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곽재원 대기자의 경제 패트롤] 고리에서 본 원자력의 미래







곽재원
대기자




지난주 말 찾은 고리(古里)는 평온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한창 시끄러운 판에 공교롭게도 고리 원전 1호기가 전기계통 고장으로 일시 정지되자 여론의 불화살을 맞았던 곳이다. 어렵사리 10년 수명 연장을 한 1호기는 폐쇄 주장에 휘말리기도 했으나 안전점검을 마치고 정상 운전 중이다. 발전소 입구에는 “우리도 말할 수 있다. 외부인은 대변인 빙자 말라”는 격문의 현수막이 내걸린 채 한 달여 전의 소요를 대변하고 있다.



고리 원전은 한국 원자력 발전의 산실이자 역사다. 고리는 모든 게 처음이다. 1978년 고리 1호기가 첫 상업가동에 들어갔다. 이때 1인당 국민소득은 243달러(1970년 기준)였다. 경부고속도로를 놓는 데 429억원이 들어 갔는데 원전은 1560억원이 투입됐다 한다. 당시 경제 규모로는 어림없던 원자력 사업에 도전한 국가 리더의 통 큰 결정과 신형 가압경수로(PWR)를 선택한 과학기술자들의 혜안에 새삼 놀랐다.



 고리 원전은 국가 산업의 엔진이고 전력의 대동맥이 여기서 시작된다. 국내 총 전기생산의 10% 정도 된다. 고리는 지금 지평을 넓히며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고리 1~4호기(부산 기장)의 건너편에서 신고리 1~4호기(울산 울주)가 약동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신고리 1, 2호기는 첫 한국형 원전(OPR 1000)이고 3, 4호기는 첫 차세대 원전 신형경수로(APR 1400)다.



한국형 원전은 기술 자립과 건설비·건설기간을 줄여 원자력 선진국 진입을 겨냥한 것이다. 차세대 원전은 안전성과 경제성을 더욱 높인 수출형 모델로 아랍에미리트와 수출계약을 맺은 것이다. 원전이 저탄소 녹색성장의 전제가 되고, 차세대 성장 동력과 차세대 먹을거리의 주축임을 고리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성장가도를 달려온 우리나라 원자력 정책에도 일대 변화를 예고한다. 우선 원자력에 따라붙던 안전신화라는 말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됐다. 기술적 제어에 안전을 맡겼던 종전의 개념은 ‘무조건 안전’으로 바뀌었다. 과학기술에 의한 ‘안전사회’에서 감성 중시의 ‘안심사회’로 변했다. 지금은 원전 건설비에서 차지하는 안전성 확보 비용이 30%를 차지하고 있으나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다. 원전 사이버테러도 최근 이란 원전 사례에서 보듯이 언제 닥칠지 모를 일이라 한층 엄격한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



 사용후 핵연료(타고 남은 핵연료 덩어리)의 보관과 재처리, 이에 필요한 기술 확보와 원자력 외교 같은 문제는 여론의 지지를 업은 세련된 국가정책을 필요로 한다. 원전사업을 지속적으로 끌고가기 위해선 풍력과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로드맵이 동반돼야 한다. 만약 탈원전으로 간다면 신재생에너지가 어느 정도 원전을 보완할 수 있는지, 과연 대체는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할 때다.



 일본 컨설팅회사 AT커니는 일본이 원전을 전폐하여 탈원전 정책을 추진할 경우 2020년 전기요금이 70% 오를 것으로 점쳤다. 전력 수요가 4% 정도 늘어나는 가운데 원전의 폐로 비용이 1기당 1000억 엔(1엔=13.6원)~2500억 엔, 태양광 도입을 위한 송전망 강화대책에 약 4조 엔 들어간다고 가정한 것이다. 일본은 현재 원전을 축으로 한 에너지 정책의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요금 부담에 대한 국민적 논의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한양대 김경민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시점에서 과학기술자·경제전문가·환경론자들이 함께 원전의 경제성을 다시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 정부가 펼치고 있는 복구작업 과정을 꼼꼼히 정리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올해 한전 자회사로 분리된 지 10년이 된다. 그동안의 성공요인과 미흡했던 점들을 포함해 국가 원자력 정책을 총 점검할 좋은 시점이다.



곽재원 대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