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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호의 시시각각] 국가경쟁력 랭킹은 ‘뻥’이다







남윤호
경제선임기자




무엇이든 랭킹을 매긴다면 점수를 잘 받고 볼 일이다. ‘순위는 별 의미 없다’고 말해도 상위에 든 뒤에 해야 통한다. 성적이 나쁠 때 하면 변명쯤으로 들린다. 국가경쟁력 순위라는 게 딱 그렇다. 이게 별 의미가 없다는 점, 자칫하면 엉뚱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성적이 안 좋을 때 그런 말 하기가 거북스러울 뿐이다. 그러나 이젠 따져볼 때가 됐다. 스위스 국제경영연구원(IMD)의 평가에서 22위라는 역대 최고 성적을 받았으니 말이다.



 우선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내용이 많다. 금융위기로 휘청한 아일랜드(24위)나 아이슬란드(31위)가 신흥국의 대표주자인 브라질(44위)보다 경쟁력 있다고 봐야 하나. 일본(26위)의 경쟁력이 심각한 정정불안을 겪은 태국(27위)과 겨우 한 끝 차이인가. 공동 1위를 차지한 미국과 홍콩이 도대체 같은 수준의 국가인가.



 규모가 작은 국가의 순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는 것도 미덥지 않다. 산업구조가 단순해 특정 업종이나 기업이 불황에 빠지면 온 나라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최근 부진을 겪고 있는 노키아의 핀란드가 그렇다. 핀란드의 경쟁력 순위는 2005년 1위였다. 한 기업이 경영을 잘못했다고 그 국가의 경쟁력이 함께 떨어진다는 게 납득이 되나.



 평가기관마다 순위가 들쭉날쭉인 것도 문제다. IMD의 랭킹은 매년 가을 나오는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순위와 차이가 제법 난다. 지난해 일본은 IMD로부터 27위를 받았지만, WEF 평가에선 6위에 올랐다. 독일은 IMD에서 16위였으나, WEF에선 5위였다. 또 IMD에서 2위로 호평받은 홍콩은 WEF에선 11위로 밀려났다. 어떤 수치를 잣대로 삼느냐에 따라 결과가 확 달라진 것이다. 통계의 자의성(恣意性)이 역력하다.



 원래 국가경쟁력은 경제학 용어가 아니다. 그럴듯하고, 대중적 관심을 끌지만 학문적 근거가 있는 개념은 아니다. 이 말을 습관적으로 쓰다 보면 국가를 기업처럼 서로 경쟁하는 관계로 오해하기 쉽다. 이에 대한 비판은 1990년대부터 나왔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폴 크루그먼이 대표적이다. 그는 94년 ‘경쟁력-위험한 집착’이라는 논문에서 국가경쟁력이란 개념을 ‘무의미하고 위험한 착각’이라고 비판했다. 국가와 국가는 무역으로 서로 이익을 얻는데, 이를 경쟁력이란 기준으로, 그것도 일렬로 줄 세우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그에 따르자면 국가경쟁력 순위는 한마디로 ‘뻥’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예컨대 우리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중국에 뒤진다 해서 중국에 밀려 낙오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중국경제의 발전은 우리에게도 유리하다. 중국에 대한 수출이 늘고, 중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뿌리는 돈도 많아진다. 중국이 잘 되면 우리도 덩달아 잘 되는 구조다. 또 우열을 표시하는 랭킹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우리는 일본보다 경쟁력 순위가 4단계 높다. 하지만 우리는 거액의 대일 무역역조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반대로 우리보다 경쟁력 순위가 높은 미국과 중국에 대해선 흑자를 내고 있다. 이를 국가경쟁력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그런데도 국가경쟁력 순위는 매년 발표된다. 그때마다 언론은 올림픽 메달 순위 다루듯 보도한다. 결과는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순위가 떨어지면 정부를 비판하는 근거로, 오르면 정부 치적을 미화하는 자료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모두 반성할 일이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나라엔 사람과 돈이 몰려드는 법이다. 자유와 개방이 내뿜는 흡인력·매력이 바로 IMD나 WEF가 측정하려는 국가경쟁력에 가깝지 않을까. 다만 이를 객관화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한계가 뻔한 경쟁력 보고서를 받아보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 랭킹에 매달리다간 크루그먼의 경고처럼 잘못된 정책 처방을 내릴 위험만 커진다.



남윤호 경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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