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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1g에 1만원짜리 알 낳는 철갑상어, 남한강가에 산다





스타 셰프 레오강·박찬일, 국내 첫 양식장에서 캐비아를 맛보다



“오우, 이거 보기보다 무겁네요.” “그래도 얌전한데.” 생애 처음 철갑상어를 안은 레오 강 셰프(왼쪽)와 박찬일 셰프는 사뭇 흥분한 모습이었다.





식탁에 오르는 순간 팡파르를 울렸다는 음식. 지위와 부의 상징으로 여겼던 귀족의 음식. 철갑상어의 알, 캐비아다. 호화 생활을 누리며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프랑스 좌파도 하필이면 ‘캐비아 좌파’라고 부른다. 그만큼 캐비아에는 범접하기 힘든 고상함의 가치가 배어 있다.



저 먼 곳의 음식인 줄로만 알았던 캐비아가 국내에서 대량 양식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장 현장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언론에 노출되길 극히 꺼린 업체의 우려 때문이었다. 현장이 공개되면 도둑이 드는 건 아닌지 업체 대표는 근심이 크다고 했다.



마침 셰프 두 명이 이 철갑상어 양식장을 방문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서울 한남동 ‘마카로니 마켓’의 레오 강(35) 셰프와 서울 홍익대 앞 ‘라꼼마’의 박찬일(46) 셰프. 식재료에 관한 한 깐깐하기로 소문난 스타 셰프다. 이 두 남자를 앞세워 캐비아 양식장에 쳐들어갔다. 국내 유일의 캐비아 생산업체 ‘블랙 캐비아’의 최윤호(37) 대표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언론에 처음으로 양식장 문을 열어 줬다.



글=윤서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 “도둑 들까봐 언론에 처음 공개해요”









갓 짠 철갑상어의 알. 검정색·진회색·회녹색 등 여러가지다



국내 유일의 철갑상어 양식장은 충북 충주시 남한강변에 있었다. 마침 비가 내려 양식장의 물이 탁했다. 5만 마리나 된다는 철갑상어가 그 바람에 보이지 않았다. 양식장에는 하루 4번 남한강물이 들어왔다 나간다. 황토물을 한참 들여다보던 레오 강 셰프가 소리를 질렀다.



 “벨루가죠?”



 그가 가리키는 곳을 유심히 보니 몸길이가 족히 1m는 돼 보이는 원통 모양의 몸에 주둥이가 길고 뾰족한 철갑상어가 유유히 헤엄치는 게 보였다. 그림으로 봤던 철갑상어 모습 그대로다. 최 대표는 탁한 물에서 벨루가를 알아본 강 셰프의 눈썰미를 칭찬했다.



  “벨루가는 등에 흰 점선이 뚜렷하죠. 여기엔 벨루가·러시안·시베리아·스텔렛 네 종이 있어요. 개중에서 벨루가 알을 최상급으로 쳐주죠.”



  최 대표를 따라 채란장으로 향했다. 채란장 한쪽 수족관에는 갓 부화한 치어에서 산란기에 접어든 성어까지 3만여 마리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색깔이 조금씩 달랐다. 최 대표는 “사람마다 피부색이 다르듯 철갑상어도 색깔이 똑같은 게 하나도 없다”며 “신기하게도 알 색깔과 몸 색깔이 똑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캐비아 색깔과 품질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새까만 캐비아가 좋다는 것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직원 세 명이 채란 과정을 보여 주겠다며 10년 된 스텔렛 한 마리를 꺼냈다. 한 명이 주둥이를 잡고 다른 한 명은 꼬리를 잡았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이 생식기에 가느다란 관을 꽂았다. 관을 천천히 돌리자 이내 까만 캐비아가 쏟아졌다. “와!” 모두가 신기해하자 관을 쥔 직원이 “철갑상어를 죽이지 않고 채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박찬일 셰프는 “한 일본 작가가 농담으로 철갑상어 배에 지퍼를 달아 알을 꺼내자고 했었는데 이런 현명한 방법이 있었군요”라며 신기하게 지켜봤다.



 # 날것은 처음 … 즉석에서 요리 구상









‘블랙 캐비아’에서는 생식기를 통해 관을 넣어 난관 속의 알집을 터뜨린다.



“따뜻한 캐비아는 처음 먹어 보네요.”



 방금 채취한 캐비아를 앞에 놓고 두 셰프는 들뜬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우리가 맛봤던 캐비아는 저장식품으로 가공 처리된, 다량의 소금과 보존료가 첨가되거나 소금물에 담가 으깬 것이기 때문이다.



  두 셰프는 작은 스푼으로 조심스레 캐비아를 떠 손등에 올려놓고 맛을 봤다. “비린내가 전혀 안 나고 감칠맛이 좋네!” “짠 캐비아와는 완전 다른 맛인데!” 곧바로 감탄사가 터졌다. 생생하게 입자가 살아 있는 캐비아를 씹으니 알알이 톡톡 터졌다. 싱싱하고 담백하고 고소하고 독특한 풍미가 느껴졌다.



  캐비아를 올린 오이와 삶은 달걀, 훈제 연어, 샐러리 등으로 상을 차렸다. “캐비아는 훈제 연어와 아주 잘 어울린다”는 강 셰프의 말에 최 대표가 “외국에서는 스테이크 위에 올려 먹기도 하더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강 셰프의 해설이 이어졌다.



  “마블링이 많은 고기면 괜찮아요. 그런데 고기 요리엔 기본적으로 소금이랑 후추가 들어가잖아요. 후추 때문에 캐비아 맛이 죽어 버리죠. 반면 생선은 소금 간만 해도 되니 캐비아 맛을 비교적 생생하게 느낄 수 있죠. 새우·가리비와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박 셰프는 키조개를 떠올렸다. “키조개 특유의 흙 냄새가 캐비아의 독특한 맛과 묘한 조화를 이룰 것 같아. 키조개와 캐비아가 만난 요리….” 새 메뉴 생각에 골몰하던 박 셰프는 캐비아를 올린 샐러리를 천천히 음미했다. 신선한 국내산 캐비아 맛에 반한 두 셰프의 캐비아 요리 구상은 이후로도 한참 이어졌다. 곧 그들이 만든 진기하고 맛있는 캐비아 요리를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 국산 캐비아 구입 요령 ‘블랙캐비아(www.blaccaviar.com)’에서 생산하는 캐비아는 서울시내 주요 백화점 식품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15년 된 벨루가 철갑상어에서 얻은 ‘벨루가’의 알이 가장 크고 비싸다. 30g에 30만원. 10년 이상 된 시베리아·러시안 철갑상어의 알 ‘오세트라’는 가장 많이 먹는 캐비아다. ‘세브루가’는 7년 이상 된 스텔렛 철갑상어의 알로, 크기는 작지만 단백질과 지방이 많다. 오세트라(30g)·세브루가(30g)는 각 15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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