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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289> 몰트 위스키의 모든 것





술꾼들 사이에 싱글몰트 위스키의 인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폭탄주에 지쳐, 혹은 독하거나 너무 비싼 가격이 부담스러워 점차 위스키를 멀리하던 사람들도 유독 싱글몰트에는 관심을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해마다 판매량이 10% 이상씩 늘고 있습니다. 싱글몰트의 고향은 스코틀랜드 북부 하일랜드입니다. 그중에서도 양조장 굴뚝이 줄지어 늘어선 스페이사이드 지역을 다녀왔습니다. 내친김에 싱글몰트의 탄생에서부터 제조공정, 즐기는 비법까지 싱글몰트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최현철 기자

세금 때문에 탄생한 술

증류주는 고대 아라비아의 연금술사로부터 시작됐다. 오랜 세월을 거쳐 세계 각국에 전파됐다. 스카치 위스키의 고향인 스코틀랜드에는 5~6세기쯤 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엔 소주처럼 무색 투명한 액체를 그냥 마시거나 약초에 우려 먹었다. 오늘날과 같은 독특한 향과 맛을 지닌 술로 진화한 계기는 ‘세금’이었다.

1706년 스코틀랜드를 합병한 영국 정부가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위스키에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자 위스키 제조업자들이 북부 산악지역(하일랜드)으로 숨어들었다. 밤에 산속에 숨어 밀조한 위스키를 조금씩 내다팔았는데 남은 위스키는 당시 많이 마시던 셰리 와인통에 저장해뒀다. 한참 시간이 흘러 와인통을 열었더니 전혀 다른 술이 나왔다. 투명한 액체가 호박색으로 변하고, 맛과 향도 비교할 수 없이 부드러워진 것이다. 오크통 숙성법은 이렇게 탄생했다. 1823년 영국 정부가 주세법을 개정하면서 밀주가 양성화됐다. 이듬해에는 글렌리벳 양조장이 정부로부터 첫 인증을 받게 된다. 공식적인 몰트 위스키의 시작이다.




1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지역에 위치한 발베니 양조장에서 직원들이 직접 재배한 보리의 싹을 틔우기 위해 마루바닥에 고르게 펴고 있다(플로어 몰팅). 이 맥아(몰팅) 과정이 싱글몰트를 만드는 시작이다. 2 발베니에서는 몰트 맛을 좌우하는 오크통을 장인들이 직접 제작한다. 3 위스키 원액을 만드는 증류기(포트 스틸) 역시 이 양조장 장인들이 직접 만든 것이다. [윌리엄 그랜트 앤 선즈 제공]



 몰트의 퇴조와 복권

몰트(malt)는 보리에 싹을 틔워 만든 맥아를 의미한다. 맥아를 원료로 사용한다고 해서 몰트 위스키라는 이름이 붙었다. 초기 위스키는 모두 몰트 위스키였다. 하지만 보리 맥아를 사용하는 몰트 위스키는 대량생산이 불가능했다. 결국 밀·옥수수 등 곡류를 사용한 그레인 위스키를 개발하게 됐다. 이를 몰트 위스키와 섞은 블렌디드 위스키가 대유행하게 된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스코틀랜드의 토속주였던 위스키는 세계적인 주류로 성장한다. 1900년대 초에는 블렌디드 위스키가 위스키와 동의어로 쓰였다.

고사 상태였던 몰트 위스키가 다시 회생한 것은 1960년대다. 스코틀랜드 주류업체 윌리엄 그랜트 앤드 선스가 하일랜드 지역에서 명맥만 이어가던 몰트 위스키 가운데 글렌피딕을 공식 제품화해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독특한 맛과 3각 기둥 모양의 병 모양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90년대 소비자들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입맛이 다양해지고 몰트 위스키도 위스키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만드는 과정





몰트 위스키는 7가지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먼저 맥아(Malting) 단계. 우리 식으로 말하면 보리를 물에 불려 싹을 틔워 엿기름을 만드는 것이다. 건조된 맥아는 물과 혼합해 당분을 우려내는 당화(Mashing), 효모를 넣어 발효(Fermentaion) 과정을 거치면 7~8도 수준의 알코올 성분을 함유한 걸쭉한 술 원료가 된다. 이를 증류기에 넣고 2~3회 증류(Distillation)하면 비로소 법적인 정식 술이 된다. 하지만 아직 위스키는 아니다. 증류된 무색 투명한 원액을 오크통에 넣고 숙성(Maturation)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최소 3년 이상 숙성된 술에만 스카치 위스키 자격을 주지만 실상은 대부분 12년 이상 숙성된다. 숙성된 여러 오크통의 원액은 다시 적정한 비율로 섞어 커다란 통에 넣고 3개월 정도 더 숙성시킨다. 이를 조화 또는 결혼(Marrying)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결혼한 원액을 3개월 정도 더 숙성한 뒤 알코올 도수 40% 정도가 되도록 물과 섞은 뒤 병에 넣으면(Bottling) 제품이 완성된다.

 나무·사람·시간 … 맛을 결정하는 3요소

같은 재료를 써서 같은 방식으로 제조하면 맛도 비슷해야 한다. 하지만 싱글 몰트는 증류소와 브랜드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1차적으로 맛을 좌우하는 요소는 오크통이다. 투명한 위스키 원액이 호박 빛으로 변하는 것은 오크통에서 참나무 진액과 섞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스페인에서 셰리 와인을 숙성시켰던 통을 수입해 썼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셰리 와인 생산량이 줄면서 오크통까지 줄게 되자 대신 미국의 버번 오크통을 쓰게 됐다. 셰리오크에서는 꽃 향기와 과일향, 달콤한 맛이, 버번 오크통에서는 매운 맛이 난다. 또 셰리오크는 붉은 빛을, 버번 오크통은 노란색을 위스키 원액에 더해준다.

몰트 중 한 오크통에 있던 위스키를 다른 것과 섞지 않고 병에 넣은 것을 싱글 캐스크(single cask)라 한다. 하지만 싱글 캐스크는 그리 많지 않고 대부분 여러 오크통의 원액을 섞게 되는데 한 양조장의 원액만 섞으면 싱글 몰트, 여러 양조장의 원액을 섞으면 블렌디드 몰트라 부른다. 어떤 오크통의 원액을 어떤 비율로 섞느냐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진다. 이를 지휘하는 게 몰트 마스터다. 주요 양조장의 몰트 마스터들은 30~50년의 경력을 갖고 있는 게 보통이다.

와인의 빈티지가 포도가 생산된 해의 특징이라면 몰트의 빈티지는 숙성의 시간을 담아낸 것이다. 오크통에선 매년 2%씩 원액이 사라진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이를 숙성창고를 지키는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라 부른다. 사실은 계절에 따라 오크통이 원액에 젖었다 마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이 시간 동안 오크통은 수축과 팽창을 거듭하며 맛과 향·색을 변화시킨다. 얼마나 오랫동안, 어떤 환경에서 숙성했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제대로 즐기려면

와인 잔의 종류가 여럿이듯 몰트를 제대로 즐기려면 걸맞은 잔이 필요하다. 오래 묵은 몰트는 향이 풀리는데도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며 이를 코에 전달하는데도 알맞은 모양이 있다. 보통 몰트 잔은 튤립 모양의 날렵한 잔을 쓴다. 당장 구할 수 없다면 작은 와인 잔이나 브랜디 잔도 무방하다. 단 가능한 아랫부분이 넓은 게 좋다.

먼저 잔을 흔들어 밖으로 튕겨져 나오는 향을 음미한다. 물을 한두 방울 떨어뜨리면 향의 확산이 훨씬 강해진다. 이때 술 방울이 잔을 타고 흘러내리는 속도가 몰트의 숙성 정도를 말해준다. 오래된 몰트일수록 천천히 떨어진다. 그런 뒤 잔을 입으로 가져가 향기를 맡고 한 모금 입에 담는다. 단 한 입에 털어 넣기(원샷)는 사절. 여러 오크통에서 배출된 달고, 상큼하고, 매콤한 복합적인 맛과 향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너무 독하다면 물을 술과 같은 양만큼 섞어 농도를 절반으로 떨어뜨려도 좋다. 다만 물부터 넣고 술을 따르는 것은 순서가 뒤바뀌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안주로는 독특한 향과 맛을 해치지 않을 정도의 견과류나 치즈가 적당하다.


몰트 마스터 데이비드 스튜어트

원액의 절묘한 짝짓기
수제위스키는 ‘결혼’한다






위스키에도 수제품이 있다. 500년 전 스코틀랜드 동북부를 지키던 발베니 캐슬에 지어진 발베니 양조장 싱글 몰트 위스키가 주인공이다. 스페이강 유역을 따라 수없이 솟은 양조장 굴뚝 가운데 발베니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다른 곳과 달리 뒤켠에 넓은 보리밭을 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몰트 위스키의 원료인 보리부터 직접 재배하는 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보리에 그치지 않는다. 엿기름을 만드는 몰팅, 증류기(포트 스틸)와 오크통 제작, 병입(甁入·bottling)과 레이블링까지 전 과정이 사람 손에 의해 이뤄진다. 이를 위해 공정관리자는 물론이고 구리세공 장인(Coppermaster), 오크통 제조 장인(Cooper) 등 수십 명의 장인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발베니의 명성을 지키는 핵심은 몰트 마스터인 데이비드 스튜어트(David Stewart·65·아래 사진)다. 19세에 입사해 46년간 양조장의 맛을 지켜온 스튜어트는 위스키 평론가 짐 머레이가 자신의 저서 『위스키 바이블』에서 ‘위스키의 신’이라고 칭한 사람이다.

발베니는 수제 방식을 고집하다 보니 생산량이 많지 않다. 대신 다른 곳과 달리 독특한 맛과 질로 상류층 매니어를 직접 겨냥한다. 여러 오크통에서 조금씩 덜어낸 원액이 절묘하게 섞인 결과다. 스튜어트는 이 과정을 ‘결혼’이라 불렀다. 그는 이 결혼의 주례인 셈이다. 짝짓기를 위해 오크통을 어떻게 골라내느냐는 질문에 스튜어트는 “발베니의 수많은 원액을 생산연도와 오크통 종류별로 모두 맛보고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베니는 최근 국내 시장에 소장 가치가 높은 빈티지 라인을 내놓았다. 모두 많아야 120병(발베니 피티트 캐스크 17년)밖에 안 되는 한정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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