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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전! 창업 스토리 ⑤ 한길씨앤씨 신용인 사장





빨간 마후라에겐 장애도 든든한 창업 밑천이죠



신용인 한길씨앤씨 사장이 비행·정비 컴퓨터훈련(CBT·Computer Based Training) 소프트웨어 시연 화면 앞에서 이 소프트웨어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1980년 9월 서울 경동고. 한 수험생이 공군사관학교 진학 설명회에 친구들과 함께 참가한다. ‘멋있어 보여’ 군인을 동경하던 그는 공사 교수의 두 시간 강의에 매료돼 ‘하늘을 지키는 파일럿이 되겠다’고 결심한다. 그는 타고난 체력의 소유자였다. 공사 입교 후 육사·해사와 합동으로 치르는 3군 사관학교 체육대회 1500m 경주에서 3년 내리 우승한 기록은 지금도 ‘공사의 전설’로 남아 있다.



 #91년 6월 남해고속도로. 그는 동료의 차를 타고 경남 사천 비행장에서 김해 비행장으로 이동하던 중 빗길 전복 사고를 당한다. 외상은 크지 않았으나 경추 신경이 눌려 목 아래가 마비됐다. 그는 “다시 비행을 해야 하니 칼을 대지 마라”며 수술을 거부했다. 150여 일 뒤에야 걸음마를 시작했지만 15개월 된 아들만큼도 걷지 못했다. 눈물 겨운 재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비행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는 ‘보훈 3급 장애’ 판정과 함께 대위로 예편했다.



 비행·정비 컴퓨터훈련(CBT·Computer Based Training)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인 한길씨앤씨 신용인(49) 사장의 운명을 바꾼 두 사건이다. 그는 파일럿의 꿈을 접었지만 파일럿 양성을 돕는 사업을 하고 있다. 그의 사업가 변신은 전투기를 몰아본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3년간 재활치료를 하고 나서야 대중교통을 이용할 정도로 걷게 됐습니다. ‘머리 쓰는 일밖에 할 게 없다’는 생각에 처음엔 감정평가사에 도전했습니다. 하지만 불편한 손 때문에 필기시험을 제대로 볼 수 없어 1차 시험 합격 후 이마저도 포기해야 했어요. 방황의 세월이 이어지던 중 지인이 소개해준 한 업체 관계자한테 솔깃한 제안을 듣게 됐습니다. 바로 CBT사업이었죠.”



 정부가 개발을 진행하던 한국의 첫 초음속 비행기 ‘T-50 고등훈련기’와 관련, CBT 프로젝트의 공모를 앞둔 시기였다. 1000여 시간 분량의 CBT는 경험 많은 조종사와 정비사의 참여 없인 개발하는 게 불가능하다. 공군 조종사는 제대하면 모두 좋은 처우가 보장된 민간 항공사에 취직하다 보니 그에게까지 스카우트의 손길이 뻗쳐온 것이다. 5년간 파격적인 연봉을 보장해 주는 조건이었다.



 교통사고 당시 후배의 비행 훈련을 담당하는 교관 조종사였던 그는 ‘후배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CBT를 내 손으로 만들자’는 생각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뿌리치고 창업을 결심한다. 국내외 시장 조사를 한 뒤 2000년 2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창업에 나섰다. 회사 이름은 ‘하나의 길을 열심히 걷다 보면 큰 길이 열린다’는 의미에 컴퓨터·통신 통합정보기술(Computer & Communication)을 더해 ‘한길씨앤씨’로 지었다.



 한길씨앤씨는 창업 이듬해 삼성SDS와 공동으로 ‘T-50 통합훈련체계’ 수주에 성공했다. 2005년까지 개발을 완료하는 150억원짜리 프로젝트 중 40억원이 한길의 몫인 CBT였다.



 “새로운 비행기가 나올 때마다 개발해야 하는 CBT는 한 건에 50억~80억원 정도 받습니다. 이후 해당 기종이 폐기될 20~30년간 매년 SW 유지·보수비로 5억~10억원의 수익이 보장됩니다. 안정적인 사업인 셈이죠.”



 그는 요즘 사업 다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방 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국방정보화사업’을 비롯해 ▶공군 폐항공기 전시사업 ▶항공기 부품 정비사업 ▶‘레이저 조류 퇴치기’ 수입판매업에 진출했다.



 그는 월요일만 서울 망원동 본사에서 근무하고 화~금요일엔 지방 출장을 다닌다. 매주 이동거리가 1400~1500㎞나 된다. 항공기 제작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있는 경남 사천과 CBT를 납품한 광주 비행장, 항공기 정비업을 하는 대구 공장 등을 순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중 주력 사업장은 사천으로, KAI의 비행기 개발에 맞춰 CBT를 만드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 40명이던 임직원을 75명으로 늘렸다. 앞으로 FA-50(T-50 개량형 전투기), KAH(한국형 공격 헬기), KFX(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등의 개발 계획이 잡혀 있기 때문에 일감이 많아질 것이란 기대에서다.



 “기존 CBT들은 텍스트 위주여서 교육 효과가 떨어집니다. 우리는 3차원 가상현실(VR) 등을 이용한 멀티미디어로 만들어 교육생이 흥미롭게 학습할 수 있습니다. 세계 어느 CBT보다 훌륭한 ‘월드 베스트’ 제품이라고 자부합니다.”



 신 사장은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을 비롯해 전 세계 항공사에 CBT 납품을 꿈꾸고 있다.



글=차진용 산업선임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신용인 사장 약력



1962년 전남 영암 출생

81년 서울 경동고 졸업

85년 공군사관학교 졸업

92년 교통사고로 대위 예편

2000년 한길씨앤씨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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