부두에서 물건을 나르던 하역 인부 두 사람이 배에서 내려지던 자동차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일본이 이 땅의 모든 주권을 강탈하고 2년 뒤인 1912년 초여름의 일이다.



 “세관 나리. 이것이 자동거라는 거요.”



 “그렇소만. 왜 묻소.”



 “거참 신기하게 생겼구먼. 이 앞에 달린 세수 대야만 한 게 자동거 눈알이오.”



 “눈알이 아니라 밤길을 밝혀주는 화경(전조등)이라는 거요.”



 “그런데 누가 탈 건가요.”



 “까만 자동거는 임금님께서 타실 것이고, 저 빨간 자동거는 일본 총독이 탈것이랍디다.”



 “전차, 기차, 화륜선이 들어와 온통 나라를 뒤집어 놓더니 이번에는 자동거까지 들어오는구먼. 정말 이러다 세상 개벽하겠소. 그런데 이것들을 어디서 사오는 거요.”



 “말조심하쇼. 나라님이 타실 자동거를 보고 이것들이라니. 두 대 다 저 먼 구라파에서 사온다고 들었소.”



 1910년 초대 총독으로 부임한 데라우치 마사타케는 자동차를 들여와 타고다니며 뻐기고 싶었다. 그런데 자기 혼자만 타기가 미안했던지 우리 왕실을 부추겨 고종의 어차도 같이 들여오도록 했다. 그래서 당시 군왕이 탈 수 있는 리무진을 만들던 영국의 다임러(Daimler) 자동차 회사에 고종의 어차를, 울즈리(Wolseley) 회사에는 총독용 차량을 각각 주문했다. 2년 뒤 인천 부두를 통해 상륙했다.



 다임러는 문헌상 고종의 두 번째 자동차다. 고종의 첫 자동차는 1903년 들여왔는데 역사책에는 “고종 어용으로 미국에서 자동차 한 대를 도입했다”는 간단한 기록밖에 없다. 물론 그 차의 존재는 현재 찾을 수 없다.



 반면 데라우치의 자동차와 함께 들여온 고종의 다임러 리무진은 숱한 고난의 세파를 뚫고 100년 넘게 보존돼 왔다. 2003년에 다시 복원돼 2005년에 문화재 유물에 등록됐다. 고종의 어차와 총독의 차에는 각각 4기통 엔진이 얹어 있었다. 어차 뒷부분에는 무관들이 올라서서 고종을 호위할 수 있도록 발판이 달려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 발판이 없다. 부서지거나 떼어져 버린 것으로 보인다. 1912년 말까지 서울 장안 백성들이 실제로 볼 수 있었던 자동차는 4대가 전부였다. 프랑스 공사의 차, 왕실에서 도입한 고종의 어차, 총독의 차, 그리고 같은 해 일본인이 서울에서 영업하기 위해 들여온 포드 1대였다.  

한국자동차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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