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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FTA 보상금 23조원 ‘진짜 농민’에게 가겠나







임미진
경제부문 기자




“본인 스스로를 농업인이라고 생각하시는가요?”(김영록 민주당 의원)



 “겸업 농업인입니다.”(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진짜 어려운 가운데 농업에 종사하신 분들이 지금 화가 많이 나 있어요. ‘무늬만 농업인’인데 어떻게 농업인 행세를 하느냐고.”(김 의원)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주중엔 한 중소 신문사 대표로 일하고 주말엔 시골에 내려가 벼농사를 지었다. 신문사에서 받은 연봉이 7000만원 남짓. 그런데 논농사를 지으며 2년간 쌀 직불금도 59만여원 받았다. 쌀값 하락으로 농가 소득이 주는 걸 막기 위해 정부가 농민에게 주는 바로 그 직불금이다. 직불금 제도는 그가 주도적으로 입안했다. 2002년 농림부 차관으로 재직할 때다.



 2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서 후보자는 “농사를 직접 지었으니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조차 “구차한 답변”이라며 질책했다. 청문회를 보면서 많은 국민이 이런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과연 누가 농민인가. 고소득 퇴직 공무원이라도 주말에 농사를 지으면 농민인가. 질문은 꼬리를 문다. 이런 ‘고소득 부업농’이 얼마나 되는가. 다 농민으로 분류돼 과거의 서 후보자처럼 농민 지원정책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는 않을까. 올해 농수산예산은 17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게 제대로 쓰이고 있는 걸까. 게다가 한·미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농가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정부는 23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혹시 이런 국민 혈세가 진짜 어려운 농민이 아닌 ‘무늬만 농민’에게 돌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서 후보자의 말대로 요즘 농사는 예전과 다르다. 기계화 덕분에 웬만한 모내기는 한나절에 끝난다. 주말에 취미처럼 내려와 농사를 짓고 올라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을 정부는 가려내야 한다. 이들을 농민으로 묶어 지원대책을 남발하는 순간, 내 세금 낭비는 물론 ‘진짜 농민’의 몫도 준다.



 서 후보자는 ‘실세냐’고 묻는 질문에 “실세는 예산을 많이 따고 일 잘하는 장관”이라고 했다. 그렇지 않다. 예산 많이 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마주해야 할 정책 당사자인 진짜 농민이 과연 누구인가부터 파악하는 거다. ‘겸업 농업인’이었던 서 후보자가 다행히 이번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한다면 ‘겸업 농업인’ 문제부터 천착해 보길 바란다.



임미진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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