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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포크가 잘났니, 뽕짝이 잘났니 이거 정말 웃긴 논쟁입니다









세시봉, 서태지와 트로트를 부르다

이영미 지음, 두리미디어

272쪽, 1만1500원




요즘 대세라는 아이돌을 TV에서 만난다. 발랄하고 흥겹다. 음흉한 생각마저 스치기도 한다. 그런데 그뿐이다. 국적 불명의 이름만 다를 뿐 그 얼굴이 그 얼굴 같고, 그 노래가 그 노래 같다. 무엇보다 자막이 나오지 않으면 노랫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한마디 던진다. “저게 노래야, 쟤네들이 가수야”



 이 책의 지은이는 그런 7080 기성세대, ‘세시봉 열풍’에 공연히 어깨를 으쓱하는 이들에게 묻는다. 1970년대 청년문화를 대표하던 포크 음악은 어땠느냐고. 5음계에 2박자로 이뤄진 트로트에 젖었던 당시의 부모들에게 ‘포크 송’은 어떻게 들렸겠느냐고. 또 트윈폴리오며 라나에로스포 같은 이름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들리지 않았겠느냐고. 책은 우리 대중가요사를 ‘세대’란 틀로 성찰한 것이다. 여기에 고복수에서 강산에까지 주요 가수들의 음악세계를 약전(略傳) 형식으로 보탰다. 지은이는 『한국대중가요사』『흥남부두의 금순이는 어디로 갔을까』『광화문 연가』 등 대중가요사 관련 책을 여럿 낸 대중문화평론가. 대중가요를 무슨 ‘성찰’씩이냐 할지 모르겠다. 한데 찬찬히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 공연히 무게를 잡지도 않고, 가요계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캐낸 것도 아닌데 무릎을 치거나 고개를 주억거릴 대목이 적지 않다.



 일례로 흔히 뽕짝이라 불리는 트로트에 관한 통념을 뒤집는 구절을 보자. 트로트의 뿌리가 일본의 엔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식민지 시대 대도시에서 신교육을 어느 정도 받고 자란 젊은 청소년(?)들이 즐겼던, 당시에는 나름대로 세련된 노래였단다. 트로트는 한일합방과 더불어 인기를 모은 것이 아니라 온전히 일본어, 일본문화, 일본식 교육 세례를 받은 ‘합방세대’가 20대 전후에 이른 1930년대 들어서야 ‘황성옛터’ ‘타향살이’ ‘목포의 눈물’ 등이 쏟아지기 시작했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면서 트로트를 낮춰보는 풍조가 ‘왜색’이란 이유만이 아니라 트로트에서 풍기는 늙고 학력이 낮은 하층민이란 이미지 때문이 아니냐고 찌른다. 여기 자신 있게 아니라고 답할 이가 얼마나 될까.



 70년대 ‘포크 신화’에도 딴죽을 건다. 트로트는 퇴영적이고 요즘 댄스음악은 유치하지만 포크는 가장 건강하고 수준 높은 음악이란 중년세대의 믿음은 잘못된 선입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라는 대립각이 성립됐던 시대의 맥락, ‘대마초 사건’으로 집약되는 유신정권의 핍박에 대한 반작용으로 ‘포크 신화’가 생겨났다고 지은이는 풀이한다. 나아가 70년대 포크와 록의 구별은 악기와 학벌의 차이일 뿐이라는 과감한 주장도 편다.



 책은 특히 제목에서, 세시봉 열풍에 기댄 발 빠른 기획이란 느낌을 주지만 지은이의 내공이 이런 의구심을 가볍게 걷어낸다. 무엇보다 “잘난 인간들의 감수성과 취향이 항상 우월한 것은 아닙니다. 취향이란 상대적인 것이니 우월이니 열등이니 하는 것이 차라리 우스운 것이지요”란 구절이 와 닿는다.



김성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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