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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염약·진통제 동시에 먹으면 간 나빠져

‘약, 한번에 몇 알씩 드십니까’. 약을 한 움큼씩 먹는 사람이 많다. 만성질환자는 하루에 10알 이상 먹기도 한다. 건강한 사람이 감기약이나 위장약을 처방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유럽은 처방전당 한두 개 약이 처방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평균 4개나 된다. 환자의 잘못된 인식이 약을 늘리기도 한다. 천안시 동면 보건지소 송인규 공보의는 “약 개수가 적으면 효과가 떨어진다고 불평하는 어르신이 많다”고 말했다. 한꺼번에 여러 종류의 약을 먹는 복합 투약, 과연 괜찮은 걸까.



섞어 먹으면 위험한 약 … 심평원 홈피서 확인해봐야

같이 먹으면 독이 되는 약이 있다. 약과 약이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한 알을 먹을 때는 별문제가 없다. 출시되기 전 안전성을 검증받아서다. 그러나 임상시험은 한 가지 약을 대상으로 한다. 서로 다른 질환의 약을 함께 먹을 때 나타나는 상호작용은 알 수 없다.





한약·건강기능 식품도 조심해야



서울대 약대 심창구 교수는 “같이 먹은 약이 서로 영향을 미쳐 약효가 강해지거나 약해지는 일이 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고지혈증 치료제를 먹고 있는 환자가 무좀약을 잘못 먹으면 근육이 녹는 횡문근융해증이 나타날 수 있다. 무좀약과 발기부전 치료제를 잘못 병용하면 혈중 농도가 높아져 심장에 무리가 온다. 또 항생제와 혈액응고 방지제를 같이 먹으면 출혈로 사망할 위험이 있다.



강동구약사회 고진아 학술이사는 “병용했을 때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약은 일부 천식약·고혈압약·당뇨병약·심장병약·항생제·항균제·제산제·근육이완제·감기약·수면제·진통제·우울증 치료제·정신질환 치료제 등으로 수없이 많다”고 설명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약도 성격과 개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어떤 약은 혈액 속 특정물질과 결합해 다른 약의 농도를 지나치게 높인다. 또 어떤 약은 간 효소를 차단해 다른 약의 작용을 막는다. 약마다 몸에서 머무는 시간도 다르다. 길게는 며칠간 약효를 유지한다. 한가지 약이 여러 질병을 치료하는 효능을 내기도 한다.



심창구 교수는 “약은 다른 약뿐 아니라 한약·건강기능식품·음식·담배연기에 든 성분과 상호작용하며 기대했던 것과 다른 결과를 나타내곤 한다”고 말했다. 혈압이 급격히 올라가거나 내려가고, 위장장애·고열·경직·경련 등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약학정보원에 등록된 의약품은 총 4만2142개.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박병주 교수는 “약과 약의 조합은 엄청 많아 제약사와 의사·약사가 열심히 익혀도 병용시 부작용을 다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의사·약사가 확인해도 스스로 챙겨야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부터 의약품 처방·조제지원시스템(DUR)을 실시하고 있다. 의사가 약을 처방할 때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처방받았던 약을 컴퓨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약국에서 약을 조제할 때도 처방 내역을 조회한다. 함께 먹으면 안 되거나(병용 금기), 연령에 따라 먹지 말아야 할(연령 금기) 약을 이중으로 걸러낸다. 그래도 꼭 먹어야 하는 약은 부작용이 적도록 시간과 용량을 조절해 처방한다.



문제는 처방전 없이 사 먹는 일반약을 함께 복용할 때다. 심창구 교수는 “일반약이 안전하다고 해도 여러 전문약과 병용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모든 약은 복용지침을 완벽히 지켜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고진아 이사는 “퇴행성 관절질환으로 처방약을 먹으면서 게보린·펜잘·타이레놀·판피린 같은 약을 수시로 사 먹는 고령자가 많은데, 같은 성분이 중복돼 간 독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은 스스로 챙길 때 더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다. 약국에서 감기약 하나를 살 때도 “ADHD 치료제를 먹고 있는 13세 아이인데 이 약 먹어도 괜찮나요”라고 구체적으로 물어야 한다. 가정 상비약을 쓸 때도 신중하자. 15세 미만 소아는 게보린이나 파스 사용으로 부작용을 겪기 쉽다. 통풍 환자는 비타민C, 고혈압 환자는 소염진통제 하나도 조심해야 한다.



약을 복용할 때는 처방에 따라 용량·시간·횟수를 정확히 지킨다. 복용법을 모르면, 약국에서 구매하지 않은 약이거나 건강기능식품이라도 약국에 가져가 복약 지도를 받는다. 고진아 이사는 “환자용 처방전을 모아 자신만의 약물수첩을 만들어 약 구매시 휴대하면 좋다”고 덧붙였다.



이주연 기자

내가 먹는 약이 궁금하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www.hira.or.kr)에서 약의 병용·연령·임부 금기 여부를 알 수 있다. ‘약제정보’를 클릭하고 ‘내가 먹는 약 알아보기’를 찾는다.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건강정보’ 또는 ‘심평원’으로 검색해 건강정보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도 된다. 올해 7월부터는 전문의약품이 아닌 일반의약품 정보도 확인이 가능하다.



약을 안전하게 먹으려면



● 평소 내가 먹는 약의 이름과 효능,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등을 알아 둔다

● 약을 살 때, 병력과 먹고 있는 약을 밝힌다. 처방전을 모아 뒀다가 가져가면 좋다

● 전문약을 장기간 복용 중이라면 상비약을 먹을 때도 의사나 약사와 상담한다

● 약 복용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아 두고 반드시 지킨다



(복용 시간·간격, 용량, 복용시간을 놓쳤을 때 대처법, 피해야 할 음식, 한약·건강기능식품과 병용해도 되는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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