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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 무는 문답, 사람이 달라지고 인생이 바뀐다

최경주(오른쪽)가 16일 미국 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4라운드 7번 홀에서 전담 캐디인 앤디 프로저와 야디지 북을 보며 코스 공략 방법을 상의하고 있다. [폰테베드라비치 AFP=연합뉴스]
16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끝난 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이 확정되자 최경주가 전담 캐디(앤디 프로저)의 품에 얼굴을 묻고 흐느낀다. 이어 기자회견장. 그는 "앤디의 말이 우승에 도움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기자들이 "어떤 도움이 됐느냐"고 물었다. 최경주는 "16번 홀에서 레이업을 하며 '오늘은 이대로 가나'(2등으로 끝나나)라고 실망했다. 앤디가 '그렇지 않다. 여기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포기해선 안 된다'고 격려했는데 도움이 컸다. 앤디는 게임이 안 풀려도 항상 꿈과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16번 홀에서 티샷이 나무에 맞아 위기를 맞았다. 위기의 순간 캐디는 '걱정하지 말라'고 긍정의 힘을 전파시켰다. 두 사람의 대화는 오랫동안 이어졌다. 캐디의 긍정적 마인드에 최경주의 마음이 움직였다. 마음을 다잡고 노력하자는 희망으로 작용했다. 적재적소에서 나온 최상의 조언에 힘입어 최경주는 마음의 평정을 회복했다.

정신과 치료나 카운슬링과 달라
우리에게도 삶의 고비마다 긍정의 힘을 불어넣어주는 최적의 코치가 있다면 어떤 삶이 펼쳐질까. 삶의 고비만이 아니다. 기업이나 가정이 고비를 맞을 때에도 현명한 코치가 등장하면 어떨까. 이런 필요가 코칭 산업을 만들었다. 끊임없는 대화로 긍정의 힘을 길러주자는 게 코칭의 목표다. 코치를 받는 피코치자는 전문 코치와의 문답을 통해 스스로의 문제 해결책을 찾아낸다.
환자를 다루는 정신과 치료나 카운슬링과는 다르다. 코칭은 건강한 상태에서 성장과 변화를 원하는 사람이 대상이다. 컨설팅과도 다르다. 컨설팅은 전문가가 상황을 분석해 방향을 잡고 행동 방향을 제시한다. 하지만 코칭은 피코치자에게 새로운 각도에서 문제를 보도록 유도하고 해결책은 스스로 찾도록 돕는 게 핵심이다.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닮았다.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에게 답을 직접 제시하기보다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물었다.

2002년 한국을 월드컵 4강에 끌어올린 거스 히딩크 감독이 활용한 게 코칭 방식이다. 히딩크 감독은 언제나 일대일 면담으로 선수를 만났다. 미드필더에겐 "만약 공격을 하다가 패스 미스가 나오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라고 묻는다. 미드필더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바꿔 상대가 공을 가로채지 못하도록 끝까지 막을 겁니다"라고 답한다. 그러면 히딩크는 "자넨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답을 찾았어. 난 자네를 믿어"라고 칭찬했다. 히딩크 감독을 만난 선수들은 조금씩 달라졌다.

1980년대 인생 코칭으로 시작
코치란 원래 네 마리 말이 끄는 신형 마차를 뜻했다. 오늘날의 택시처럼 개인화된 운송수단이어서 집 앞까지 이동시켜 준다는 데 특징이 있다. 19세기 영국에선 개인지도교사(튜터)의 별칭으로도 쓰였다. 승객이 마차를 타고 집에 가듯이 교사의 지도로 목적지에 간다는 의미가 담겼다. 스포츠에선 이런 방식으로 운동선수를 이끄는 사람을 코치라고 불렀다.코칭이 비즈니스계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80년대 후반 미국에서다. 개인을 상대로 재무설계를 상담하던 토머스 레너드는 새로운 경험에 착안했다.

재무 상담 때 인생 상담을 겸했더니 VIP 고객이 늘고 관계도 훨씬 오랫동안 이어졌다는 점이다. 그는 재무설계사의 일을 그만두고 개인을 상대로 한 코칭 기법 개발에 나섰다. 이어 전문코치교육기관인 국제코치연맹(ICF)과 국제코치협회(IAC)를 만들었다. 코칭 산업은 20년간 급성장했다. 전 세계 시장규모가 25억 달러(약 2조7000억원)로 추정되는데 매년 30%의 성장을 이어간다. ICF는 현재 전 세계 109개국에 1만 9690명, 국내에 204명의 회원이 있다. ICF에 소속되지 않은 코치를 포함하면 5만 명에 달한다.

인식 전환까지 계속되는 문답
코칭의 주제나 대상엔 한계가 없다. 자신감 부족으로 고민하는 로스쿨 준비생, 퇴직을 생각하며 방황하는 직장인, 돈 문제로 고민하는 주부도 코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피코치자의 감정이 엉켰다면 코치는 감정 처리를 돕는다. 전문코치는 문제점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문제에 대한 피코치자의 인식 전환을 돕는 여러 가지 정형화된 기법에 익숙하다. 1회 1시간 남짓 코칭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개 주 1회 1시간의 6개월간 코칭이 이어진다. 문제가 복잡하면 1년이 지나야 피코치자의 의식 전환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적성이 뭔지 몰라 혼란에 빠진 교육대학교 4학년 학생이 있다. 자신에게 맞는 직업이 뭔지 찾기 위해 코치를 찾았다.

코치=선택하면 무엇이든 기적처럼 이뤄진다면 무엇을 이루고 싶나요.
학생=로또 당첨요.
코치=얼마 정도면 좋을까요.
학생=한 50억원.
코치=이왕이면 100억원이면 어때.
학생=좋겠지요.
코치=100억원으로 뭘 하고 싶나요.
학생=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코치=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학생=유럽을 시작으로 세계여행.
코치=가방 싸는 것도 지겨울 정도로 여행을 실컷 다녔고 돌아왔더니 돈이 불어서 200억원이 됐다면 또 뭘 하고 싶어요.
학생=학교를 짓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모습이 떠오르네요.
코치=그게 어떤 의미일까요.
학생=누군가 배우고 성장하는 것을 돕고 그런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워요.
코치=그럼 처음부터 선생님이 될 수도 있겠네.

가부장적 리더십은 소통 단절 불러
왜 이런 식의 긴 대화가 필요할까. 사람의 변화를 유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코칭 방식이라고 ICF 에드 모델 회장은 설명했다. 피코치자가 스스로 자신의 문제 해결책을 찾았기 때문에 해결책은 곧장 실천으로 이어진다. 미 경제전문지 포춘이 미국 내 100대 기업의 임원에 대한 투자 대비 수익률을 조사했다. 교육만 시키면 수익률이 385%였지만 교육과 함께 코칭을 병행하면 1825%까지 높아졌다. 행동 변화가 뒤따르는 게 효과를 높이는 큰 이유다. 모델 회장은 "현대사회의 소통 스타일 자체가 자존감을 높이는 코칭 방식이 유용하다"고 주장했다. 자의식이 높아진 현대인에겐 물질보다 존재에 대한 관심이 커 가정이나 직장에서의 가부장적 리더십은 소통 단절을 부른다는 것이다.

잭 웰치에 이어 2001년 GE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제프리 이멀트 회장의 경험이 그랬다. 최고경영자 취임 직후 GE의 이익증가율이 급락하자 이멀트 회장은 코칭에서 답을 찾았다. 잭 웰치의 엄격한 상벌주의 평가 시스템을 접고 구성원이 스스로 해답을 찾도록 유도했다. 그가 150명의 핵심 임원에게 모두 리더십 코치를 붙이자 GE에선 혁명이 일어났다. 수전 피터스 GE 교육담당 최고책임자(CLO)는 "이멀트 회장의 업무 중 35%는 리더십과 교육 부문에 할애된다"며 "핵심 인력뿐 아니라 직원 전체를 계발해야 한다는 게 GE가 추구하는 21세기 리더십"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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