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분수대] 고리대금업









금융업과 르네상스, 별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십자군 원정(1096~1270년)은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피렌체의 번영을 가져왔다. 이곳의 메디치 가문은 전쟁 통에 동방에서 가져온 비단과 잡화를 팔아 돈을 벌기 시작했다. 이들은 교권(敎權)과 왕권(王權) 사이를 오가며 여러 사업권을 따냈다. 그중에서도 가문을 일으켜 세운 게 은행업이다. 당시 가톨릭에서는 이자를 받는 행위를 죄악시했다. 따가운 눈총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그들은 번 돈으로 여기저기 교회를 지었다. 교회 건축물을 장식할 미술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오늘날 금융업은 미국과 유대계가 장악하고 있지만 시작은 이탈리아였다. 은행(bank)이라는 단어도 의자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banco에서 왔다. 당시 은행에서 눈에 보이는 거라곤 의자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돈을 융통해주고 이자를 받는 것이 금융업의 본질이다. 그럼에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자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다. 이슬람교가 이자를 금하고 있으며, 성경에도 그런 구절이 있다. “이자를 위하여 돈을 빌려주지 말고…”(구약 레위기 25:37),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돈을 꿔주라”(신약 누가복음 6:35)는 것이다.



 단테의 『신곡』에 묘사돼 있듯 중세 유럽에서 고리대금업자들은 모두 지옥 갈 사람이었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샤일록이나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의 전당포 노파도 증오의 대상으로 그려진다. 부자가 자선을 베풀지는 못할망정 돈놀이를 하는 것은 부도덕하다고 봤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론 경제가 굴러갈 수 없었다. 이자 금지를 피하는 수단들이 개발돼 나온 이유다. 얼마 전 논란이 됐던 이슬람채권법(수쿠크법)도 율법이 금하는 이자를 다른 식으로 보상받는 장치다.



 경제학에서 이자는 돈값이다. 남의 돈을 빌려 쓰는 대가다. 현재 국내 제도권 금융의 최고 이자는 대부업체의 연 44%다. 지난달 여야 의원들이 이걸 30%로 낮추려다 정부 반대로 무산됐다. 정부와 의회는 39%로 합의를 보고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자율을 급격히 낮추면 대부업체들이 돈을 사채시장에서 굴리기 때문에 서민들이 더 피해를 본다고 말한다. 1980년대 중반 일본이 그랬는데 그때 대부업체의 90%가 지하로 잠적했다는 것이다. 그중 일부가 금리차를 보고 현해탄을 건너왔다. 요즘 한국이 야쿠자들의 돈 놀이터가 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심상복 논설위원



▶ [분수대] 더 보기

▶ [한·영 대역] 보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