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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철의 ‘부자는 다르다’] ‘그집 상한 고기, 다 사와라’







한동철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부자학연구학회 회장




부자의 색깔은 검은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돈에 검은색을 연결시키는 게 대표적입니다. 매일 나쁜 짓을 해도 별로 티가 나지 않는 것, 그것이 부자들이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합니다. 그러나 부자도 하얀색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가능할까요. 제가 만든 ‘부자시민행동(Affluent Citizenship Behavior)’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부자가 풍요한 시민으로서 적절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원리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부자시민행동은 4개로 구성돼 있습니다. 스포츠맨십(Sportsmanship), 신사도(Gentlemanship), 지도력(Leadership), 봉사헌신(Servantship)이 그것입니다. 한마디로 부자가 원칙을 지키고, 품위를 유지하고, 사회를 이끌면서, 남들에게 좋은 일을 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왜 힘들여 번 내 돈과 내 시간을 남들을 위해 사용해야 합니까. 그 이유 중 하나는 부자들이 대체로 가난한 사람의 돈을 받아 부를 쌓았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으로 거의 공통된 사실입니다. 부자들은 다른 부자의 돈을 받아서 재산이 불어난 게 아닙니다. 부자가 아닌 분들의 것을 받아서 자산가 반열에 오른 경우가 많지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부자는 쓰는 돈보다 버는 돈이 더 많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부자시민행동을 적극 실천한 사례가 많습니다. 먼저 모르는 남들을 위해 돈 쓰는 부자들이 그렇습니다. 제가 만난 어느 여성 부자는 ‘세금 납부가 가장 좋은 애국 사업’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회사가 힘들어 어쩔 수 없이 밀린 세금은 그 다음에 사업이 흥하면 반드시 다 갚는답니다. 그러고 나서 밀렸던 세금만큼의 사회 기부를 추가로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시골에 사는 어느 부자는 저녁식사를 위해 “고기를 사오라”고 시켰습니다. 그런데 구입한 고기가 상한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곤 돈을 내주며 “그 고기를 몽땅 사오라”고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고기를 모두 땅에 파묻기 위해서였습니다. 가게 주인은 계속 상한 고기를 팔 것이고, 누군가는 몸에 해로움을 당할 테니 미리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자기 돈으로 좋은 일을 한 것입니다. 그뿐입니까. 서울 근교의 어느 부자는 자신의 공장으로 들어오는 도로에 아스팔트가 안 깔려 동네 사람들이 불편해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물론 공장으로 원재료를 배달하는 트럭들도 덜컹거려 불만이 끊이지 않았고요. 그는 큰맘을 먹었습니다. 회사로 들어오는 도로 몇 킬로미터에 자신의 돈으로 아스팔트를 쫙 깔았습니다.



 감행하기 쉽지 않은 희생을 보여주는 부자도 있습니다. 필자가 자주 만나는 연로한 의사가 들려준 과거사입니다. 한국전쟁 때입니다. 어느 부잣집에서 아들과 조카가 같이 숨어 있었습니다. 공산군이 젊은이들을 찾으러 오자 부자는 조카를 숨기고 친아들을 내주었습니다. 결국 친아들은 세상을 하직했습니다. 숙부의 큰 뜻을 평생 마음에 새긴 그 조카는 나중에 의사로 부자가 됐습니다. 그리고 세금을 완벽하게 냈습니다. 너무 많이 세금을 내니 세무서가 예단을 했답니다. 소득이 어마어마하리라고 말이지요. 집중조사를 나왔습니다. 모든 자료를 다 제공했더니 하도 깨끗한 것에 놀라서 세무서 직원들이 인사를 크게 하고 갔답니다.



 남부럽지 않은 부를 축적한 어느 할아버지는 어린 손자들을 데리고 외식할 때 한 번은 비싼 곳으로, 한 번은 가난한 데로 꼭 데리고 갑니다. 벤츠를 타고 허름한 감자탕 집에 들러 왁자지껄한 곳에서 뼈 추가하는 데 얼마라고 반드시 인지시킵니다. 이유는 부자가 아닌 사람들의 생활을 알아야 나중에 손자들이 회사를 물려받더라도 아랫사람들의 어려움을 안다는 것이지요. 또 재산액 자릿수가 12자리가 넘는 거부 한 분은 아주 평범한 곳에 살면서 중형 국산차에 차림도 수수하게 입고 다닙니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제가 호화롭게 살면 남들이 저를 보며 열등감을 느끼거나, 그냥 불편한 감정을 가질 수도 있겠죠. 나도 편하고 저를 보는 분들도 편하게 되어야겠지요”라고 답하시더군요. 사실 우리는 원래 백의민족 아닙니까. 먹물이 쥐꼬리만큼이라도 튀면 더럽게 보는 그런 사람들이지요. 우리나라에서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일부 검은 부자들’이 순백의 하얀 부자들로 거듭 태어나기를 바랍니다.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부자학연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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