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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변호사, 요즘 참담한 심정이다







엄상익
변호사·대한변협 공보이사




변호사인 나는 요즈음 참담한 심정이다. 변호사 배지를 보며 지나치는 사람들의 눈길이 섬뜩할 때가 많다. 드라마에서 변호사의 단골 역할은 재벌회장의 집사다. 원숭이에게 옷을 입혀주고 땅콩을 줬더니 자기가 인간인 줄 알더라고 재벌 아들의 입을 통해 변호사들을 비웃기도 한다.



 미움의 전파력은 무섭다. 노골적으로 모욕당하고 얻어맞는 변호사도 생기고 있다. 며칠 전 노동자 출신의 후배 변호사를 만났다. 용접공을 하던 그는 법 공부를 해서 변호사가 됐다. 재개발 지역 주민들을 위해 열심히 뛰던 그는 세상에 절망했다. 변호사를 그만두고 창업센터로 가 직업교육을 신청했다. 변호사 세계가 처한 현실의 한 단면이다. 자업자득인 면이 있다. 겸손하고 헌신해야 할 사람들이 이기와 허영 속에서 교만했기 때문이다.



 어떤 직역이나 선악과 흑백이 공존한다. ‘변호사는 모두 도둑놈’이라는 말은 틀린다. 1970년대 정의의 상징으로 표현된 드라마 속의 변호사를 보면서 나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 가난한 집 자식이 머리를 굽히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갈 최상의 직업이었다. 돈은 아니어도 법 지식은 얼마든지 나누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저질은 언제 어디에나 있었다. 법조계에서는 전관예우 장사꾼이었다. 그들은 은밀히 거래해 특혜를 줄 듯 허풍을 떨었다. 그건 전직 동료를 뇌물범으로 매도하는 배신이고, 의뢰인에게는 사기였다.



 흙탕물을 일으킨 원인 제공자는 일부에 불과하지만 틀림없이 존재한다. 전관 출신이 아닌 나도 그들을 증오했다. 동시에 사법시험 출신들의 선민의식과 법률적 독점에서 나오는 소수의 이익추구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진정한 노동과 땀 흘림 없이 법조문에 붙어 사는 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진정한 변호사가 뭘까 고민했다. 민주화투쟁에 앞섰던 한승헌 선배는 ‘불의와 차별’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절망한 이들의 손을 잡고 동행하는 게 변호사라고 했다. 권력에 머리를 숙이는 비굴한 존재가 아니라, 맞서고 싸우는 현실적인 힘을 가진 직업이라고 알려줬다.



 우선 변호사가 낮아져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후 거액의 연봉을 포기하고 찾아간 곳은 워싱턴의 빈민굴이다. 천대받는 흑인 출신임을 당당하게 내세우면서 세상과 싸웠다. 우리 변호사들도 영등포역에 가서 노숙자의 옷을 갈아 입혀주고 밥을 퍼줄 수 있어야 했다. 대한변협은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변호사들이 노인정과 요양원, 각 지역의 다문화가정을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다.



 변호사란 자본주의의 첨병이나 고용된 양심이 아니다. 공익소송단을 조직해 세상을 속이는 재벌기업이나 고문을 은폐하는 권력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했다. 준법지원인은 세상이 썩지 않게 할 소금 역할을 할 수 있다.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법과 원칙을 아는 사람이 눈에 불을 켜고 있을 때 저축은행의 특혜인출 같은 사태는 벌어질 수 없다. 변호사들이 만들고 싶은 나라는 법이 강물같이 흐르는, 불의와 차별이 없는 사회다. 더 이상 변호사를 분노와 굴욕감만 불태우는 그런 소극적인 존재로 인식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엄상익 변호사·대한변협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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