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글로벌 아이] 퍼포먼스보다는 신뢰 얻어야







박소영
도쿄 특파원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溫家寶·온가보) 중국 총리,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21일부터 이틀간 일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들은 정상회의 선언에서 원자력 안전과 재난관리 등에 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원자력 안전 협정 ▶재난 관리협력 등의 부속 문서를 채택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이 주목한 내용은 원자력 안전과 관련된 정상회의 결과가 아닌 21일 있은 후쿠시마 회동이다. 이들은 이 대통령과 원자바오 총리가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를 방문한 최초의 정상이라고 대서특필했다. 사고 원전에서 약 65㎞ 떨어진 이재민 피난소를 방문한 두 정상은 간 총리가 권하는 후쿠시마산 체리와 방울토마토·오이를 맛있게 시식했고, 이 장면은 방송을 통해 일본 전역에 방영됐다. 이날 저녁 도쿄 영빈관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이 지역 농수산물이 식재료로 쓰인 것은 물론이다. 간 총리는 22일 3국 정상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풍평(風評·악소문)으로 괴로워하는 지역 주민에게 큰 도움이 됐다”며 두 정상에게 사의를 표했다.



 후쿠시마에서 한·중·일 정상이 만나는 것을 두고 당초 “외국 정상에 대한 결례”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한국과 중국 정부가 쓰나미 피해지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먼저 타진했지만 일본 외무성이 복구작업이 진행 중인 피해지역의 부담과 안전문제 등을 이유로 방문지역에서 제외시켰을 정도다. 하지만 간 총리는 어떻게든 두 나라 정상을 후쿠시마로 불러모으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원전 사고 이후 국제사회에서 일본산 먹을거리가 외면받고 있는 데다 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나 줄었다. 총리를 끌어내리려는 여야 공세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 두 정상과 후쿠시마 퍼포먼스를 통해 일본의 방사성물질 오염 정도가 예상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일본산 먹을거리의 안전성도 보장받겠다는 심산이었다. 결국 이 대통령과 원자바오 총리의 통 큰 배려로 3국 정상은 후쿠시마와 후쿠시마 농산물이 안전하다는 홍보캠페인이 펼쳐질 수 있었다.



 대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에는 악소문·유언비어가 따라다니는 법이다. 1923년 1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관동대지진 당시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들이 불을 지른다”는 악소문이 떠돌았다. 이에 자극받은 주민들이 6000명이 넘는 조선인을 학살하는 어처구니없는 참극이 벌어졌다.



 이런 뼈아픈 경험을 한 일본인들이 이번 먹을거리의 방사능 오염을 단순한 악소문이나 유언비어로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명백하다. 도쿄전력과 정부의 원전 사고수습은 연일 오락가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1호기의 노심용융 사실을 두 달이 지나서야 발표했다. 바다와 토양에서 고농도 방사성물질이 나오고 원전에서 300㎞ 이상 떨어진 곳에서 생산된 차 잎에서도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 일본인들이 후쿠시마 원전 인근 지역에서 재배된 농수산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때 비로소 국제사회가 일본산 먹을거리를 받아들일 수 있다. 한국과 중국 정상이 한두 번 먹어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박소영 도쿄 특파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